[평창동계올림픽]1800도 회전을 노린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반원통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다양한 공중연기를 선보인다. 사진 출처: wikimedia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기울어진 반원통형 슬로프에서 내려오며 가장 멋진 연기를 펼친 선수가 승리하는 경기이다. 더블 백플립(doubld back flip), 백플립 앤 스핀(back flip & spin), 더블 맥트위스트(double mctwist) 1260, 더블콕 1440 등의 고난이도 동작을 선보이며 관중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 중 더블콕 1440은 공중에서 몸을 뒤집고 비틀면서 1440도, 즉 4바퀴를 도는 회전 동작으로 세계에서 3명만 구사한다. 이런 역동적인 동작으로 인해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사랑 받는 종목 중 하나이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 숨겨진 과학과 기술을 알아보자.
최대 11m의 극한의 공포감을 이겨라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반원통 슬로프를 내려오며 5번~8번의 공중회전과 점프 등의 공중연기를 한다. 이때 5명의 심판이 기본동작, 회전, 테크닉, 난이도에 따라 10점 만점 기준으로 채점하여 순위를 결정한다. 한 선수에게는 3번의 라운드가 주어지는데, 먼저 두 번의 기회에서 최고점수로 3번째 기회가 결정한다.
코스는 16~18도의 경사, 120~140m의 길이에 반원통의 너비가 16~18m, 높이는 3.5~4.5m 이상으로 구성돼야 한다. 하프파이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는 공중 연기를 위해 치고 올라가야 하는 벽의 높이가 3.5m에 불과했다. 밴쿠버 대회에서는 6.7m로 높이가 높아졌다. 선수들은 보통 이 벽의 높이보다 5~7m를 더 뛰어 연기한다. 반원통의 정점에서 출발한 선수들은 최고 시속 40~50km의 속도를 내며 지표면에서 대략 11m 이상까지 뛰어오른다. 이 높이는 사람이 가장 큰 공포심을 느끼는 높이이다. 실제로 선수들이 공중에서는 착지할 수 있는 면인 트랜지션(벽과 맞닿은 바닥 쪽 곡면 부분)도 20cm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엄청난 공포감을 느낀다.
평창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경기장은 높이 79m에서 18.2도의 경사로 되어 있다. 사진 출처: dongasnc
이번 평창 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경기장은 79m의 높이에서 출발하여 18.2도의 경사를 갖고 있다. 반원통의 너비가 20.8m에 달하며 벽의 높이는 밴쿠버 대회보다 조금 높은 6.8m이다. 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두 번의 금메달을 딴 미국의 숀 화이트 선수는 평창의 코스가 지금까지 경험해본 코스 중 최고라고 강조했다. 평창은 유럽 대부분의 스노보드 경기장이 해발 2000m 이상의 고지대에 있던 것과 달리 해발 700m대에 있다. 이런 점은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기도 하다. 고지대는 대부분 바람이 세고 안개도 많이 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지대인 평창에서는 공기저항이 많다는 점이 상대적으로 제약이 될 수도 있다.
속도가 빨라야 높이 뛴다
스노보드는 여름철에 서핑을 즐기던 사람들이 겨울에도 즐기기 위해 1960년대 탄생했다. 사실 이는 스케이트보드와 비슷한 역사를 가진 것이다. 스케이트보드의 시초 또한 1940년대 서퍼들이 파도가 없는 날 보드를 즐기기 위해 바퀴를 단 것이 시작이다. 그래서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스케이트보드 하프파이프와 닮았다.
스노보드와 스케이트보드의 공통점은 지면과 마찰력을 줄이는 것이다. 하나는 땅 대신 눈 위를 달리며 마찰력을 줄였고, 스케이트보드는 보드에 바퀴를 달아 병진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바꿔 마찰력을 줄였다.
하프파이프에서도 마찰력을 줄이는 노력이 중요하다. 높이 뛰어오르기 위해서는 위치에너지를 온전히 손실 없이 운동에너지로 바꿔야 하고, 이 운동에너지를 벽을 타고 오르며 높이 올라야 고난이도의 연기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슬로프의 경사를 높여 중력을 잘 활용하거나, 보드와 눈 사이의 마찰력을 줄여야 한다. 보드와 눈 사이의 마찰력을 줄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먼저 보드 자체의 마찰력을 줄인다. 보드 밑면에 왁스를 발라 더욱 미끄럽게 만들 수 있다.
보드가 아니라 눈의 마찰력을 줄일 수도 있는데, 이는 조금 더 복잡해진다. 눈의 상태를 고르게 만들면 만들수록 마찰력은 줄어든다. 눈을 얼려 얼음에 가깝게 만들면 마찰력은 크게 줄어든다. 또한 고체보다 액체가 마찰력이 적기 때문에 섭씨 0도에 가까운 온도 상태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스노보드를 타고 내려가며 보드의 속도에 따라 발생하는 마찰열로 얼음이 녹으며 마찰력을 줄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온도조건을 맞추기는 어렵기 때문에 알파인 활강과 같이 속도가 중요한 경기에서는 눈의 상태를 얼음과 같이 만드는 것을 택한다. 무작정 얼음처럼 만들면 부상의 위험이 높아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각운동량 보존 법칙으로 연기할 자유를 얻어야
선수들이 점프 하는 순간 몸을 펴 각속도를 높여 연기를 펼친다. 사진 출처: shutterstock.com
이제 하프파이프에서 빠른 속도로 내려와 벽을 타고 완벽한 점프를 하기 위해서는 속도 이상의 무엇이 있어야 한다. 해답은 각운동량의 보존에 있다. 운동량이 질량과 속도를 곱한 것처럼, 각운동량은 물체의 관성모멘트에 각속도를 곱한 것과 같다. 관성 모멘트는 회전 질량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이는 물체의 질량 중심에서 회전축까지의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물체가 회전축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관성 모멘트가 커지고 각운동량이 커진다. 각운동량은 항상 보존되므로 물체의 각속도가 증가하면 관성 모멘트는 감소하는 반면 각속도가 감소하면 관성 모멘트는 증가한다.
이런 원리를 하프파이프에 적용할 수 있다. 스노보드 선수들은 각운동량 보존 법칙을 이용해 하프파이프에서 점프를 높이 뛸 수 있다. 먼저 하프파이프를 따라 움직이면 하프파이프의 가상의 중심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회전축을 사용한다. 하프파이프의 벽을 따라 움직일 때는 움츠리고 있다가 점프한 뒤 몸을 펴서 속도를 더 빠르게 하는 것이다. 이는 무게 중심이 회전축에 가까워지고 관성모멘트가 줄어 각속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도 속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미세하게 몸을 제어한다.
이렇게 스노보드 선수들은 가장 훌륭한 연기를 하는 조건을 만든다. 속도와 각속도를 이용해 연기를 하기 위한 충분한 높이를 얻으며, 그 높이에서 4바퀴, 즉 1800도 이상을 회전하는 새로운 연기를 펼치는 것을 목표로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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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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