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안에 물리 교과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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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하다’는 단어에 어울리는 겨울 스포츠는 단연 스노보드다. 스노보드의 역사는 20세기에 시작된다. 1959년 미국 산악지대에서 스키 대신 널빤지를 이용한 것이 스노보드의 시작이라 알려져 있다. 스포츠로 발전한 것은 1960~1970년대 미국에서부터다.
스키와 스노보드는 눈밭을 미끄러져 내려온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생김새와 작동 방법은 매우 다르다. 팔을 사용할 수 있고 정면으로 움직이는 스키와 달리 스노보드는 하나의 판자에 올려놓은 두 발과 다리로만 몸을 지탱하고 옆으로 움직여야 한다. 동작이나 안전 조항도 사뭇 달라질 수밖에 없다. 땅을 박차고 밀어낼 폴대 없이 보드 하나만으로 어떻게 눈밭에서 미끄러져 내려올 수 있을까. 그 비결은 보드를 통한 마찰력의 조절에 있다.
스노보드 속도내기, 마찰력 이해부터
마찰력을 이용하려면 먼저 스노보드의 생김부터 알아야 한다. 스노보드는 ‘보드’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긴 판자 모양을 하고 있다. 진행방향 기준으로 앞과 뒤가 살짝 들려 있는데, 앞을 ‘노우즈’ 뒤를 ‘테일’이라고 부른다. 가운데 부분인 ‘캠버’도 약간 떠 있어서 전체적으로 바닥과 접하는 면을 최소화했다. 눈밭과 완전히 맞닿는 부분은 가장자리에 둘러 있는 ‘엣지’다. 엣지는 보드를 보호하면서 마찰력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 스노보드의 핵심 부위라 할 수 있다.
스노보드를 타면 기본적으로 산비탈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게 된다. 산 위에 있는 사람이 아래로 내려올 때 스노보드를 미끄러지게 하는 힘은 지구 위에 있는 모든 물체가 받는 힘, 바로 중력이다. 여기서 더해 바닥이 물체를 떠받치는 수직항력이 작용한다. 그런데 보드는 비탈에 서 있기 때문에, 아래로 당기는 중력과 밑에서 받치는 수직항력의 방향이 서로 예각을 이룬다. 결국 보드의 방향, 즉 보드를 당기는 힘은 비탈 아래쪽으로 향한다.
스노보드는 스노보드가 내려가려는 방향으로 발생하는 힘과 이에 대응하는 공기저항, 중력, 수직항력, 마찰력이 서로 힘을 겨루며 타는 힘겨루기 게임이다. 사진 출처: dongasnc
여기에 작용하는 세 번째 힘이 바로 마찰력이다. 보드의 아랫면과 눈의 윗면이 만나며 생기는 마찰력과 보드에 탄 사람과 공기가 맞닿아 생긴 공기저항이 보드를 멈추거나 방향을 바꿀 수 있게 해 준다. 결국 스노보드를 산비탈에서 미끄러뜨리게 하기 위해서는 보드에 놓은 앞발 쪽 엣지에 힘을 주고 뒷발 쪽을 들어 바닥면의 마찰력을 최소한으로 줄이면 된다. 비탈 밑으로 당기는 힘이 마찰력보다 커지게 하는 것이다. 반대로 멈추려면 뒤꿈치에 강한 힘을 줘 보드 뒤쪽 엣지가 바닥을 강하게 누르도록 한다. 뒤쪽 발이 앞으로 나가면서 보드의 방향을 진행방향과 수직으로 만들고 마찰력이 커져 보드의 속도가 줄어들면서 멈출 수 있다. 앞발은 액셀러레이터, 뒷발은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셈이다.
보드의 속도 역시 마찰력과 공기저항으로 조절된다. 물체 바닥의 마찰력은 바닥을 누르는 힘의 크기에 비례하고 바닥면과 눈 사이의 마찰계수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 눈 표면의 마찰계수는 1 미만이다. 또한 보드가 빠르게 움직이면 빠르게 움직일수록, 마찰열로 인해 생기는 얇은 물 층이 훨씬 잘 생기기 때문에 얇은 물 위를 미끄러져 내려가는 스노보드는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노보드가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는 공기 중 자유 낙하하는 같은 무게의 사람이 내는 속도보다 빠른 수준이다.
그렇다고 무한정 속도가 올라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공기저항이 여기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공기저항의 크기는 물체가 공기와 닿는 면적 및 물체의 속도 제곱에 비례한다. 즉 스노보드로 빠르게 이동하면 할수록 공기저항이 무섭게 커져 결국 속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스노보드 선수들이 몸을 최소한으로 낮게 움츠리는 것은 공기에 닿는 몸의 면적을 줄여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원심력과 구심력이 ‘터닝’ 포인트!
스노보드 경기를 보면 자유로이 턴을 하거나 아예 360도 회전을 하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과정에도 많은 힘이 작용하는데 특히 중심이 되는 것은 중학교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배웠을 원심력과 구심력, 그리고 관성이다.
과학적으로 원심력과 구심력, 관성에 대해 다시 복습해 보자. 원운동을 하고 있는 물체에는 크기가 같고 방향이 서로 반대인 두 개의 힘이 작용한다. 궤도 바깥을 향해 튕겨나가려는 원심력과 회전의 중심을 향하는 구심력이다. 구심력은 물체에 실제로 존재하는 반면, 원심력은 구심력의 반작용으로서 작용하는 ‘가상’의 힘이다. 즉 둘은 항상 같이 붙어 다니게 되는 한 쌍인 셈이다. 관성은 잘 알다시피 운동하는 물체가 그 운동을 계속 유지하려는 힘이다. 달리던 버스가 급정거하면 안에 있던 사람들이 버스 진행방향으로 한꺼번에 기우뚱하는 이유는, 버스 안에 탄 사람들의 몸에 앞을 향해 달리려는 관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스노보드 선수가 곡선으로 이동할 경우 곡선 바깥쪽으로는 원심력이, 몸 안쪽으로는 구심력이 생긴다. 사진 출처: shutterstock.com
눈밭에서 계속 미끄러져 가는 물체를 생각해 보자. 이 물체가 곡선을 따라 빠르게 이동할 경우, 물체는 곡선의 바깥쪽으로 향하는 원심력을 받게 된다. 이 물체가 속도를 계속 유지하려고 하면 결국 물체는 곡선 바깥쪽으로 튕겨나가게 될 것이다. 이때 원심력을 상쇄할 수 있는 구심력 방향으로 물체를 기울이면 균형이 유지된다. 그럼 반대는 어떨까? 똑바로 눈밭을 미끄러지던 물체가 한 방향으로 몸을 기울이면 그 방향으로 구심력이 작용하며 물체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게 된다. 원심력을 받을 때는 구심력을 만들어 균형을 유지하고, 회전이 필요할 때는 스스로 구심력을 만들어 몸을 돌리는 것이다. 스노보드의 회전 기술도 이와 같은 원리다.
회전하는 선수들을 잘 보면 회전하기 직전에 몸을 살짝 세우고 시선을 회전하려는 쪽으로 돌린 다음, 몸을 회전하려는 쪽으로 기울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무게중심을 회전하려는 쪽에 둠으로써 중력으로 인한 구심력을 만드는 행위다. 이때 이미 내고 있는 속도 때문에 계속 전진하려는 관성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면 쓰러지는 대신 힘의 방향으로 속도의 방향이 바뀌며 몸이 회전한다.
보드의 턴에는 엣지에 의한 마찰력도 한몫을 한다. 회전하려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두면 자연히 그 방향 엣지의 마찰력이 커지고 반대방향은 마찰력이 상대적으로 작아지기 때문에, 결국 보드는 마찰력이 큰 쪽으로 회전하게 된다.
이 기술을 응용하면 회전하면서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엣지를 세워 재빠르게 회전하며 고속으로 하강하는 ‘카빙 턴’은 엣지만 바닥에 닿게 해 보드 중심의 캠버를 최대한 바닥에 가깝게 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되면 이동하는 보드의 마찰력이 최소로 줄어들기 때문에 엣지 방향으로 몸이 회전하면서도 속도가 줄지 않는다. 이번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스노보드 선수들의 멋진 활강과 턴을 보며 그 속에 숨겨진 여러 힘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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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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