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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보이지 않는 전쟁, 첨단 유니폼과 장비

작성일 2018-02-14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선수들 뒤에서 또 하나의 뜨거운 경쟁을 벌이는 부문이 있다. 바로 선수들이 걸치고 타는 유니폼과 장비다. 이들은 선수의 기량을 뒷받침할 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의 기술력까지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참가자다. 우승과 패배의 명암을 가르는 그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기술력을 겨루고 있는 첨단 유니폼과 장비의 세계를 알아보자.

공기저항은 이기고 몸은 보호하고

 

0.001초를 다투는 스피드 종목에서 공기저항을 최대한 줄이며 선수의 몸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유니폼은 첨단 기술로 제작된다. 사진 출처: korea.net


빙상 종목 중 스피드를 겨루는 스피드스케이트와 쇼트트랙은 0.001초 이하의 ‘찰나’가 메달을 가른다. 시간 단축을 위한 기술력의 싸움이 가장 뜨겁게 벌어지는 장이기도 하다. 스케이팅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은 속도를 막는 ‘적’인 공기저항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최대한 가볍고 얇게 만들어진다. 스피드스케이팅의 경우 무게가 150g, 두께는 0.3㎜에 불과하다. 이 두께로 날카로운 스케이트 날로부터 몸까지 지켜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입는 유니폼은 네덜란드의 헌터사가 제작했다. 공기저항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위아래 ‘통짜’인 일체형으로 디자인하고, 몸을 계속 웅크린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ㄱ자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 유니폼을 입고 달리는 선수들은 꼼짝없이 허리를 굽히고 있어야 하지만, 그만큼 스피드는 더 빠르다.  

유니폼 표면에도 숨은 기술이 빼곡하다. 보이지 않게 솟은 작은 돌기들은 기류를 흐트려뜨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장치다. 스케이팅할 때 마찰이 많은 가랑이 부분은 신축성이 강한 마찰 방지 소재로 처리한 대신, 부상을 입기 쉬운 목과 겨드랑이 등에는 두꺼운 방탄 소재를 덧대었다. 그 외의 부분은 움직임이 편한 신축성 소재로 만든다.

‘적진’인 미국 대표팀의 유니폼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대표팀은 2014년 소치 올림픽 당시 열을 배출하는 공기구멍을 도입한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그러나 당시 미국 선수들은 공기구멍을 통해 공기가 옷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속도가 떨어졌다는 불평을 쏟아냈다. 올해는 구멍을 없애는 대신 울퉁불퉁한 패드를 집어넣은 유니폼을 새로 도입했다. 패드는 마치 골프공에 있는 홈처럼 선수가 앞으로 나갈 때 몸을 지나는 공기 흐름을 분산하고 방해 기류를 막아준다. 우리나라 유니폼처럼 ㄱ자 자세를 취하도록 선수의 몸을 강하게 압박하는 기능도 함께 들어 있다.

날이 자유롭게 위 아래로 쏙
유니폼뿐만 아니라 장비의 전쟁도 만만찮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네덜란드는 스케이트 부문의 금메달 5개를 휩쓸었다. 당시 네덜란드의 승리를 이끈 ‘신’은 바로 신기능 스케이트였다. 이들이 신은 ‘클랩 스케이트’는 날이 완전히 고정되지 않고, 발을 디딜 때마다 부츠의 뒷굽에서 날이 분리되는 구조다. 즉 뒤꿈치를 들어도 날은 얼음판에 붙어 있는 것이다. 덕분에 그 전에 만든 가속도가 손실되지 않고 다음 스텝으로 부드럽게 연결된다. 일반 스케이트에 비해 시속 52~54㎞까지 가속력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 후 세계적 트렌드가 된 클랩 스케이트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대활약할 예정이다. 

 

쇼트트랙용 스케이트 날에도 전략이 숨어 있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총길이 111.12m의 트랙을 달리는 경기인 쇼트트랙은 곡선 비율이 48%에 이르기 때문에, 선수들이 경기의 거의 절반을 기우뚱하게 기울어진 채 달려야 한다. 이 때문에 스케이트 날이 부츠 한가운데서 왼쪽으로 쏠려 있다. 곡선 트랙에서 왼쪽으로 기울일 때 원 중심에서 멀어지려 하는 힘인 원심력 줄이고 빙판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다.


각종 첨단 썰매들도 볼거리다. 우리나라에서도 메달을 노리고 있는 종목인 스켈레톤 썰매는 강철 몸체에 유리섬유를 얹은 형태로 제작된다. 이 강철의 강도에 따라 썰매의 특성이 바뀐다. 폭발적인 속도를 내며 맨몸의 선수를 얹고 달려가는 경기 특성상 몸체를 튼튼히 강화한 결과다. 충격을 줄이는 범퍼도 함께 붙어 있다. 또 선수는 주변의 지형지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특수 유니폼을 착용한다. 


엎드려 타는 스켈레톤과 반대로 누워 타는 종목인 루지 썰매는 전통적으로 나무로 만든다. 최근에는 유리섬유나 탄소 플라스틱을 첨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날인 러너는 강철로 제작해 썰매를 튼튼하게 지탱한다.


선수 맞춤형 썰매로 금빛 질주!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오직 한 팀만을 위해 특수 제작된 썰매도 등장한다. 우리나라 봅슬레이 선수팀이 타고 나설 썰매가 그 주인공이다. 이 썰매는 대표팀의 원윤종, 서영우 선수를 위해 현대차가 2016년 가을, 특별히 제작했다. 두 선수의 체형뿐만 아니라 선수가 탑승한 뒤의 공기 흐름까지 면밀하게 고려한 ‘맞춤복’이다.


현대차에서 개발한 봅슬레이 썰매는 바디는 탄소 섬유로 만들어 가볍고 단단하며 내부는 강철로 무게중심이 잡아 코너링시 안정감 있게 코너를 돌 수 있도록 제작됐다. 사진 출처: 현대자동차


먼저 3차원 입체 스캐너로 분석한 두 선수의 체형을 설계에 반영해 시제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시제품으로 ‘풍동 테스트’를 시행했다. 봅슬레이 썰매는 공기의 저항을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만드는데, 이 때 선수들이 탑승한 곳에 생기는 기류가 공기저항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제작팀은 두 선수를 본 딴 마네킹을 시제품에 태워 주행 시험을 거듭하며 탑승석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는 차체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두 선수의 주행 방식과 안전도 함께 고려했다. 두 선수가 선호하는 부드러운 코너링을 제공할 유연한 재료와 안전을 담보하는 강한 소재를 층층이 쌓은 ‘샌드위치 패널’을 적용한 것이다. 탄소섬유와 스티로폼 재질을 이용해 회전할 때는 썰매가 부드럽게 움직이되, 만에 하나 썰매가 뒤집히거나 사고가 생길 경우 안에 있는 선수를 단단하게 지지하도록 만들었다. 선수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부위에는 방탄복 재질을 사용하기도 했다.


받는 힘에 따라 썰매가 떨리는 정도를 수치화하는 과정을 통해 썰매의 진동을 줄이는 데도 신경 썼다. 봅슬레이 경기의 겨우 진동이 크면 안정적인 주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최소화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제작팀은 실험을 통해 힘을 받을 때 진동을 가장 적게 줄일 수 있는 구조를 개발하고, 썰매의 무게중심을 최대한 낮춰 바닥에서 미끄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조금 더 얇게, 조금 더 튼튼하게. 바람을 막아내고 마찰을 이겨내며 몸을 지킬 수 있도록. 그렇게 만든 결과물이 메달 색을 바꿀 수 있길. 올림픽 유니폼과 장비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한결같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을 흘린 그들의 노력이 올림픽 기간 동안 아름다운 결실을 거둘 수 있길 바라는 바다.


「본 자료는 출처 명기시 콘텐츠의 2차 가공 및 배포가 가능함」

(출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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