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얼음 위의 속도 경쟁, 썰매 삼총사.

동계올림픽의 썰매 경기는 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 세 종목이다. 봅슬레이는 핸들과 브레이크가 장착된 강철썰매를 2인 혹은 4인이 타고 경기를 한다. 스켈레톤은 봅슬레이와 같은 코스에서 경기를 치르며, 홀로 썰매에 엎드려 내려오며 미세한 몸의 움직임으로 방향을 조절한다. 루지는 세 종목 중 현재까지 가장 빠른 순간 속도를 낸다. 루지는 봅슬레이나 루지와 달리 출발을 위한 스타트 동작이 없으며 출발 후 경사로에 바로 접어든다. 루지는 썰매 앞에 달린 방향타 쿠펜을 하체로 눌러 방향을 조절한다. 세 종목은 비슷해 보이지만 종목의 특성에 따라 장비의 특성이 많이 다르다. 이번 글에서는 세 종목의 특성에 따른 장비의 구조와 차이를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설명할 것이다.
빙판 위의 F1, 봅슬레이
봅슬레이는 루지나 스켈레톤과 달리 차량형 썰매를 이용해 경기를 진행한다. 사진 출처: shutterstock.com
한국은 현재 봅슬레이 금메달을 바라보고 있다. 2016년 월드컵 2인승 봅슬레이에서 한국의 원윤종, 서영우 선수가 한국의 월드컵 사상 첫 금메달을 땄으며,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봅슬레이는 ‘봅(Bob)’이라는 썰매를 사용하고, 다른 썰매와 달리 브레이크가 달려 있어 결승선이 지난 뒤 브레이크를 사용해 제동한다. 뒷부분에는 스타트할 때 썰매를 밀기 위한 손잡이가 있으며, 조종수 혹은 파일럿은 도르래에 연결된 조정 장치로 썰매의 방향을 결정한다. 썰매는 유리섬유 또는 금속재질의 카울링으로 덮여 있으며, 네 개의 썰매날, 러너가 있다. 이 러너는 금속으로 되어 있으며 뒤쪽 날은 고정되어 있지만, 앞쪽 날은 조종 장치로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크기와 무게가 정해져 있다. 2인승 썰매는 길이 2.7m, 4인승 썰매는 길이 3.8m이며, 너비는 0.67m로 동일하다. 남자 2인승은 팀 멤버와 합쳐 390kg을 넘지 못하며 남자 4인승은 630kg을 넘을 수 없다. 정해진 무게를 넘지 못하면 모래주머니나 납으로 무게를 더 채울 수도 있다.
이렇게 대략적인 재원과 무게가 결정된 이유는 무게가 클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중력은 잘량과 상관없지만, 같은 형태의 썰매일 경우 물체가 무거울수록 낼 수 있는 최대속도가 높다. 단위 질량당 받는 저항력은 무거운 물체일수록 적기 때문이다.
더 높은 속력을 내기 위해 무게 중심도 고려한다. 봅슬레이의 무게 중심 한 가운데에 무거운 사람이 타는데, 이는 무게중심을 안정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속도를 많이 줄이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회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 회전을 위해서는 파일럿 이외의 선수들의 움직임도 중요하다. 선수들이 곡선 구간을 통과할 때 일제히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데, 곡선에서의 무게중심의 이동을 유려하게 하여 최대한 속도가 낮춰지는 일이 없도록 협력하는 것이다.
봅슬레이는 ‘얼음 위의 F1’이라 불릴 정도로 썰매의 1대 가격이 비싸다. 4인승 봅슬레이 1대당 평균 1억 원을 넘는다. 선수들에 맞춰 주문 제작되기 때문에 만들기도 까다롭다. 이에 따라 세계 유수의 자동차업체들이 봅슬레이 개발을 하며 고성능 자동차 개발에 관한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얻는다. BMW는 고강도 저중량 소재, 공기역학, 스티어링, 효율적인 동역학을 고려하여 최적의 썰매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컴퓨터 지원 모형제작, 전산유체역학, 풍동실험, 트랙 실험 등의 최첨단 실험 도구를 사용하여 공기저항을 최소화시키고 무게중심 배분을 최적화하여 이상적인 핸들링을 구현했다. 현대자동차도 2014년부터 자동차가 개발되는 방식 그대로 봅슬레이를 개발했다. 현대자동차는 스텔스기처럼 봅슬레이의 표면을 직선으로 깎아서 공기 저항을 줄였다. 앞좌석에서 공기 저항 요소를 줄이기 위해 앞부분의 공간을 최소화하여 선수 헬멧만 들어갈 정도로 크기를 줄이기도 하였다.
극한의 공포, 스켈레톤
썰매에 엎드려서 트랙을 고속으로 질주하는 경기인 스켈레톤. 우리나라 윤성빈 선수가 금메달에 도전한다. 사진 출처: shutterstock.com
스켈레톤은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짐을 운반하기 위해 사용하던 쇠날 썰매에서 유래하였다. 탑승자가 썰매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몸을 잡아주는 손잡이가 있는데, 이 손잡이의 모습이 사람의 갈비뼈를 닮아 스켈레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썰매의 재질은 섬유 유리와 강철이고, 봅슬레이처럼 무게가 더 나가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무게 규정이 있다. 썰매 무게와 체중의 합이 남자는 115kg, 여자는 92kg을 초과할 수 없다.
스켈레톤은 루지나 봅슬레이 코스와 함께 쓰고, 스타트 방식도 봅슬레이처럼 썰매를 달려서 끈 뒤 엎드려서 타는 방식을 사용한다. 스타트 방식이 봅슬레이와 같이 출발지점도 봅슬레이와 같다. 브레이크는 따로 없으며 엎드려서 타기 때문에 조종방식은 어깨와 발의 미세한 중심이동을 통해 조종한다.
속도는 세 종목 중 가장 느린 편이다. 신체 중 가장 큰 머리가 앞으로 향해 있어 공기 저항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굴이 앞으로 가게 엎어져 타기 때문에 세 종목 중 가장 위험하다. 전복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전하게 대처할 여지가 있는 루지나 봅슬레이와 다르게 스켈레톤은 얼굴부터 사고가 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그래서 썰매의 러너의 구조가 조금 다르다. 봅슬레이나 루지는 강철 날 모양으로 되어 있지만 스켈레톤은 지름 1.65cm의 가느다란 파이프다. 날이 얼음을 파고 들어가 박혀 몸이 튕겨져 나가 얼굴과 벽이 충돌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또 머리와 턱을 보호하기 위해 턱 보호 기능이 있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헬멧을 착용한다.
가장 빠른 루지
누워서 타는 루지는 썰매 종목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를 낸다. 사진 출처: Kris krug
루지는 스위스·프랑스어에서 ‘썰매’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썰매에 누운 자세로 탄 뒤 트랙을 달리는 경기다. 자연 트랙에서 경기가 열리기도 하지만, 올림픽에서는 인공 트랙에서만 경기가 열린다.
스켈레톤과 달리 1인승 경기 이외에도 2인승 경기가 있다. 루지는 스켈레톤과 달리 발이 아래쪽으로 오도록 누워서 타는데, 봅슬레이나 스켈레톤과 다른 지점에서 경기가 시작된다. 루지는 썰매에 누워 경기를 시작하는데, 스타트를 위해 벽에 고정된 손잡이와 바닥을 어깨와 팔, 손힘으로 민다. 스켈레톤은 스타트를 위해 발을 사용하는 반면, 루지는 상체 근육을 사용하기에 훈련법이 상당히 다르다.
루지는 세 종목 중 가장 빠른데, 엎드려 타는 스켈레톤은 사람의 둥근 머리가 앞쪽에 있어 루지에 비해 공기저항을 더 많이 받는다. 최초로 스위스 등지에서 즐기던 루지는 나무 썰매기에 다른 종목과 달리 루지의 썰매는 나무이며, 밑바닥의 날은 강철로 되어 있다. 봅슬레이와 달리 핸들이나 브레이크 등 조종 장치가 따로 없지만, 선수들은 쿠펜이라는 방향 조절 장치가 있다. 쿠펜을 다리 사이에 끼고 썰매의 방향을 조정한다.
다른 종목과 달리 전체 무게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썰매의 무게가 1인승 23kg, 2인승 27kg을 넘어서는 안 되며, 남자 1인승은 13kg, 여자 1인승과 남자 2인승은 10kg의 체중 보충용 재킷을 착용할 수 있다. 무게 보충용 재킷은 선수가 직접 착용해야 하며, 썰매에 붙여서는 안 된다. 무게 중심이 낮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생긴 규정이다.
맨몸으로 썰매를 타는 만큼 아주 위험하다. 간혹 사망 사고가 나는데, 비교적 최근인 2010년에도 노다르 쿠마리슈빌리라는 조지아 선수가 훈련 중 트랙에서 튕겨져 나와 사망했다. 트랙에 따라 다르지만 선수가 받는 최대 중력 가속도도 상당하다. 최대 5G 정도 되는데, 이는 자기 몸무게의 5배의 힘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훈련 받지 않은 일반인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종목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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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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