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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이상적인 스타트와 주행 비법이 승부를 가르는 스피드스케이팅

작성일 2018-02-14

 빠른 속도로 달리기 위해서는 마찰력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가속도를 높일 때는 마찰력을 높여서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마찰력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마찰력을 극대화해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쉽게 미끄러지는 얼음 위에서 힘을 내려면 마찰력이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스피드스케이팅은 발로 힘차게 빙판을 차며 마찰력을 높여 그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얻는 ‘푸시오프’와 마찰력을 줄여 앞으로 잘 미끄러지는 ‘활주’를 함께 하며 속도를 높이는 경기다. 한쪽 발이 마찰력을 최대로 만들며 푸시오프 동작을 취할 때 다른 발은 활주 동작을 취하며 달린다. 이때 활주 동작을 취하는 발은 마찰력을 최소로 만들려고 몸을 스케이트 날에 실은 것처럼 무게중심과 스케이트를 일직선으로 만든다.


스타트 이후 추진력을 얻기 위해 양쪽 발을 진행 방향의 대각선 방향으로 달려 나가는 푸시오프. 사진 출처 : wikimedia


스피드스케이팅에는 뉴턴의 운동 제1법칙, 제2법칙, 제3법칙이 수시로 적용된다. 관성의 법칙으로 알려진 제1법칙은 출발 전에 힘을 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힘을 줘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앞으로 나아가려는 관성에 의해 계속 달리게 되고, 곡선 구간에서 회전할 때 원심력이 나타난다.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면 곡선 구간을 벗어나거나 넘어지고 만다.


가속도의 법칙으로 알려진 제2법칙은 출발할 때 적용된다. 흔히 F = ma라는 식으로 불리는 법칙으로 가속도 a는 힘 F에 비례하고 질량에 반비례한다. 스케이트 선수의 몸무게는 일정하므로, 힘을 최대로 가해야 가속도 커져 속도가 빨라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선수가 더 세게 힘을 가할수록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으로 알려진 제3법칙은 푸시오프를 할 때 계속 발생한다. 한 발로 얼음을 힘 F의 크기로 밀어낼 때, 얼음도 반대의 방향으로 그 발을 힘 F의 크기로 밀어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은 마찰력 외에도 선수들의 체력과 체격조건, 운동기술, 스케이트, 공기 저항 등에 따라 기록이 달라진다. 이 외에도 경기장 온도와 얼음 특성, 빙면 온도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최근 스포츠과학은 이들을 낱낱이 분석해 선수들의 기록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스케이트 장비다.


스케이트 장비가 메달을 좌우한다


속도와 순위 경쟁을 하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스케이트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케이트 기술이 순위에도 크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1998년 나가노올림픽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끈 것도 스케이트였다.

바로 뒷굽과 날이 분리되면서 ‘탁(clap), 탁’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클랩 스케이트’다. 일반적인 스피드스케이팅 스케이트는 날 바닥이 평평하고 두께가 1.0~1.2㎜로 힘을 고르게 받아 잘 미끄러진다. 발목 부위는 다른 종목에 비해 짧게 해 활동성이 높다.


뒷굽과 스케이트날이 분리되는 클랩 스케이트. 사진 출처 : wikimedia


탄성을 이용해 날이 떨어졌다가 저절로 되돌아오는 클랩 스케이트는 발을 옮길 때 뒤꿈치가 떨어져 다리의 피로를 줄이고, 스케이트 날은 얼음판에 계속 붙어 있어 바닥을 밀어내는 힘을 끝까지 낼 수 있다. 스케이트 날이 바닥과 떨어지면 얼음에 힘을 더 줄 수 없어서 속도로 높일 수 없지만, 날이 바닥에 붙어 있으면 힘을 계속 줄 있어 그만큼 속도를 더 낼 수 있는 것이다.


실제 기록에서도 클랩 스케이트를 신고 달리면 일반 스케이트보다 한 바퀴당 0.3초 정도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의 로얄대학 스포츠 엔지니어 션 마우 교수는 클랩 스케이트라 불리는 디자인 혁신이 스피드스케이팅 속도를 3~5% 높였다고 설명했다. 클랩 스케이트를 개발한 네덜란드는 나가노 올림픽에서 5개의 금메달을 차지했는데, 모두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이었다.


100분의 1초 단축이 중요한 출발


스피드스케이팅은 종목에 따라 출발이 다르다. 단거리 종목은 짧은 시간에 속도를 빠르게 높이는 것이 중요한 반면, 장거리 종목은 편안하게 출발해 안정적으로 달리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이상화 선수의 주 종목인 500m는 단거리 종목으로 출발이 매우 중요하다. 출발함과 동시에 빠르게 속도를 높이며 안정적인 주행으로 이어가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출발할 때 최대한 힘을 내며 몸의 무게중심을 빠르게 앞으로 이동해야 한다.

스피드스케이트 출발자세, 오른발은 스케이트 진행 방향에서 70°, 왼발은 진행 방향을 향한다.  사진 출처 : wikimedia


이상화 선수의 출발을 살펴보자. 출발 자세에서 뒷발인 오른발은 스케이트가 진행방향과 70도 이상 꺾은 채이며, 앞발인 왼발은 진행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앞쪽으로 내민 상태다. 이에 따라 몸의 무게중심도 앞으로 쏠려 있다. 이때 무게중심의 70~80% 정도가 왼발에 실린다. 어떤 선수는 출발 전에 왼손으로 바닥을 짚을 정도로 무게중심을 극단적으로 앞에 두기도 한다. 출발 신호에 따라 오른발에 마찰력을 극대화하며 힘을 최대화하고, 왼발은 왼쪽 방향으로 돌리며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출발할 때 스케이트 각도가 정면에서 90도로 벌어지면 얼음을 차고 나가는 힘은 최대가 된다. 하지만 힘을 최대로 주는 만큼 앞으로 움직이는 몸의 무게중심 이동이 늦어져 속도 높이는데 방해가 된다. 반면 각도가 작으면 얼음을 차고 나가는 힘이 약해 속도를 내기 어렵다. 한국스포츠개발원에서 분석한 결과 출발할 때 내딛는 스케이트 날의 각도가 정면에서 50~60도일 때 가속도를 최대로 올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발적인 출발을 자랑하는 이상화 선수


이상화 선수의 강점은 폭발적인 출발이다. 2013년 11월 36초 36이라는 세계신기록을 세울 때 초반 100m 구간 기록은 10초 06이었다. 그리고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2연패하며 금메달을 획득할 때는 10.1초대였다. 2016~2017년 시즌에는 부상으로 기록이 나빠졌다가 최근에 다시 10.2초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상화 선수의 가장 큰 경쟁자로 떠오른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선수는 최근 가장 좋은 기록이 10초 14다.


이상화 선수는 서양 선수들에 비해 체격이 작아 출발에서 속도를 높이는 데 불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다른 선수들이 발동작을 10번 할 때 12번 정도를 할 수 있도록 힘과 속도를 높이는 훈련을 했다. 발동작 횟수가 늘면서 그만큼 추진력이 높아졌고, 초반 기록도 단축됐다. 이 방법으로 초반 100m 구간 기록을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의 10초 29에서 10.1초대로 100분의 10초 이상 단축했다.


하지만 발동작이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속도가 떨어진다. 오른발로 푸시오프를 하면 무게중심이 왼쪽으로 이동하고, 왼발로 푸시오프를 하면 무게중심이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이때 무게중심 이동에 따라 주행방향도 조금씩 자주 바뀌게 되는데, 주기가 너무 짧으면 효율이 떨어져 속도가 줄어든다. 푸시오프를 많이 하면 가속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정면에서 볼 때 속도 방향이 좌우로 자주 이동하면서 정면방향에 대한 속도는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최고 속도를 내려면 각자에게 알맞은 푸시오프와 활주 횟수를 찾아야 하는 셈이다. 이상화 선수는 다른 선수보다 20% 정도 더 많은 발동작을 최적의 발동작으로 선택한 셈이다.


달리기와 다른 스피드스케이팅 팔동작

스케이트날은 대각선으로, 팔은 뒤로 흔들어야 빠른 속도를 얻을 수 있다.  사진 출처 : wikimedia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을 유심히 관찰하면 팔을 휘두르며 달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팔동작은 달리기에서의 팔동작과 차이가 있다. 달리기에서는 팔을 앞뒤로 휘두르는 반면 스케이트에서는 팔을 뒤로 휘두른다. 그리고 스케이트 선수들이 속도를 올릴 때는 팔을 휘두르지 않고 등에 올려놓는다.


이런 차이는 스케이팅에서 다리와 발의 움직임이 방향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달리기에서는 뛰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다리를 밀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오른쪽 발이 뒤로 똑바로 밀리면서 오른쪽 팔이 앞으로 움직인다. 동시에 왼쪽 팔은 왼쪽 발이 앞으로 움직일 때 바로 뒤로 움직인다. 30년 동안 통계학을 연구한 미국 플리머스주립대 물리학자인 조지 투틸은 오른쪽 팔과 오른쪽 다리의 앞과 뒤 움직임은 정확히 반대며, 왼쪽 팔과 다리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앞으로 나갈 때 발을 자세히 보면, 얼음을 뒤로 직각으로 미는 것이 아니라 얼음을 대각선 방향으로 미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얼음을 평행으로 밀어내면 마찰이 생기지 않아 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옆으로 미는 힘으로 발생한 속도가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를 만든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달리기에서 팔은 위에서 볼 때 몸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막으며 균형을 잡아 정면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옆으로 밀기 때문에 팔이 옆으로 움직이며 몸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스케이트 선수는 균형을 잡고, 몸 앞에서 생기는 공기저항으로 인한 항력을 줄이기 위해 몸을 숙이며 달린다. 그리고 직선 주행을 할 때는 팔을 움직이지 않는다. 팔동작은 결승점에 도달했을 때 마지막 힘을 내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본 자료는 출처 명기시 콘텐츠의 2차 가공 및 배포가 가능함」

(출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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