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evolution)

생물이 외계의 영향과 내부의 발전에 의해 간단한 것으로부터 복잡한 것으로, 하등에서 고등으로, 동종(同種)에서 이종(異種)으로 그 체제가 변화해 가는 것. 변화의 내용에 따라 소(小)전화와 대(大)진화로 구분하기도 한다.
진화에 대한 견해는 18세기 이래 되풀이해 나타났다.
생물의 연속성과 가변성이라는 양면성은「흡사하지만 서로 다르다」는 사실에 기초하며, 진화론이란 생물의 다양성을 연속성과 가변성이라는 2개의 기본가정을 바탕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입장이다.
체계적인 진화론은 용불용설(用不用說)이나 획득형질의 유전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J. 라마르크(1744~1829)가 처음으로 제창하고, 19세기 중엽 영국의 다윈에 이르러 확립되었다.
다윈은 그의 저서《종의 기원》(1859)에서 많은 품종개량의 예를 들어 생물의 가변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인위적인 선택에 의해 그 변화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나아가 이러한 인위적 선택과 비슷한 구조가 자연계에도 존재할 것 이라고 유추, 자연선택설을 전개했다.
그는 먼저 생물의 다산성(多産性)에 주목하고, 이는 생물의 무한한 증가를 초래할 것인데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 수의 증가를 억제하는 구조로서 생존 경쟁을 상정했다.
이 개념을 생물의 변이성이라는 또 하나의 사실과 결합시킴으로써 생존경쟁의 결과 살아남아 자손을 남기는 것은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유전하는 변이를 가진 개체라는 자연선택설이 도출 된 것이다.
진화를 증명하는 사실로 지적되는 것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① 2개의 분류군(分類群)의 중간적 형태를 가전 화석이나 현생생물이 존재하고 있다.
② 변화의 경위를 나타내는 듯한 화석 계열, 현생생물의 집단이 발견된다.
③ 분기(分技)를 가진 계단처럼 생물을 분류할 수 있다.
④ 공동된 조상으로부터의 유래를 나타내는 듯한 상동(相同)기관이나 흔적기관이 많이 존재한다.
⑤ 지역마다 특유의 생물이 분포되어 있다는 등이다.
〔생물의 다양성과 계통〕현재 지구상에는 200만이 넘는 종(種)이 존재하지만, 과거에 존재했고 이미 절멸한 것까지 포함한다면 적어도 그 10배 이상의 종이 존재했다는 설도 있다.
종은 서로 구별할 수 없도록 많이 닮은 개체의 집합이며, 어느 정도 이상으로 상위(相違)한 것은 이종(異種)으로 보므로 막대한 수의 다른 종이 존재하는 셈이 된다.
이들 종 사이에는 그 차이나 유사성에서 각양각색의 형상이 있다.
유사성이나 차이의 정도에 의거해 생물을 단계적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돌고래와 상어처럼 외견상의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몸의 구조에는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외견상 많이 닮은 생물은 그 몸의 구조도 닮은 데가 많다.
그러나 외견상 차이가 많은 것이라도 몸의 구조는 많이 닮은 경우도 있다.
예컨대 사람의 손과 침팬지의 손은 외견상으로나 골격상으로 많이 닮았으나, 이들은 외견상 전혀 다른 박쥐의 날개나 고래의 지느러미와 그 골격이나 위치에 있어 공통점이 많다[그림 1].
이들 동물의 골격을 자세히 보면 앞 다리의 외견상 차이는 본질적인 것이 아니고, 특정 부분의 뼈의 상대적 길이의 차이나 일부 뼈의 결락(缺落)·부가(附加)와 같은 부분적 차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예에서처럼 서로 다른 생물에서 구조나 신체에서의 위치관계 등이 유사하다고 인정되는 기관을 상동(相同)이라고 한다.
상동기관은 배(胚)발생과정에서도 공동이고 통일한 배엽(胚葉)에서 출현한다.
이들 상동기관의 유사성은 그들이 공동된 조상의 기관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즉, 공동된 조상에서 유래된 기관이 각각 생물의 생활상의 역할에 따라 부분적으로 변화했다고 보는 것이다.
상동기관의 예로서는 폐와 경골(硬骨)어류의 부레, 또는 여러 모양으로 변한 곤충의 입틀의 상동성 등이 유명하다.
상동기관의 존재는 그들 생물의 공통된 유연관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상동기관이 공동된 조상에서 유래되는 것이라면, 그것을 보다 많이 공유하는 것일수록 유연(類緣)이 가깝고, 그것이 적을수록 유연이 멀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와 같이 상동관계를 바탕으로 생물의 계동을 찾을 수 있다.
오랜 진화의 과정에서 조상종(祖上種)으로부터 다수의 신종(新種)이 갈라져 나오고, 그 갈라져 나온 종에서 또 새로운 종이 갈라져 나오는 현상이 되풀이되어 온 것이다.
이러한 생물의 진화를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그림으로 나타내면 나무와 같은 모양이 되는데, 이것을 계통수(系統樹)라 한다.
파충류에서 조류로의 이행을 나타내는 시조새처럼 서로 다른 분류군의 중간적 형태를 가진 화석이 발견되면 양자의 계통관계는 보다 직접적으로 표시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공동된 조상으로부터 유래된 생물에서 상동기관을 볼 수 있는 것은 그 기관을 만드는 유전자의 한 쌍이 조금씩 변화하면서도 그대로 계승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 된다.
이와 같은 사실은 각양각색의 형질을 지배하는 유전자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으므로 유전자조성(造成)의 유사도(類似度)에서 계동을 구성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개체발생과 계통발생〕생물이 나타내는 시간적 변화에는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종(種)의 진화적 변화로 계통발생이라 한다.
이에 대해 알(卵)로부터 성체가 되는 과정을 개체발생이라고 한다.
진화로 새로운 종이 생겼을 경우에는 개체발생 과정이 변하게 되므로 개체발생과 계통발생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포유류의 개체발생 도중에 새열(-裂)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유생형(幼生形)에 조상동물의 형태가 남아있다고 생각되는 예가 적지 않다.
여러 가지 동물의 계체발생 과정을 비교해 보면, 성체에서의 뚜렷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 유생은 매우 흡사한 경우가 있다[그림 2].
이와 같은 사실로부터 E. H. 헤켈은 1866년「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의 단축된 급속도의 반복이다」라는 생물발생원칙 또는 반복설이라는 가설을 제창했다.
이 가설에 의거, 현생생물의 조상형을 유추하려는 시도도 있지만, 이 원칙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항상 새로운 변화가 개체발생 과정에서 다음 세대로 계속 추가되면서 진화가 일어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발생하는 도중에 성숙해 성체가 되어 그 앞의 과정이 없어지는 그런 형태의 진화를 생각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개체발생과 계통 발생과의 관계는 헤켈이 말하는 것처럼 단순하지는 않다.
후자와 같은 변화를 네오테니(neoteny)라고 하며, 곤충류는 다지류의, 척추동물은 극피(棘皮)동물의 네오테니형으로부터 진화되었다는 설도 유력하다.
〔샘물의 연속성〕새로운 종은 다른 종에서 유래된다는 입장은 궁극적으로는 전체 생물의 공동된 유래라는 문제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이것을 나타내는 증거는 과연 있는가?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전암호(genetic code)의 공통성이다.
생물의 유전정보는 핵산(核酸)분자 중의 염기(鹽基)의 배열이라는 형태로 전달되는데, 그것을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기 위한 암호규칙, 즉 유전암호는 전체 생물에 기본적으로 공통된 것이지만, 미토콘드리아DNA(디옥시리보핵산)에서는 약간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유전암호 결정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우연성이다.
예컨대 리보핵산(RNA)에서 우라실(uracil)이라는 염기가 3개 배열된 것은 페닐알라닌이라는 아미노산을 뜻하는 암호(code)이지만, 그것이 페닐알라닌을 의미하는 필연성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즉, 그것이 다른 아미노산을 의미하는 암호라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
따라서 유전암호는 우연히 결정되었다고 할 수밖에 없고, 그러한 우연의 일치가 모든 생물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모든 현생생물은 이와 같은 대응관계를 우연히 만들어낸 단일생물을 공통의 조상으로 하고, 여기서부터 파생되어 온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구상의 생명의 기원을 본격적으로 처음 고찰한 사람은 A. I. 오파린(1894~1980)이다.
원시 지구에서 가장 간단한 탄소화합물로부터 아미노산·핵산염기·탄수화물 등이 먼저 생성되고 뒤이어 이들 물질에서 생명현상에 가장 기본적인 단백질이나 핵산이 생성되었으며, 많은 단백질과 핵산이 모여, 외부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해 자기복제(自己複製) 능력을 갖는 원시생명이 탄생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단순한 화학물질로부터 복잡한 분자가 형성되어 생명의 출현에 도달하는 과정을 특히 화학진화라고 부른다.
지구는 대략 45억 년 전에 탄생되었고 최초의 생물 화석은 약 30억 년 이전의 지층에서 발견되므로, 지구상에 약 15억 년에 걸친 화학진화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이 된다.
〔종(種)형성의 양식〕현생생물의 수많은 종이 공통된 조상으로부터 진화되어 왔다고 한다면, 조상 종은 둘 혹은 그 이상의 종으로 분기되는 과정을 번번히 되풀이해 왔을 것이다.
그 분기과정을 종형성 또는 종분화라고 한다.
새로운 종의 형성에는 3개의 기본양식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림 3]의 (a)는 가장 널리 인정되는 양식으로서 이소적(異所的) 종형성이라고 한다.
어떤 생물집단(개체군)이 지리적으로 연속해 분포하고 있던 단계에서, 어떤 원인에 의해 지리적으로 격리된(유전자 교류가 단절된) 상태가 되어 각기 자기 지역에서 별도의 자연선택압(自然選擇壓)을 받아, 다시 분포역이 접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이미 잡종형성(交配)이 불가능할 정도로 분기된 경우이다.
집단을 격리시키는 장벽으로서는 지리적 요인, 즉 대륙이동이나 도서화(島嶼化) 및 빙하형성과 대양도(大洋島)로의 이동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대해[그림 3]의 (c)는 동소적(同所的) 종형성이라 하며, 집단에 지리적인 분단이나 격리 없이 분기가 생기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동일 개체군 내에서 어떤 형태로든 생식의 격리가 일어나야 한다.
서식장소가 다르다거나 생식시기가 계절적으로 다르다거나 다양한 행동형태가 배우관계에 영향을 준다거나 하면 이러한 분기가 생긴다.
[그림 3]의 (b)는 측소적(側所的) 종형성이라고 하며, 앞의 2가지의 중간적인 양식이다.
개체군이 거의 연속적으로 접속해 분포되어 있는 경우가 이것에 해당되며, 많은 지리적 기울기(勾配)를 볼 수 있는 집단의 종형성은 이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종형성의 기본 과정은 단순히 외적 요인에 의한 격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종은 어떻게 분화되었을까? 이것은 유전자의 조성변환, 돌연변이, 유전적 부동(浮動), 유전자 중복 등 여러 가지 양상의 변이가 총체로서는 무작위로 생겼을 뿐만 아니라 자연선택의 여러 방향성 혹은 규정성이 관여된 것이라고 본다.
선택(도태)의 단위, 즉 무엇에 대한 적응인가 하는 문제는 다윈 이래 막연하게 개체에서의 적응이 문제가 되어 왔다.
W. D. 해밀턴은 1964년 이타적 행동(사회적 행동)의 진화를 섣명하는 것으로서, 군(群)도태설 대선에 포괄적응도(包括適應度)의 개념을 제창하고, 동조(同祖)유전자의 적응도는 개체의 적응도로서 다음 세대에 유전한다고 주장했다.
76년 R. 도킨스는, 적응은 유전자에 대해서는 이롭다는 생각에 입각, 선택되는 것은 유전자, 즉 자기복제자라는 설을 제창했다.
개체나 개체군의 선택(집단선택)은 도킨스에 의하면 유전자의 매체(운반체)의 선택이며, 그것은 유전자의 선택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생물학적인 개체는 독특한 유전자형과 표현형을 갖고 있다.
유전자형이라는 것은 개체가 속하는 개체군의 유전자 풀(pool)의 구성부분이다.
표현형은 번식의 성공을 두고 다른 표현형과 경쟁·상호작용을 한다.
이 성공도, 즉 적응도는 여러 양상의 표현형 효과와 작용한 결과 상대적으로 결정된다.
즉, 조건에 따라 어떤 표현형이 유리한 경우도 있지만 불리할 때도 있다.
자연선택은 외부로부터의 질서확립의 원리이며, 그러한 표현형 효과의 차이를 규정하고는 있지만, 어떤 유전적 차이 그 자체에 작용한다.
그리고 감수분열(減數分裂)·생식의 과정을 거쳐 유효한 유전자의 조합의 적합성이 높아지고 표현형의 진화가 여러 가지 양상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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