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속의 적혈구만이 어떤 원인으로 파괴되어 안에 있는 헤모글로빈이 유출되는 현상. 생리식염수 등으로 부유(浮遊)시킨 적혈구가 전부 녹으면 불투명하고 흰빛이 도는 적색을 띤 부유액은 붉은 잉크 모양의 투명한 액이 되어 육안으로도 잘 볼 수 있지만 용액의 정도가 50~60% 이하일 때는 그대로는 알기 어렵다.

이 때에도 액을 원심분리하여 혈구성분을 침전시키면 적색 투명한 맑은 물을 얻을 수 있으며 용혈을 검출할 수 있다.

또 이 맑은 물에 분광광도계를 이용하여 헤모글로빈의 양을 광학적으로 측정함으로써 용혈의 정도를 알 수 있다.

용혈이 일어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 특이적(항원항체반응에 의한)인 것 : 혈구 표면의 항원에 반응성을 가진 항체가 결합하고, 다시 보체가 작용하여 일어나는 면역용혈반응이 그 주된 것이며, 시험관 안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으므로 그 반응은 시료(주로 혈청) 중의 항체(용혈소) · 보체의 검출 · 측정 또는 보체 결합반응시의 보체의 소비 유무를 검사하는 지표가 된다.

혈구에 대한 IgM · IgG성(性)항 체가 이 현상을 일으키는 활성이 있으며, 혈구 · 항체 · 보체를 제공한 동물의 종(種)의 조합에 따라 용혈이 일어나는 정도가 다르다.

이러한 메커니즘에 의한 용혈반응은 자기면역성 용혈성 빈혈 · 신생아 용혈성 빈혈 · 부적합 수혈 · 발작성 한냉혈색소뇨증 등일 때에 체내에서 일어나며, 이것이 심해지면 황달 · 빈혈 등의 증상이나 혈색소뇨증이 보인다.

② 비특이적(항원항체반응에 의하지 않는)인 것 : 물리적 요인에 의한 강한 진탕(振-), 동결융해, 낮은 삼투압(수용혈) 때문에 일어나는 것과 산(酸) · 알칼리에 의한 pH의 강한 변화, 사포닌 · 담즙산, 그 밖의 계면활성제나 리소레시틴 · 염화암모늄 등 약품의 화학적 요인에 의한 것이 있다.

여기에 속하는 용혈에는 생물에서 유래한 독소와 효소에 의한 것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