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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장마, 사라지나?

작성일 2011-10-07

 

여름 장마, 사라지나?

 

우면산 산사태로 뻘밭으로 변한 남부순환로 양재 구간.

집중호우의 강도가 심해지고 여름 내내 비가 오면서 산사태와 같은 재해 위험이 커졌다. ⓒ : 동아일보

 

파릇파릇 새 기운이 꿈틀대는 오월이 지나면 따뜻했던 봄이 언젠가 싶게 길고 지루한 우기가 시작된다. 우울할 만큼 궂은 날씨가 이어지는 이 기간은 6월 중순부터 7월까지 이어진다. 결코, 쾌적하다고는 할 수 없는 날씨지만 한편으로는 논에 물을 대풍년을 기약하고 뙤약볕 가득한 여름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이렇듯 봄을 끝내고 여름을 준비하는 장마는 한반도 여름 날씨의 가장 특징적인 현상 중 하나다.

 

장마는 매우 오랫동안 지속된 기상현상으로 ‘긴 장마 후 불볕더위’라는 패턴이 여름 날씨의 공식처럼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우리가 장마라는 말을 쓴 지는 500년에 달한다. ‘장마 백서’에 따르면 장마의 어원은 15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오랜’의 한자어인 ‘장(長)’과 비를 의미하는 ‘마ㅎ’를 합성한 ‘댱마ㅎ’에서 유래했다. ‘마ㅎ’는 물(水)의 옛말로서 ‘말갛다’, ‘맑다’라는 뜻이다. 1700년대 후반에는 ‘쟝마’로 표기했는데 일제강점기 이후 현재 사용하는 ‘장마’로 변했다고 한다.

 

 

장마 기간 기단의 배치.

한반도의 장마에는 다양하 기단이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기상청

 

 

장마는 왜 나타날까?

 

일반적으로는 장마를 ‘여러 날 계속해서 내리는 비’ 정도의 의미로 사용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내리는 비’가 장마다. 그래서 며칠씩 계속 비가 온다고 하더라도 장마전선을 동반하지 않으면 장마라고 부르지 않는다. 장마의 특징은 어마어마한 강수량에 있다. 대략 한 달에 불과한 장마 기간 평균 400~650mm의 비가 쏟아지는데 이는 연 강수량의 30%에 해당한다. 짧은 기간에 많은 비가 집중되고 연일 축축한 날씨가 이어지다 보니 장마는 태풍과 더불어 수해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였다.

 

장마는 한반도에만 고유한 현상은 아니다. 장마는 넓게 보면 육지와 바다의 기압차로 계절에 따라 바람이 달리 부는 ‘몬순’ 기후대에서 종종 나타나는 현상으로 대륙과 해양이 맞닿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나타난다. 애초에 몬순이라는 말 자체가 아랍어에서 계절을 뜻하는 마우심(mausim)에서 유래한 것으로 중세시대 인도양을 항해하던 아라비아인이 만들어낸 말이다.

 

몬순은 다른 말로 계절풍 기후라고도 하는데 이름 그대로 계절에 따라 다른 바람이 부는 기후를 뜻한다. 물은 흙에 비해 비열이 커서 똑같은 양의 열을 받아도 온도가 덜 오르고 식기도 천천히 식는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대륙 쪽이 빨리 뜨거워져서 팽창하고 그 결과 강한 저기압이 발생한다. 반대로 겨울철에는 여름내 따뜻해진 해양이 대륙보다 천천히 식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기압이 강하게 발생한다. 대륙과 해양의 기압차로 계절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일정하게 바뀌며 이러한 바람을 계절풍, 계절풍이 나타나는 기후를 몬순이라고 부른다. 계절풍은 인도와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나며 계절풍의 영향으로 특정 시기에 강수량이 집중되기도 한다. 많은 비로 유명한 인도의 체라푼지(Cherrapunji) 지역은 11000mm~12000mm에 달하는 연 강수량 중 90% 이상이 6월에서 8월에 걸친 우기에 내린다. 체라푼지의 7월 강수량은 3000mm에 달할 정도. 이 정도면 한국 기준에서 집중호우로 분류되는 비가 한 달 내내 내리는 수준이다.

 

몬순 기후대에서 특정 시기에 비가 많이 오는 이유는 바다 쪽의 습기를 잔뜩 머금은 따뜻한 공기가 북쪽의 축축하고 차가운 공기와 만나서 전선을 만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반적인 전선과 달리, 장마철에 만나는 기단은 세력도 비슷해서 팽팽히 맞서는 바람에 전선이 움직이거나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 그래서 장마를 일으키는 전선을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여 ‘정체전선’이라고 한다. 이웃인 중국과 일본도 매년 여름마다 이렇게 발생한 정체전선의 영향을 받았다. 예부터 여름철의 장마를 일본에서는 츠유(梅雨, 바이우라고도 읽는다.), 중국에서는 메이유(梅雨)라고 불렀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바이우는 열대몬순과 북태평양고기압, 오호츠크해기단 세력에 영향을 받으며, 일본의 메이유는 열대몬순과 대륙성기단 사이에서 발달한다. 하지만 장마는 주변의 모든 기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바이유나 메이유보다 복잡하다.

 

매년 서로 성질이 다른 기단들이 만나는 시기가 비슷해서 장마가 시작되는 날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반면 장마가 끝나는 시기는 변동폭이 큰 편이다. 장마 시작은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의 북쪽방향 확장이, 8월 이후에는 오호츠크해고기압 세력의 남쪽방향 확장이 주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장마가 사라질까?

 

장마는 동아시아 기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긴 장마 후 불볕더위’라는 전형적인 여름 날씨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2011년 여름도 뚜렷한 강우 없이 7월이 지나가고 한참 더워야 할 8월에는 맑은 날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비가 쏟아져서 막대한 수해와 농작물 피해를 일으켰다. 반면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나타나야 할 9월은 늦더위의 연속이었다. 장마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여름 날씨의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한편 좁은 지역,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많은 비가 퍼붓는 집중호우가 많아졌다.

 

연간 하루 평균 강수량의 변화.

1994년 이후 자료는 여름철 내내 고르게 비가 왔음을 보여준다. ⓒ 기상청  

 

이는 통계자료로도 확인할 수 있다. 연 강수량은 증가하고 강수일수는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강수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8월 이후의 강수량은 전형적인 장마가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집중호우로 말미암은 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여름철 집중호우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 많은 수증기를 머금은 공기가 찬 공기와 만나거나 자체적으로 불안정해지면 짧은 시간(6시간 이내) 동안 강하게 비를 뿌림으로써 나타난다.

 

통계를 살펴보면 1990년대 중반(1994~1996) 이후로 장마가 끝나는 때는 느려지고 8월 이후 첫 비가 오는 때는 빨라지고 있다. 결국, 전통적으로 장마와 8월 이후 내리는 비 사이에 존재했던 건조한 기간이 짧아지고 장마 기간과 8월 이후의 강우량이 비슷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전에는 장마철에 집중됐던 여름철 강수가 여름 한 철 내내 비가 오는 것으로 바뀌면서 장마와 이후 기간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여름철에는 언제고 비가 올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2011년 여름만 해도 날씨에 관계없이 우산을 들고 다닌 사람들이 많았다.

 

이와 함께 나타난 특징은 여름철 공기의 움직임이 불안정해지면서 집중호우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12시간 이내 80mm 이상의 강수량을 보인 집중호우가 1990년대 이후 자주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피해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번 여름에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대형 산사태가 일어나고 주요 도심이 침수될 정도로 강한 집중호우가 잇따랐다.

 

 

연도별 집중호우(80mm/12h 이상 강우) 빈도변화. 자료제공 : 기상청

 

대다수 국민은 여름철에 비가 지속적으로 내리는 현상을 장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장마가 끝났다고 하면 마치 여름철에는 더 비가 오지 않고 뙤약볕과 무더위만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반면 기상청에서는 장마전선이 형성되면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하고 전선이 우리나라 부근에서 물러나면 장마가 끝났다고 선언한다. 이처럼 기상학계에서 보는 장마와 현실에서 경험하는 장마가 달라지다 보니 요즘처럼 여름철 강수가 장마 기간에 집중되지 않을 때는 장마가 끝났다고 말하는 것이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 기상청에서 2008년부터 장마기간에 대해 예보를 하지 않은 까닭은 실제로 장마가 사라졌다기보다 여름철 강우 패턴의 변화로 장마 예보를 잘못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마가 사라지지는 않았다고 해도 온난화의 영향으로 강우 패턴이 바뀌었다는 점은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여름 강우 패턴이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들어서는 징조 아니냐며 우려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지나치게 섣부른 판단일 가능성이 크지만, 여름철의 집중호우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피해가 속출하는 만큼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한국은 장마 후 건조한 불볕더위라는 여름 날씨를 겪어 온 터라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나 공공시설의 호우 대책이 전통적인 여름 날씨를 기준으로 발달했다. 여름 날씨가 예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별로 없는 이상, 변화한 기후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상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새로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팁]

* 얼음을 넣은 찬 공기와 가열한 따뜻한 공기를 갑자기 만나게 해본다. 또 주변에서 비슷한 현상을 찾아본다.

- 더운 공기가 찬 공기를 갑자기 만나면 더운 공기의 포화수증기량이 줄어들어서 수증기가 물방울로 응결한다. 미세한 물방울이 한데 모여 뿌연 안개처럼 보인다.

- 차가운 음료를 담은 컵의 표면에는 공기가 컵 주변에서 식어서 수증기가 물방울로 응결하여 맺힌다.

- 겨울철 추운 밖에 있다가 실내로 들어오면 실내의 수증기가 차가운 안경에 닿아 응결하여 안경이 뿌옇게 변한다.   

 

[교육과정]

- 초등학교 6학년, 계절의 변화

- 중학교 3학년, 물의 순환과 날씨 변화

- 고등학교 1학년, 대기와 해양

 

[참고문헌]

김윤미, “슈퍼 장마 부르는 제트기류”, 『과학동아』 2011년 8월호.

김한별, “장마 상식 파괴 … “종료 선언” 뒤 1년 올 비 34% 쏟아졌다”, 『중앙일보』 2011.7.28

『장마백서 2011』, (기상청, 2011)

반기성, 『날씨 토픽 : 21세기 지구촌 최대 이슈 ‘날씨’ 이야기』 (명진출판, 2000)

 

 

글 / 조주영 기상청 기후과학국장

교육팁 /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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