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저 자원의 개발…해양심층수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까지

[환경해양에너지분야 20세기 이후 10대 사건 8]
심해저 자원의 개발…해양심층수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까지
21세기 세계를 돌아보자. 인구는 늘어났고 산업은 나날이 발전했다. 화석연료와 공업기술로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한 덕분이다. 특히 1960년대부터 급속도로 보급된 석유는 물질문명이라는 불을 크게 지폈다. 그러나 65억 명에 이르는 인류가 엄청난 양의 자원을 사용한 결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는 고갈위기에 처했고 환경오염도 심각해졌다.
화석연료의 유효 기간에 대해 영국 석유화학 전문회사인 BP는 ‘석유 40년, 석탄 155년’ 정도라고 주장한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자동차나 컴퓨터를 이용할 수 없다. 편리한 문명을 계속 이어가려면 화석연료를 대신할 새로운 자원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부터 수소경제까지 다양한 대안이 나오는 가운데 바다에서 발견된 해양심층수, 가스하이드레이트 등이 새로운 자원으로 관심을 모으는 중이다. ‘친환경 자원’으로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심해저 자원의 개발’은 20세기 이후 환경·해양·에너지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10대 사건 중 하나로 꼽을 수 있겠다.
순환재생형 청정자원, 해양심층수와 해양온도차 에너지 화석연료에만 의존하는 일상생활과 산업 활동은 재앙을 가져온다고 예견했던 사람은 프랑스 학자 달손벌(D'Arsonval)이다. 그는 1881년 자신이 쓴 논문에서 “인류가 화석연료인 석탄과 석유에만 의존한다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2) 농도는 점점 짙어지고, 지구 온도도 높아지는 온난화 현상이 발생해 지구는 멸망해 갈 것”이라며 “이를 피하기 위해 자연에너지, 특히 해양심층수와 해양표층수(표층해수)의 온도차 발전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층해수는 태양열을 받아 뜨겁고, 아래쪽에 자리 잡은 해양심층수는 차가운 상태로 유지된다. 예를 들어 동해 수심 200m 아래에 있는 해양심층수는 1년 내내 온도가 2℃ 이하에 머무르는 반면 해양표층수는 계절에 따라 변해 겨울에는 8℃ 정도이지만 여름에 26℃까지 올라간다. 이들은 각각의 온도를 유지한 채 서로 서Rdll지 않고 층을 이뤄 흐르고 있다. 이런 온도차를 이용하면 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달손벌의 생각이었다.
※ 해양심층수와 표층해수가 서로 섞이지 않는 이유는?
해양심층수는 햇빛이 닿지 않는 수심 200m 이하의 심해에 존재한다. 이 물들은 4000년을 주기로 대서양과 인도양, 태평양을 순환하는데, 이 과정에서 북대서양이나 남극의 차가운 빙하해역과 만나 섭씨 2도 이하까지 물 온도가 내려간다. 차가워진 바닷물은 비중이 커져 심해로 가라앉게 된다. 무거운 해양심층수가 아래에 자리잡아 바닷물은 안정한 층을 이루고 그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염분의 농도 또한 심층수가 더 짙으므로 이 역시 안정된 층으로 유지된다. 결국 해양심층수는 물은 수심 200m 이상의 표층수와 온도, 염분의 차이로 섞이지 않게 된다. 해양온도차 발전의 원리는 온도차이가 나는 두 개의 방에 비유해 설명할 수 있다. 물을 끓여서 증기를 만드는 방에서는 온도와 압력이 높아지고, 이를 식히는 방에서는 온도와 압력이 낮아진다. 만약 두 방 사이를 파이프로 연결하면 증기가 뜨거운 방에서 차가운 방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런 증기의 움직임을 이용해 터빈을 돌린다면 전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해양온도차 발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1931년 크라우드의 실험 이후 확인됐지만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석유가 대량으로 공급돼 이 필요가 절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석유파동이 일어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 같았던 석유 가격이 치솟자 해양온도차발전 연구가 다시 시작됐다. 미국은 100MW 해양온도차발전플랜트 100척을 만들어 적도 해역으로 보내는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이 장비들로 전력은 물론 수소와 암모니아 등을 생산하자는 계획도 세웠다.
특히 해양심층수나 표층해수는 온도차 에너지뿐 아니라 물, 용존물질 등도 보유하고 있어 복합적으로 이용하면 신재생에너지와 청정자원 확보, 물 순환 등의 목표도 이룰 수 있어 녹색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
불타는 얼음, 가스하이트레이트란?
그림 3 가스하이드레이트의 구조-I 결정구조; 물분자의 공극에 메탄 등 가스분자가 포획되어 있다. 해양심층수와 함께 대체에너지로 주목받는 것 중 하나가 ‘불타는 얼음’이라고도 불리는 가스하이드레이트다. 이 물질은 물 분자와 가스 분자가 높은 압력과 낮은 온도상태에서 형성되는 얼음모양의 고체결정이다. 물 분자는 내부에 5~6Å(1억분의 1㎝) 크기의 공극을 가지는데, 이 공극에 가스분자가 포획된 모양이라고 보면 된다. (그림2 참조)
물론 우리의 눈으로 봤을 때는 5~6Å의 크기가 매우 작게 느껴진다. 하지만 분자 단위로 본다면 이는 매우 큰 공간이다. 결정 내부에 이처럼 큰 공극이 존재한다는 것은 결정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가스 분자와 물 분자는 이 공극을 메우고 안정한 상태로 있기 위해 고압?저온 상태에서 결합하는 것이다. 공극에 들어가는 가스의 종류의 따라 결정구조-Ⅰ, Ⅱ, Ⅲ으로 나뉘기도 한다.
가스하이드레이트의 발견 가스하이드레이트는 1810년 영국의 화학자인 험프리 데이비Humphry Davy)경이 처음 발견했다. 러시아의 유리 마코곤(Yuri Makogon)은 1964년 시베리아에서 천연 상태의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과학자들이 심해저 퇴적층에 막대한 양의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천연가스’로서 중요성을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일반인에게 처음 알려질 때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니었다. 시베리아 화학공장의 파이프라인 폐쇄사고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1930년대 석유화학공업이 발전하면서 화학공장에는 가스나 석유 또는 화학제품을 운반하는 파이프라인이 설치됐는데, 종종 압력가스를 운반하는 파이프라인이 막히는 사고가 일어났다. 파이프라인 속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생겼고, 이것이 파이프를 막았던 것이다. 운송가스는 약간의 수분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파이프라인 안에서 가스와 수분이 결합했고,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파이프라인 폐쇄 사고의 원인이 됐던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천연상태에서 발견되는 것과 다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가스하이드레이트에 대한 실험과 연구가 진행됐고, 천연상태의 가스하이드레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때 가스하이드레이트의 생성압력, 온도, 등의 수치자료가 정리됐기에 해저에 존재하는 가스하이드레이트 분포지역을 추정할 수 있고, 잠재자원부존량도 계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스하이드레이트의 특징 영구동토지역이나 심해저 지층에 고체 상태로 매장된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저온?고압 환경에서 안정된다. 온도와 압력 조건은 물 분자에 포획되는 가스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가스하이드레이트에 일정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금방 물과 가스로 분해된다.
하지만 가스하이드레이트에도 단점은 있다.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분리되는 과정에서 다량의 메탄 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데, 이것이 온실효과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붕괴돼 연약한 해저퇴적층이 무너지면 해저산사태와 같은 지질 재해를 일으켜 해저사면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천연 가스하이드레이트 기초연구를 시작했다. 2007년 동해의 총 9개 지점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채취해 미국, 일본, 인도, 중국에 이어 세계 5번째로 심해저 가스하이드레이트의 부존을 확인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캐고, 이를 연료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글 / 김현주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심층수연구센터장 hjkim@moeri.re.kr 이성록 가스하이드레이트개발사업단장 srlee@kigam.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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