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기술, 생활 속 기술로 새롭게 태어나다

[항공우주천문분야 20세기 이후 10대 사건 5]
우주기술, 생활 속 기술로 새롭게 태어나다. |
20세기 들어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가장 획기적인 사건은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명체로는 처음으로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나갔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아폴로 계획에 의해 1969년 최초로 인간을 달에 착륙 시켰으며, 이후 6번의 달 왕복을 통해 385Kg에 이르는 달 암석을 지구로 가져왔다.
이러한 역사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주 개발은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우리의 삶과는 관계없는 예산낭비라는 비판이 거세다. 아폴로 계획에는 당시 예산으로 250억 달러(한화 약 27조9800억원)이 소요됐으며, 이는 지금 가치로 100조원 이상의 막대한 돈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아폴로 계획에 대해 “400Kg도 되지 않는 달 암석을 얻기 위해 100조원을 쓴 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우주개발에서 당장 눈앞의 성과만 보고 한 비판이다.
실제로 인류가 아폴로 우주계획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성과는 달에서 가져온 돌이 아니라 이 과정에서 개발된 첨단 과학기술이다. 인류가 삶의 터전인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신기술, 한계에 도전하는 극한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개발된 첨단기술은 20세기를 지나며 우주개발뿐 아니라 우리의 삶의 방식을 변화 시키고, 또 풍요롭게 만들어 왔다. 그래서 엘빈 토플러는 그의 2006년 저서 「부의 미래」에서 “우리 인류가 우주로 도약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부를 창조한다”고 예측했다. 이런 의미에서 20세기 가장 중요한 과학사건의 하나는 우주기술이 우리의 생활에 끼친 영향일 것이다.
우주기술의 직접적인 활용, 위성
그러면 그동안 우주기술이 실제 우리 생활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먼저 우주기술은 우주공간을 직접 활용해 우리 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통신위성이다. 지금 세계는 고도 3만6천 Km의 지구 정지궤도에 떠있는 수십 개의 통신위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통신을 하고 인터넷을 즐기고 있다. 또한 라디오, TV 등 다양한 방송 서비스를 받고 있다. 밖에 나가지 않고 편안히 앉아서 정확한 기상예보를 받을 수 있는 것 역시 우주에서 지구의 구름을 끊임없이 관측하고 있는 기상위성 덕택이다. 우리가 구글(google) 사이트의 위성영상지도를 통해 원하는 지역을 손바닥처럼 들여다 볼 수 있게 된 것은 지구를 하루에 10바퀴 이상 돌며 영상을 보내오고 있는 저궤도 관측위성 덕분이며, 여행 갈 때 길을 찾아주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약 2만 Km 상공에 떠있는 24개의 GPS위성이 현재의 내 위치정보를 계산할 수 있는 신호를 보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렇게 우주기술은 직접 우주에서 우리 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림 1 오늘날 다양한 방송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모두 통신위성의 덕택이다. 사진 제공 : 동아일보
그림 2 우주비행사들의 이발. 무중력 상태이기 때문에 진공청소기로 머리카락을 빨아들이고 있다. 오늘날 진공청소기의 시초. 사진 제공 : 미항공우주국(NASA) 아니, 이것도 우주기술? 우주기술에서 파생된 기술 역시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미국의 새로운 상품은 NASA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금 수많은 우주기술이 민간에 이전돼 상용화되고 있다. -우리 집에 숨어 있는 우주 기술 우선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을 둘러보자. 부엌에 있는 전자레인지는 NASA가 아폴로 계획을 진행하며 좁은 우주선 안에서 간단히 음식을 조리할 수 있도록 개발한 장비였다. 가정용 정수기는 원래 아폴로 우주선의 식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이온여과장치 기술로 만들어 진 것이다. 진공청소기도 중력이 없는 우주선에서 심각한 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됐다. 우리가 잘 때 침실에서 편하게 사용하는 메모리폼 베개와 매트리스도 오래전 우주개발의 결과물이다. 1960년대 초 항공우주 엔지니어 요스트는 아폴로 우주선의 개발과정에서 온도에 민감하고 충격흡수와 복원력이 우수한 메모리폼을 개발했다.
이후 스웨덴의 한 의료기업체가 이 기술을 골절 환자의 보호대 및 침구로 사용하다가 오늘날 일반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또 아폴로 착륙선의 포물면 안테나에 사용된 형상기억합금은 온도가 올라가면 원래의 형상대로 되돌아오는 성질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런 특성을 이용 실생활에서는 고급 안경테와 여성용 브래지어 등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한편 우주선에서 화재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NASA는 1970년대 우주실험실 스카이랩을 개발하며 연기를 감지할 수 있는 화재경보장치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현재 주택의 화재경보기로 사용되며 수많은 인명과 재산의 손실을 막고 있다.
-집 밖에서 만나는 우주 기술
집에서 벗어나 차를 타도 우주기술이 기다리고 있다. 앞에서 설명한 내비게이션은 물론 이고 ABS 브레이크도 항공우주기술의 산물이다.
일본의 닛산 자동차는 고체우주로켓의 점화기술을 활용해 자동차 에어백을 만들고 있으며, 우주왕복선의 연료효율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연료전지는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전기 자동차의 핵심 부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무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책상위의 컴퓨터는 우주개발에서 막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지금과 같이 발전했다. 탁상용 계산기의 태양전지는 우주에서 효율적으로 전력을 얻기 위해 개발 된 기술이다. 직접 화상으로 교신과 관제를 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개발된 화상회의 기능도 현대 비즈니스에 빼놓을 수 없는 기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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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야외에서 레저 스포츠 활동을 해보자. 태양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쓰는 선글라스는 우주에서 유해한 태양빛을 차단해야 하는 우주인 헬멧 제작을 위해 특수 코팅기술로 제작된 것이다. 또한 성에가 끼지 않는 특수 스키안경도 우주의 극한 환경에서 성에를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한편 우주로 물체를 쏘아 올리기 위해서는 최대한 무게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우주개발에는 가볍고 튼튼한 재료의 개발이 필요하다. 따라서 최근 많이 사용하는 골프채, 테니스 라켓, 낚싯대 등 스포츠 레저용품은 모두 우주선을 제작하기 위해 개발된 특수재료들을 사용하고 있다.
- 우주기술의 집합소, 병원
그림 4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촬영 등 의료용 첨단 영상기기(위), 로켓연료펌프기술을 활용한 심장펌프(아래)도 우주기술의 힘을 빌렸다. 사진 제공 : 삼성암센터, 미항공우주국(NASA) 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우리가 우주기술을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곳은 병원이다. 심장질환 치료에 쓰이는 레이저 혈관 수술이나 라식 수술은 모두 우주기술인 엑시머 레이저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엑시머 레이저는 미항공우주국(NASA)이 인공위성을 이용해 지구 오존층을 관측하기 위해 개발했다. 하지만 개발 후 파장이 고르고 강력하면서도 다른 레이저에 비해 인체조직이 견딜 수 있는 낮은 온도(섭씨 65도)를 가지는 특성이 알려지며, 이를 이용한 치료법 개발이 활발히 진행됐다. 또한 현대 의료진단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CT촬영과 MRI 영상과 같은 의료용 영상진단장치도 우주기술인 디지털영상신호처리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NASA는 아폴로 11호로 사람을 달에 착륙시키기 전, 달의 지형을 파악하기 위해 1964년부터 레인저 탐사위성을 달에 보내 1만7천여 장의 사진을 획득했다. 그러나 화질이 너무 떨어져 착륙장소 등 정확한 달 지형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찍어온 영상을 보정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NASA의 로버트 나단 박사는 달 사진자료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고, 이를 컴퓨터로 처리해 화질을 크게 향상 시켰다. 세계 최초로 디지털 영상처리 술은 의료용 영상진단장치 뿐만 아니라 지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것이다. 이후 이 기구 자원탐사, 공장 품질관리 등 실생활에 널리 쓰이게 됐다.한편 근육통증 완화 및 궤양을 치료하는데 쓰이는 광학치료법(PDT)은 NASA에서 개발한 레드 LED(Red LED)를 활용한 것이다.레드 LED는 태양의 10배에 달하는 밝기에도 불구하고 열 발생이 거의 없다.
원래는 미국 우주왕복선 내의 저기압 공간에서 식물세포의 생장을 연구하기 위해 개발됐으나, 이후 동물 세포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음이 발견돼 이를 이용한 치료법이 개발됐다. 이 기술을 처음 상용화한 것은 퀀텀 디바이스(Quantum Device)사(社)로, ‘WARP10 자가 치료기’를 군용으로 개발해 잠수함 승무원 및 특수부대원에게 지급했다. 인간이 중력이 없는 우주공간에 오랫동안 머무를 경우, 피가 몰려 얼굴이 커지고 칼슘이 빠져나와 골다공증이 생기는 반면 허리 디스크는 좋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 미국에서는 이 원리를 이용한 디스크 치료법도 개발됐다.
일본도 우주기술 활용에 열심이다. 일본 우주청은 1992년 JERS-1 지구관측위성을 발사했는데, 여기에 쓰인 CCD센서의 분광화상해석기술을 응용해 과일의 당도를 즉시 알 수 있는 측정센서를 상용화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 원리를 이용해 의료용 혈당측정장치도 개발 중이다.
21세기, 우주활용분야 중요성 커질 것
이제 21세기의 우주개발은 지난 세기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새로운 우주개발이 우선 선행되어야 하고, 우주기술을 민간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도 고심을 해야 한다. 이 분야의 중요성은 점차 증가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우주개발은 대부분 국가의 전략적 필요에 의해 추진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국가수요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고 관련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실제적인 우주활용분야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교육팁] 우주 기술이 생활 속에 자리 잡은 것 중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우리 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은 어떻게 찾아가려는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을까? 그 원리를 간단히 알아보자. 내비게이션에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수신기가 들어있는데, 지구 위 약 2만km 상공에 떠 있는 24개의 GPS 위성들이 현재의 위치 정보를 계산할 수 있는 신호를 보내준다. 기본적으로 GPS는 삼각 측량의 원리를 사용하는데, 24개 위성 중 3개 이상의 위성 데이터를 수신하게 되면 삼각 측량 원리에 의해 GPS 수신기의 위치가 계산된다. 위성들은 원자 시계를 쓰기 때문에 모두 같은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위성에서 오는 신호의 시간 차이를 이용해 목표물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이다.
GPS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로 인해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의논해보자. -예상 답변: 사고가 많이 나는 지역이 어디인지 알려 주어 편안한 마음으로 운전할 수 있게 도와준다. / 음성으로 안내해 주기 때문에 장거리 운전 시 졸음을 쫓아준다. / 휴게소 위치 등 원하는 위치 정보를 정확히 알려주어 길을 헤매지 않게 해준다.
[교육 과정] - 초등학교 5학년 실과, 우리 생활과 전기, 전자 - 중학교 1학년 실과, 미래의 기술 |
글 / 백홍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 phy@ka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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