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도심여행, 차세대 신교통시스템

한국 대도시 교통망의 핵심은 버스와 지하철이다. 전통적으로 버스는 단거리 이동을, 지하철은 중장거리 이동을 담당했으나 근래 간선급행버스체계(BRT)가 확대되면서 버스의 중장거리 분담률이 높아지고 있다. 두 가지 교통수단은 상호 보완적으로 조밀한 대중교통망을 구성하여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로부터 부러움을 살 정도로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버스와 지하철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틈새가 있다. 한국의 대도시 환승시스템은 비교적잘 구축된 편이지만 지하철과 간선버스가 이르지 못하는 지역을 지선버스와 마을버스만으로 커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재개발 등으로 신시가지가 형성되는 경우나 구시가지의 밀도가 높아지는 경우 폭증하는 교통수요에 대응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버스는 수송력에 한계가 있으며 지하철은 사업규모가 너무 커서 쉽사리 건설하기 곤란한 까닭이다.
이에 대비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바로 ‘신교통시스템’이다. 신교통시스템은 버스와 지하철 양쪽의 장점을 취한 교통수단으로 주로 전기를 이용하여 친환경적이고 궤도를 이용한 버스에 비해 정시성이 높으며 굴착이나 대규모 역사 등이 필요하지 않아 지하철에 비해서는 가설비용이 저렴하다. 이러한 장점 덕에 여러 지자체에서도 신교통시스템 운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신교통시스템으로는 기존 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BRT나 M버스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지만가장 핵심은 경전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전철은 지하철의 정시성과 운송량을 살리면서도 공사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데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도심에 가설하는 데도 부담이 없어 이미 전국 각 도시에서 사업을 추진 중이거나 검토중이다. 경전철 중심의 신교통시스템은 정부의 철도우선정책과도 맞물려서 탄력을 받고 있다. 녹색성장을 기조로 내건 만큼 탄소배출량이 많은 도로보다 철도의 역할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간 것이 바로 차세대 신교통시스템이다. 차세대 신교통시스템이란 말 그대로, 현재 신교통시스템의 다음 세대를 말한다.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된 일반적인 신교통시스템들은 세계적인 경쟁회사가 많기 때문에, 세계시장 진출에 어려움이 있다. 그럴 바에 차세대 교통수단을 먼저 개발하여, 세계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 차세대 신교통시스템의 취지다. 차세대 신교통시스템은 한국철도연구원 등에서 개발에 착수하여 지난 5월 여수 엑스포에서 무가선 트램과 바이모달 트램을 최초로 선보이는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도심 교통의 미래를 책임질 신교통 시스템은 과연 어떤 것이 연구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한국형 무인운전 경량전철, K-AGT
K-AGT ⓒ 한국철도연구원
매일 1000만 명의 시민이 이용하는 지하철은 도심의 주된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막대한 건설비와 운영유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노선을 건설하거나 기존 노선을 확장하기 어렵다. 게다가 오랜 공사기간동안 심한 정체를 일으키는 도로사정도 문제다. 그래서 최근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경량전철(輕量電鐵, LRT)이 주목받고 있다. 경량전철은 시간 당 5천~3만 명의 수송능력을 갖고 있다. 버스와 지하철의 중간 규모로 중량전철인 지하철보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건설비와 운영유지비가 절반 정도로 대폭 절감된다.
경량전철은 버스와 지하철의 중간 규모로 40~80명 정원인 차량이 2~6개가 이어진 형태다. 중량전철(重量電鐵, HRT)인 서울 지하철이 차량 당 정원수가 150~160명이고 1대 당 6~10개의 차량이 이어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경량전철의 운영유지비는 중량전철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선로 건설비도 1㎞당 300억~500억원으로 지하철(700억~1,000억)의 40~50%에 해당한다.
철도연은 1999년부터 한국형 경량전철시스템 개발을 시작하여 세계 4번째로 만든 ‘K-AGT(Automated Guideway Transit)’를 완성했다. AGT는 고가(高架)에 설치된 전용궤도를 컴퓨터 시스템의 도움으로 자동 운행한다.
K-AGT는 최고시속 70㎞로 객차 1량 당 50~100명이 탑승할 수 있다. 핵심기술은 차량 스스로 운행하는 무인운전이다. 차량 운행에 관한 모든 사항들이 종합관제실과 차량 사이에 주고받는 신호 처리에 따라 제어되면서, 기관사 없이 차량의 가속과 감속, 역 도착, 승객 승하차 등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종합관제실은 CCTV로 객실 내부를 모니터링 하고, 차량의 기기상태를 실시간 감시한다. 만약 고장이 발생할 경우 원격으로 자동복구 조치를 할 수 있다. 또한 차량의 주요 장치를 2중으로 구성해 일부 고장이 발생해도 무인운전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 밖의 장점으로 일반 지하철과 달리 천장에서 전력을 공급하는 전차선이 필요없어 도시 미관에도 좋다. 바퀴 옆에 전력공급시스템을 갖고 있어 차량의 좌우 측면에서 전력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또한 고무바퀴로 달리므로 소음과 진동이 적다. 전체 시스템의 90% 이상을 국산화했으며, 부산지하철 미남~안평 구간을 운행하고 있다.
도로 위 달리는 친환경 열차, 무가선 하이브리드 저상 트램
하이브리드 저상 트램 ⓒ 한국철도연구원
‘무가선 하이브리드 저상 트램(전차)’은 도로 위에 설치된 두 줄의 레일을 따라 운행하는 친환경 열차다. 주 동력원은 차량에 탑재된 2차전지 배터리다. 따라서 무가선, 즉 보통 지하철 철로에서 볼 수 있는 가선이 필요 없다. 가선이란 천장에서 전력을 공급하는 전차선을 말한다. 2차전지 배터리는 차량기지에서 떠나기 전 기지에 설치된 가선을 통해 미리 충전해 놓는다.
기존 지하철처럼 주행 중 가선을 통해 전력을 공급받는 방식에서는 전력의 100%를 공급받지 못하고 에너지 손실이 일부 발생하는데, 이를 감안하다면 무가선 방식은 에너지 손실률을 10% 이상 절감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 열차는 차량 제동시 발생하는 회생에너지를 배터리 충전에 이용하기도 한다. 회생에너지란 열차가 정류장에 멈출 때 계속 앞으로 나가려는 힘이 발생하는데, 이 힘으로 만든 전기에너지를 말한다. 회생에너지를 활용하면 에너지 효율성을 30% 가까이 높일 수 있다.
이 열차는 2차전지 배터리와 함께 압축천연가스(CNG)도 동력원으로 쓸 수 있어 하이브리드를 구현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차량 구동장치가 들어가는 대차(Bogie)의 높이를 낮춰 레일에서 객차 바닥까지의 높이가 30cm 내외에 불과하다. 따라서 버스 승강장처럼 20~30cm의 블록만 있다면 승하차가 가능하다. 또한 건설비용은 기존 일반도로 위에 노면 레일을 설치하면 되기 때문에 지하철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 교각이 필요한 모노레일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소음이나 매연이 없어 친환경적이며, 가선이 필요 없어 도시 미관에도 좋다.
2차전지형 저상 트램은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프랑스 니스의 일부 구간에만 실용화돼 있다. 국내에서는 수준 높은 배터리 기술을 이용해 무가선으로 5~10㎞ 운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이 열차를 만들고 있다. 개발될 차량의 크기는 3량으로 130석의 좌석에 최대 25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최대시속 100㎞까지 낼 수 있지만, 도심에서는 시속 20km로 주행할 예정이다.
바이모달 트램과 소형궤도열차 시스템
바이모달 트램 ⓒ 한국철도연구원
‘바이모달 트램’은 버스처럼 도로 위를 달리기도 하고 지하철처럼 전용궤도를 달리며 자동운전이 가능한 차량이다. 버스와 지하철의 장점을 함께 갖춰 두 가지 모드로 달린다는 의미에서 ‘바이모달(Bimodal)’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겉으로 보면 고무바퀴가 달려있고 일반도로에서도 운행이 가능해 기존 버스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바이모달 트램은 엄연히 철도로 분류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레일 위를 달리는 열차이기 때문이다. 도로 아래에 가설된 자석들이 이어져 레일 역할을 한다. 바이모달 트램이 이렇게 만들어진 전용도로에 들어서면 자석을 따라 자동운전을 하므로 지하철처럼 정시 운행이 가능하다.
필요에 따라 2~3대를 연결하는 것이 가능하고, 어린이와 노인도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탑승 계단이 없어 저상굴절차량의 특성을 보인다. 현재는 지하철처럼 전기모터로 달리는 방식으로 개발돼 있지만, 향후에는 CNG나 연료전지를 전원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수송능력은 버스와 경량전철의 중간 수준이다. 따라서 이동거리와 수송능력에 따라 향후 지하철, 경량전철, 바이모달 트램을 연계하는 도시철도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하다.
한편 ‘소형궤도열차(PRT, Personal Rapid Transit)’ 시스템은 20명까지 탑승이 가능한 소규모 무인 자동운전 궤도차량이다. 탑승한 승객이 원하는 장소를 버튼으로 선택하면 목적지까지 논스톱으로 운행한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형궤도열차는 일종의 궤도택시라고 할 수 있다. 고가나 지상, 지하에 설치된 소형궤도 위를 달리면서 24시간 운행이 가능하다. 다른 종류의 열차에 비해 시공과 유지보수가 쉬운 편이며, 전기에너지를 사용해 친환경적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 중동 등에서도 소형궤도열차를 도입하기 위한 검토 와 연구개발들이 이어지고 있다.
철도는 CO2 소비량이 자동차의 30분의 1 수준으로 환경 파괴가 비교적 덜한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한국의 철도 여객수송부담률은 15.3%로 일본(34.5%)의 절반을 밑돌고 있으며, 화물수송부담률은 7%대에 머물러 미국의 5분의 1 수준이다. 따라서 첨단 철도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더 빠르고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으로서 그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한국 철도기술의 꿈은 이제 한반도를 넘어 유라시아로 뻗어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유럽 대륙까지 12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시속 700㎞의 초고속열차를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철도는 도시 구석구석을 연결하고, 도시와 도시를 빠르게 이어주며, 더 나아가 유럽과 아시아를 넘나드는 미래형 첨단 교통수단으로서 끊임없이 진화해 나갈 것이다.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웹진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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