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멸종시킨 건 혜성이었다”

공룡의 멸종을 부른 6천500만년 전 지구의 대재앙이 거대하고 느린 소행성 충돌 때문이 아니라 작고 빠른 혜성 충돌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미국 다트머스대 연구진은 ‘달과 행성 과학 컨퍼런스’에서 멕시코 유카탄 반도 칙술룹의 지름 180km 충돌 구멍(크레이터)을 재조사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재연구 결과, 이리듐 파편 양 실제보다 적어”
유카탄 반도에 있는 지름 180㎞짜리 이 구멍은 지름 10㎞에 달하는 소행성이 비교적 느린 속도로 떨어져 생성됐다는 것이 기존 학설이다.
과학자들은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광범위한 산불과 지진, 쓰나미를 일으켰을 것이며, 여기서 나온 먼지와 유독 가스가 대기층을 채우면서 몇 년 동안 지구 기온을 떨어뜨려 단기간에 대부분의 동식물이 멸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 구멍이 외계 행성과의 충돌로 생긴 것이라 믿었던 이유는 이리듐 파편 때문이다.
당시 지구와 충돌한 물체의 크기는 운석의 잔해로 추정되는 고밀도 이리듐 파편인데, 이 시기 퇴적층에서 발견되는 이리듐 농도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수준보다 훨씬 높다.
소행성과 충돌하는 지구의 모습(가상) ⓒ 유튜브
그러나 이번 연구진은 앞선 연구와 다른 방식으로 이리듐의 농도를 측정, 파편 양을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실제 파편 양은 더 적어 생각보다 작은 물체가 지구에 떨어졌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구를 진행한 제이슨무어 다트머스대 교수는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인용한 이리듐 양은 부정확한 수치였다”며 “파편 양을 보면 원래 운석은 지름 5㎞ 정도인데 칙술룹의 구멍을 만들 에너지를 가진 소행성이라면 속도가 빠르고 공전주기가 긴 혜성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구와 충돌 물체 중 혜성이 차지하는 비율 10%”
연구진은 충돌 구덩이에 물리적인 시나리오를 사용해 추적한 결과, 지금까지 알려졌던 것보다 작은 물체가 지름 180㎞의 충돌 구덩이를 만들려면 속도가 더 빨라야 했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들에 따르면 공전 주기가 긴 혜성들은 먼지와 암석, 얼음 따위로 이루어진 덩어리로 태양 주위를 매우 긴 타원 궤도를 그리며 도는데 이들의 공전 주기는 수백, 수천년이 보통이고 심하면 수백만 년이 걸리기도 한다.
미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현재 지구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지름 1㎞ 이상의 물체들은 95%가 발견됐으나 1만3천~2만개로 추정되는 지름 140m 이상 소행성은 10%만 추적되고 있다.
이들 중에는 근거리 소행성보다는 혜성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생애의 대부분을 지구나 태양으로부터 먼 거리를 돌고 있다. 이미 지구와 충돌한 대형 물체 가운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수영 사이언스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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