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부모에게서 났는데 왜 키가 다를까"

같은 부모에게서 난 자식인데 왜 형제, 자매들마다 키 차이가 날까. 국내 한 연구진이 그 이유를 밝혀냈다.
부모의 키에 관한 유전자는 어떤 자녀에게는 발현되고, 또 다른 자녀에게는 발현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같은 아시아인 10명 중 3명은 유전인자에 따라 키가 결정되고, 나머지 7명은 키 외 다른 유전자 혹은 환경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김희발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최근 비만, 당뇨, 혈압 등 49개 형질을 분석하고, 소수 유전자가 아닌 다양한 유전자(다인자성)로 사람 형질이 결정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때 키, 고혈압과 같은 특정한 형질이 후손에게 전달될 때 유전자가 미치는 정도를 계산해냈다.
김 교수 연구팀은 “키와 혈압 등 사람의 형질에 유전적 요인 비중을 나타내는 ‘유전력’은 극히 일부였다”며 “사람은 유전체에 퍼져 있는 수많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인간의 많은 형질은 유전인자가 결정한다.
사람의 형태(표현형)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뉘며 한 요인이 크면 다른 요인은 줄어든다. 눈이나 머리카락 색깔은 유전 요인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해 환경 요인이 고려되지 않는다.
키의 경우 유전력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부모의 키가 자녀의 키가 클 확률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유전체 연관분석을 통해 사람 키에 영향을 주는 유전 변이는 50개였으며, 이 가운데 일부(5%)의 유전자만 후손에게 전달돼 표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이 차이를 ‘잃어버린 유전력’이라고 설명했다.김 교수팀은 약 30만개 유전변이를 모두 고려하기 위해 동물육종학에서 사용하는 통계모델을 적용했다. 8842명의 유전과 형질 정보를 수집해 지금까지 표현형을 설명하지 못한 잃어버린 유전력을 확인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사람의 키는 약 32%, 수축기 혈압은 약 25%가 유전인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염색체 길이가 길수록 유전력이 증가하고 유전력이 특정 유전변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인자성을 지지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팀 연구는 아시아인의 유전력 지도를 제공했으며, 49가지 다양한 인간 형질을 다뤘다는 점에서 유럽인이 중심이 된 유전력 학계에서 큰 반향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전학 분야 학술지인 ‘플로스 제네틱스(PLos Genetics)’ 최근호에 게재됐다.
윤수영 사이언스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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