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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환관이 양반보다 오래 살았던 이유는?

작성일 2012-09-25

남성의 평균 수명은 여성에 비해 약 10% 짧은 편이다. 이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포유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지금까지는 그 원인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최근 국내 한 연구진은 조선시대 환관족보(양세계보) 연구를 통해 남성의 수명이 여성보다 짧은 원인이 바로 ‘남성호르몬’에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양세계보는 조선시대 환관들은 생식기관이 불완전한 남자(고자)를 입양하여 대를 잇고 이를 기록한 족보다.

인하대 민경진 교수와 고려대 이철구 교수가 주도하고 국사편찬위원회 박한남 연구원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생명과학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최신 생물학(Current Biology)’ 최신호(9월 25일자)에 발표됐다. 논문명은 The lifespan of Korean eunuch.

사진 왼쪽부터 인하대 민경진 교수와 고려대 이철구 교수

그동안 남성의 수명이 여성에 비해 짧은 원인에 대해 학자들은 여러 가지 가설을 제시해 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남성 호르몬의 분비가 남성의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설이다.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 ‘거세’가 동물의 수명을 연장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거세가 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민경진, 이철구 교수 연구팀은 조선시대 환관들의 족보(양세계보)를 분석해 환관들이 같은 시대 양반들에 비해 최소 14년 이상 오래 살았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환관가문(빨간색)과 양반가문(초록색)에서의 수명.
각 박스는 데이터의 25%-75%를 나타내며 박스안의 수평선은 중간 값 (median)을, 
제일 위와 아래의 선은 각 가문에서 최대와 최소 수명을 의미한다.
 ⓒ 인하대 민경진 교수 연구팀

연구팀이 양세계보를 분석한 결과, 조선시대 환관들은 평균 수명이 70세로, 당시 51~56세를 살았던 양반들에 비해 최소 14년 이상 오래 살았다. 특히 조사한 81명의 환관 중 3명은 100세(上壽)를 누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일부 환관들의 수명은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서도 재확인됐다.

민경진 교수는 “지금까지 다른 문화에서도 환관은 존재했지만, 입양을 통해 대를 이은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해 가능했던 연구”라며 “향후 중년 이후 남성호르몬 차단을 통한 항노화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생물학적 관점에서 역사자료를 바라본 것으로 향후 항노화제 개발이나 남성의 수명 연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승종)이 추진하는 일반연구자지원사업(모험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윤수영 사이언스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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