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하늘은 무섭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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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무섭지 않아 부문 SF소설
도서명 하늘은 무섭지 않아
저자 고호관 외
출판사 사계절
발간일 2016-11-25

책소개

수상작 「하늘은 무섭지 않아」는 SF동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 같은 작품이다. 동화에서 ‘자기 결정권의 훼손’만큼 그악한 현실은 없다. 부모님이 이혼하면 나는 누구랑 살게 될 것인가, 나는 왜 내 맘대로 못 하고 저 주먹짱 말을 들어야 하는가, 마녀는 왜 나를 개구리로 만들어 버렸는가. 이 모든 이야기들이 결국은 자기 결정권이 훼손된 현실의 메타포다. 작가 고호관은 수상작에서 우주를 꿈꾸면 안 되는 사회의 아이들을 보여 준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실험을 통해 폐기된 지식을 조금씩 복원하고, 마침내 작은 로켓을 하늘로 띄운다. 달을 향해 침을 뱉던 아이들이 이제는 목을 꺾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물로켓 하나로 닫혔던 우주를 여는 힘, 그게 바로 SF동화다.
「동식이 사육 키트」는 수록작들 중에서 동화로서 서사가 가장 탄탄한 작품이다. 이 단편을 따로 떼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도 좋겠다 싶을 만큼 완성도가 있었다. 동물과 식물의 중간 형태의 반려생물 ‘동식이’는 아이들이 꿈꾸는 반려동물이며, 더 깊이 해석하자면 세상에 하나뿐인 내 것을 갖고자 하는 욕망의 상징이다. 아이들은 욕망하고, 어른들은 이를 돈벌이에 이용한다. 그 속에서 더 깊이 욕망하고 좌절하고, 판단의 기로에서 갈등하는 아이들은 그 자체로 성장의 메타포다. 자신의 욕망을 조율하고 충돌하면서도 섣부른 윤리적 결론에 도달하지 않는 점은 작가가 어린이의 감성을 깊이 이해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슈퍼히어로, 이 녀석!」은 캐릭터 설정이 돋보이며, 아이들의 눈높이를 정확하게 짚어 낸 작품이다. 주인공 가빈이와 미루는 쓰레기 폐기장의 어린 노동자들이다. 버려진 것들 속에서 쓸 만한 무언가를 찾아내는 일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 가운데 하나다. 아이들의 생명력은 무질서하고 가치가 폄하된 세상을 뚫고 나와 싹을 틔운다. 또한 사이보그 강아지 ‘이 녀석’은 아이들이 꿈꾸는 위로며 히어로다. 사고로 잘못된 신체 부위를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세상이어도, 아픈 마음을 달래 주는 데는 역시 ‘이 녀석’의 축축한 혓바닥만한 게 없다.
「로봇 짝꿍」은 우리 반 왕따가 알고 보니 왕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로봇이라는 설정에서 시작된다. 설정 자체는 그리 새로울 게 없었다. 이미 「수상한 전학생」(김민정, 푸른책들)에서 같은 설정을 보여 준 바 있다. 오히려 이 작품의 매력은 진정성에 있다. 왕따 해결 로봇과 친구로 지내다가, 어느 순간 그 아이를 배반한 주인공(준서)은 평생 동안 그 일을 가슴 아파한다. 결국 친구와 다시 만난 준서는 그때 일을 사과한다. 그 결말이 독자의 가슴을 건드린다. 다만 왕따라는 상황을 힘센 아이가 주도하는 물리적 폭력으로 단순하게 해석한 부분이 아쉬웠다. SF동화 역시 어린이문학이라면, 작가는 어린이가 처한 현실의 복잡하고 내밀한 속살을 들여다보아야 하지 않을까.
「자전거 탄 아저씨」는 선명한 주제 의식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패배감에 찬 어른들의 현실적인 논리에 설득당하지 않고 나의 꿈을 믿는 일! 영원한 동화의 주제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서사 자체가 어린이 독자들에게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갈 확률이 크다. 꿈이 좌초된 아이, 미래에서 온 다른 누군가, 격려와 회복. 기존 판타지 동화에서 상당히 많이 등장한 도식이다. SF의 옷을 입었다 하여 독자들이 이걸 새로운 이야기로 인식할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작품이 주는 감동 자체는 유효하며, 오늘 이런저런 현실로 꿈이 좌초된 아이들에겐 위로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