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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1

DNA 이중나선, 생명의 실체가 드러나다





[보건생명분야 20세기이후 10대 사건 2]


DNA 이중나선, 생명의 실체가 드러나다


 






1953년 4월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은 유전 정보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물질인 DNA의 구조가 이중나선형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로부터 9년 뒤 이들은 생물학계의 가장 중요한 수수께끼를 푼 공로를 인정받아, DNA의 구조를 밝히는데 기여한 또 다른 과학자 모리스 윌킨스와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 하게 된다.






그림 1 왓슨과 크릭의 이중나선 구조 모델. 사진 제공 : 동아일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로잘린 프랭클린도 노벨상을 받았어야 마땅하다고 안타까워한다. 왜냐하면 그녀의 실험 데이터가 DNA의 구조를 밝히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플랭클린은 1958년 백혈병으로 죽어 살아있는 사람에게만 상을 주는 노벨상의 관례에 따라 제외됐다.

훗날 왓슨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실린 인터뷰에서 윌킨스와 프랭클린은 노벨 화학상을, 자신과 크릭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그의 말처럼 됐다면, DNA 구조를 밝히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4사람 모두 노벨상 수상자가 됐을 것이다.



DNA가 유전물질임이 증명

DNA는 1860년대 스위스 생리화학자인 프리드리히 미셰르가 처음 발견했다. 당시 독일에서 활동하던 미세르는 병원에서 수술한 환자의 붕대에 묻어있는 고름에서 백혈구 세포를 채취하고, 이로부터 단백질을 추출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인산 성분이 매우 높고, 단백질분해효소로 분해되지 않는 물질을 발견했다. 당시 미셰르는 이 물질을 ‘뉴크레인(nuclein)’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이것이 오늘날에 우리가 알고 있는 DNA다. 이것이 최초의 DNA 발견이었고, 오늘날 이 사건이 있었던 1896년은 유전학 연구의 이정표를 세운 해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미셰르의 성과는 초기에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었다.

수년 뒤 그레고 멘델은 분꽃을 이용한 실험으로 유명한 ‘멘델의 유전법칙’을 발표했다. 유전에 대한 이론적 기초가 세워지자, 과연 유전자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과제가 떠올랐다. 유전 정보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물질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처음에 학자들은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의 불과 4종류의 염기로 구성된 DNA보다 복잡한 정보를 가진 단백질을 유전물질로 지목했었다.

그러나 1940년대부터 DNA가 유전자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미국 록펠러대 오스왈드 에버리는 열로 죽은 폐렴균에서 어떤 물질이 병원성이 없는 폐렴균으로 전달되자, 갑자기 병원성이 생기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 물질을 분석하자 DNA이었다. 즉 죽은 폐렴균의 DNA가 병원성을 유전시킨 것이다.


실마리를 제공한 ‘염기동량설’






그림 2 DNA 염기 결합에 단서를 제공한 어윈 샤가프의 ‘염기동량설’. 실험결과 아데닌(A)과 티민(T), 그리고 구아닌(T)과 사이토신(C)은 항상 같은 양으로 존재한다.

계속된 연구결과로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사실이 거의 정설로 굳어졌지만, DNA가 어떤 물질인지, 구조는 어떤지, 어떤 방법으로 유전정보를 담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었다. 베일에 싸인 DNA 연구에 풋내기 과학자 2명이 뛰어들었다. 바로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과학자인 어윈 샤가프가 그들에게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1949년 샤가프는 서로 다른 생명체들은 다른 양의 DNA를 가지고 있지만, 아데닌(A)과 티민(T), 그리고 구아닌(T)과 사이토신(C)은 항상 같은 양으로 존재 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염기동량설’로 알려진 이 정보는 왓슨과 크릭이 아데닌-티민, 사이토신-구아닌이 서로 결합한다는 염기쌍의 원리를 밝히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 했다.

당시 왓슨과 크릭은 DNA 구조를 밝히는 연구에서 당대 저명한 과학자였던 라이너스 폴링과 경쟁 관계에 있었다. 폴링은 물질과 결정들의 화학결합 및 구조연구에 대한 지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54년 화학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다. 그는 DNA의 구조가 삼중나선이라고 가정하고, 인산 뼈대가 안쪽에, 염기가 바깥쪽에 있는 모델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가설은 원자가 너무 촘촘히 붙어 있었고, DNA가 어떻게 유전 정보를 갖고 있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X선 회절 사진에서 얻은 영감

왓슨과 크릭도 처음에 DNA가 삼중나선이라고 생각했다. 재미있게도 왓슨은 폴링의 ‘잘못된 가설의 논문’을 들고 윌킨스와 플랭클린에게 보여주려고 떠난 여행에서 DNA 구조를 밝힐 결정적인 단서를 얻는다. 즉 DNA 구조에 대한 잘못된 논문이 결국 DNA 구조를 발견하게 한 셈이다.






그림 3 DNA의 X선 회절 이미지. 왓슨이 DNA의 구조가 이중나선 모양이라고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했다. 사진 제공 : 동아일보

왓슨은 평소 플랭클린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둘은 폴링의 논문을 두고 격론을 주고 받다가 윌킨스의 중재로 겨우 감정을 가라앉혔다. 이날 윌킨스는 플랭클린이 최근에 찍은 DNA의 X선 회절 사진을 왓슨에게 보여줬다. 검은 X자 모양의 사진을 본 순간 젊은 천재에게 DNA가 이중 나선 모양이라는 영감이 떠올랐다. 돌아오는 기차에서 내내 생각에 잠긴 왓슨은 DNA가 이중 나선 구조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곧바로 왓슨과 크릭은 DNA 모형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인산 뼈대는 바깥쪽에 존재하며, 안쪽에서는 염기들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 △아데닌(A)은 티민(T)과, 구아닌(G)은 시토신(C)과 쌍으로 수소 결합한다는 것 △이 같은 형태로 염기쌍을 이루기 위해서는 염기쌍이 사다리의 발판과 같은 형태가 돼야만 한다는 것 △이 때 바깥쪽의 두 가닥의 인산 뼈대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향해야 한다는 등의 중요한 착안점이 제시됐다.

그리고 왓슨과 크릭은 ‘사다리의 발판’ 사이의 거리는 3.4Å(옹스트롱, 100억분의 1m)이며, 나선은 34Å 마다 한 바퀴씩 꼬여 있고, 나선의 지름은 20Å이라는 사실을 밝혀 DNA 이중 나선 모형을 완성했다.


알려진 사실의 완벽한 집대성

이 모형은 윌킨스와 플랭클린의 X선 회절 사진, 샤가프의 ‘염기동량설’ 등 알려진 사실을 모두 만족시키는 매우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이후 왓슨과 크릭은 자주 가던 선술집에서 “우리가 생명의 비밀을 발견했다!”라고 선언하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들이 이중 나선구조를 발견했다 사실을 퍼뜨리고 설명했다.






그림 4 왓슨과 크릭의 DNA 모형. 인산 뼈대는 바깥에 존재하며 4가지 염기는 상보적으로 결합한다.

1953년 3월 7일 왓슨과 크릭은 실제로 높이 180cm의 DNA 모형을 완성했다. 윌킨스도 이모형을 보고 좋아했으며, 동료과학자를 통해 이 소식을 전해들은 폴링도 직접 케임브리지를 방문했다. 면밀히 모형을 검토한 폴링은 그들의 모형이 옳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림 5 네이처에 실린 DNA 구조가 이중나선 모양임을 밝힌 논문. 짧지만 메가톤급 폭발력을 가진 논문이었다. 사진 제공 : 동아일보
불과 3주 뒤인 1953년 4월 25일, 128줄로 이루어진 짧지만 강력한 논문이 ‘네이처’에 발표됐다. 이 논문에서 제시 하고 있는 DNA 이중나선 구조 모델은 오늘날에도 별로 고칠 것이 없는 이상적인 모델이다. 이것은 왓슨과 크릭이 무엇에 기여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시 말해 그들은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한데 모아 완벽한 최종 형태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논문에서 왓슨과 크릭은 “특이적인 염기쌍의 구조를 바탕으로 DNA의 복제 메커니즘 예측이 가능하다”고 언급하였다. 이것은 어떻게 유전물질인 DNA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지를 이해하는데 대한 결정적인 실마리가 됐다. DNA 구조의 발견의 과정이 극적이었던 만큼 그 파장도 충격적이었다. 왓슨과 크릭은 무명 과학도에서 하루아침에 유명 과학자가 됐고, 이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목격한 수많은 총명한 젊은이들이 ‘분자생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몰려들었다.

유전 정보의 흐름을 제시하는 이론인 센트럴 도그마, 돌연변이설, 인간 유전체지도 완성 등 현대생물학의 중요한 개념과 사건이 모두 DNA 구조의 발견으로부터 시작됐다. 왓슨과 크릭의 불꽃같은 2년간의 연구는 21세기 분자생물학이 제시할 미래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았다.





[교육팁]
DNA의 모형을 직접 만들며 DNA 구조에 대해 배워 본다. 우선 4가지 색의 수수깡과 종이를 준비한다.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염기는 색깔이 다른 수수깡으로 정하고, 인산 뼈대는 종이를 1cm의 폭으로 길게 잘라 만든다.
각 수수깡을 아데닌-티민, 구아닌-시토신으로 짝을 지어 서로 연결한 뒤 종이에 차례로 붙인다. 이때 종이를 조금씩 회전시켜 10개 수수깡이 들어갔을 때 한 바퀴를 돌도록 만든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DNA 모형 만들기 키트를 사용해서 만들어 봐도 좋다.
DNA 모형을 직접 만들어 봄으로써 학생들은 DNA 이중 나선 구조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 과정]
- 초등학교 5학년 우리의 몸
- 고등학교 1학년, 유전과 진화

/ 최강열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 kychoi@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