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사노동의 강도를 줄여 준 것은 사실이다. 옛날처럼 여성들이 겨울철 냇가에서 시린 손 불어가며 방망이로 빨랫감을 두드리지 않아도 되고 밥 한 끼 하려고 장작을 패거나 군불을 때지 않아도 된다. 설거지 한번 하려고 지푸라기에 양잿물을 묻혀서 놋그릇을 힘들여 닦지 않아도 된다. 좀 과장해서 ‘버튼’ 한번만 누르면 알아서 해주는 세상이 되었다. 21세기 여성들은 가사노동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미국의 역사학자 루스 코완(Ruth Cowan)은 그의 저서 ‘과학기술과 가사노동’에서 ‘No’라고 단언했다. 코완은 오히려 과학기술의 발전이 여성에게 가사노동의 책임을 더 무겁게 얹어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옛날에는 남자들이 사냥을 하거나 채집을 해서 식량을 구하고 손질도 직접 했고, 빨래나 청소도 남자가 다 도와줬다는 것이다. 즉 가사 일의 공동분담이 척척 이뤄졌으나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육체적으로 강한 남성의 힘이 필요 없어지면서 여성들이 모든 걸 떠맡게 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