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사이언스] 공기 속 탄소를 돌로 만든다? 탄소포집 기술의 진화
2026-06-09

탄소를 돌로 만드는 기술의 등장

1984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 평균 CO2 농도(a)와 증가율(b)을 나타낸 그래프 / ⒸWMO
지구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에너지를 대량으로 사용하며 경제와 산업을 빠르게 성장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었고, 이는 지구온난화와 기후 위기를 가속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습니다.
산업혁명 이전 약 280ppm 수준이었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024년 전 지구 평균 423.9ppm까지 높아졌습니다. 이는 산업화 이전의 약 152% 수준으로, 최근 1년 사이 증가폭도 관측 이래 가장 큰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제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탄소 감축’을 넘어, 이미 대기에 방출된 줄이기 어려운 잔여 배출과 이미 대기 중에 쌓인 탄소를 다루기 위한 ‘탄소 제거’의 시대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출처 : WMO(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Carbon dioxide levels increase by record amount to new highs in 2024’
https://wmo.int/news/media-centre/carbon-dioxide-levels-increase-record-amount-new-highs-2024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후 위기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 주인공이 바로 탄소포집·활용 및 저장기술(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입니다. 이 기술은 거대한 빨대처럼 대규모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착하거나, 발전소와 공장의 배출가스에서 탄소만 골라 분리해냅니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모은 탄소를 화학 반응을 통해 단단한 암석으로 변환하는 ‘광물화 기술’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마치 공기 속의 탄소가 돌처럼 굳어져 지구의 일부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최근 산업계의 탈탄소 흐름과 전력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이산화탄소를 포집, 활용, 저장하는 CCUS 기술의 가치는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도전에 맞서기 위해 과학기술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을까요?
보이지 않는 탄소를 낚아채다, 탄소포집의 원리
탄소포집·활용 및 저장기술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은 대규모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산업적인 용도로 직접 이용 또는 고부가 가치제품으로 전환하여 활용하거나 영구 또는 반영구적으로 격리시키는 기술을 뜻합니다. CCUS는 탄소를 포집하고(Capture), 활용하며(Utilization), 저장(Storage)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각 기술 특성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가스공사 ‘CCUS’ https://www.kogas.or.kr/site/koGas/1030506050000
CCUS 기술은 어디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느냐에 따라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뉩니다.
직접 공기 포집 (DAC, Direct Air Capture) : 우리가 숨 쉬는 ‘일반 대기 공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직접 빨아들이는 기술입니다. 흡착제나 용액 등을 이용해 공기를 포집한 후, 농축·저장 또는 전환하여 대기중의 탄소를 줄입니다.
점배출원 포집 (Point-Source Capture) : 발전소, 제철소, 석유화학 공장 등 대규모 산업 시설의 굴뚝에서 배출가스가 대기 중으로 나가기 전에 이산화탄소를 분리해내는 기술입니다. 배출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기술적 접근이 용이하고 비용 대비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점배출원 포집은 현재 진행 중인 산업 배출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DAC는 과거에 배출되어 대기에 누적된 CO₂를 제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분리해내는 기술
탄소포집의 핵심은 이산화탄소를 다른 기체에서 효과적으로 분리하는 것입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화학약품을 이용한 흡수(absorption) 방식입니다. 이 방식에서는 특별히 제조된 화학용액(흡수제)이 공기나 배출가스를 지날 때 이산화탄소와 화학적으로 결합합니다.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이 흡수제가 이산화탄소를 포착하는 것입니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다시 분리하기 위해서는 가열이나 압력 변화를 이용합니다. 온도를 올리거나 압력을 조정하면 흡수제와 이산화탄소의 결합이 떨어지면서 순수한 이산화탄소가 방출됩니다. 이렇게 분리된 이산화탄소는 이제 활용하거나 저장할 준비가 된 것입니다.
기후 위기의 해법을 암석에서 찾다, 탄소 광물화 기술
이전까지는 가스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지하 깊은 수천 미터 아래 암반층이나 고갈된 가스전에 압축하여 밀어 넣는 ‘저장’ 방식이 주로 쓰였습니다. 하지만 저장된 탄소가 언젠가 누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이를 넘어 탄소를 영구적인 고체 상태로 변환하는 ‘광물화(Carbon Mineralization)’ 기술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탄소 광물화는 이산화탄소가 칼슘, 마그네슘, 철 성분이 풍부한 암석이나 광물과 반응해 안정적인 탄산염 광물로 바뀌는 과정을 말합니다. 자연에서도 암석과 이산화탄소가 만나 광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일어나지만, 보통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이 걸립니다. 과학자들은 이 자연의 반응을 모방해, 포집한 CO₂를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고정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탄소 광물화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성입니다. 일반적인 저장 방식이 CO₂를 지하 공간에 격리하는 방식이라면, 광물화는 CO₂를 화학적으로 다른 고체 물질로 바꿉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탄산염 광물은 쉽게 다시 기체 상태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탄소를 장기간 안전하게 묶어둘 수 있는 방법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모든 지역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적절한 암석 조건, 환경적 위험 요소, 물 사용량, 비용, 에너지 투입량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Q. 광물화와 저장, 뭐가 더 나을까?
둘 다 포집한 이산화탄소가 다시 대기 중으로 배출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지만, 탄소를 다루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탄소 저장은 포집한 CO₂를 압축한 뒤 지하 깊은 암반층, 염수층, 고갈된 가스전 등에 주입해 격리하는 방식입니다. 이미 여러 국가에서 연구와 실증이 진행되어 온 기술로, 대규모 적용 경험과 인프라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앞서 있습니다.
반면 탄소 광물화는 CO₂를 지하에 단순히 넣어두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암석이나 산업 부산물과 반응시켜 고체 광물로 바꾸는 방식입니다. CO₂가 탄산염 광물 형태로 전환되면 장기적인 안정성이 높아지고, 누출 가능성도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광물화가 무조건 저장보다 더 좋은 기술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저장 방식은 대규모 적용 가능성과 비용 측면에서 장점이 있고, 광물화는 장기 안정성과 자원화 가능성에서 강점을 가집니다. 결국 두 기술은 경쟁 관계라기보다, 지질 조건과 산업 구조, 비용, 저장 규모, 활용 목적에 따라 함께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글로벌 프로젝트와 한국의 CCUS 현재 주소
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기술은 이제 실험실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으로 조금씩 확장되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 IEA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약 45개의 상업용 CCUS 시설이 운영 중이며, 700개가 넘는 프로젝트가 개발 단계에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아이슬란드의 직접공기포집 시설인 Orca와 Mammoth입니다. 이 시설들은 대기 중 CO₂를 포집한 뒤, 이를 물에 녹여 Carbfix의 현무암층 저장 방식으로 지하에 주입합니다. 이후 CO₂는 현무암 속 칼슘·마그네슘·철 성분과 반응해 탄산염 광물로 바뀌며 장기적으로 고정됩니다. 특히 Carbfix 실증 연구에서는 주입된 CO₂의 약 95%가 2년 이내 광물화된 것으로 보고되며, “탄소를 돌로 만든다”는 표현이 과학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에서 CCUS 기술은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기술 중 하나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2021년 바이오에너지와 CCS를 결합한 Decatur 프로젝트에서 연간 100만 톤의 CO₂를 저장하고 있으며, 노르웨이의 Sleipner 프로젝트(1996년부터 가동)는 북해 해저 1,000미터 아래 연간 100만 톤의 CO₂를 저장하며 1996년부터 2015년까지 누적 1,550만 톤 이상을 안전하게 격리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을 시행해 저장후보지 선정, 저장사업 허가, 모니터링, 기업지원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중규모 CO₂ 저장 통합실증, 시멘트·석유화학·LNG 발전 배가스 포집, 포집 CO₂를 활용한 콘크리트 탄산화 기술 개발 등 산업 현장 중심의 연구와 실증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CCUS와 탄소 광물화 기술의 핵심은 단순히 탄소를 “잡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어디서 포집할지, 얼마나 적은 에너지로 분리할지, 어디에 안전하게 저장할지, 그리고 일부는 어떤 산업 자원으로 다시 활용할 수 있을지가 함께 해결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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