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입체영상 제작의 과학적 구현 원리

3D 입체영상 제작의 과학적 구현 원리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화제작 아바타, 드래곤 길들이기, 트랜스포머 3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다양한 스토리와 영상표현을 보여준 영화들이었지만 영화를 제작할 때 공통적으로 적용된 기술이 바로 3D 입체영상이라는 점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현재 3D 입체영상은 영상제작의 기술 중에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3D 입체영상은 현존하는 영상기술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과학적 지식과 관련기술이 동원된다. 그렇다면 3D 입체영상 제작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무엇일까?

<3D 입체영화에 사용되는 카메라>

3D 입체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찬찬히 살펴보면 영화촬영에 사용되는 카메라가 한 대가 아니라 양쪽으로 나란히 놓여있는 두 대의 카메라라는 점을 알 수 있다. 3D 입체영상 제작의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3D 입체영상 제작과정에서 한 대의 카메라가 아니라 두 대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이유를 먼저 알아야 한다.

촬영과정에서 반드시 두 대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까닭은 3D 입체영상의 제작이 바로 인간의 두 눈 움직임과 그 움직임을 통한 영상의 습득과정을 모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두 눈으로 사물을 볼까?

우리는 하나의 눈이 아닌 약간의 간격으로 벌어진 좌우 두 눈을 갖고 있다. 우리가 어떤 특정한 사물을 볼 때 좌우 두 눈은 각각 미세하게 다른 영상을 받아들이게 된다. 서로 다른 영상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두 눈이 서로 약간씩 떨어져 있는 신체상의 구조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 좌우 눈 사이에 벌어진 간격을 안간(眼間, Interocular Distance)이라고 부른다. 성인의 평균 안간은 약 6.5cm 정도로 추산된다. 6.5cm의 안간은 눈을 연구하는 안과학자와 의사들이 실험을 통해 검증한 결과다.

안간을 통해 형성된 미세한 좌우영상의 차이는 시차(視差, Parallax)라고 부른다. 시차라는 개념은 간단한 실험을 통해서 알아볼 수 있다. 우리의 두 눈앞에 연필 한 자루를 두고 두 눈을 왼쪽 오른쪽 번갈아 가면서 깜빡여보자. 좌우 두 눈을 교대로 깜박일 때마다 연필이 좌우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연필이 좌우로 움직이는 정도가 바로 시차라고 할 수 있다. 시차가 발생하는 것은 우리의 좌우 두 눈이 각각 개별적으로 영상을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좌우 두 눈을 통해 시차가 만들어진 영상정보는 두 눈 뒤에 연결된 시신경을 통해 시각령(視覺領, Visual Cortex)이라고 불리는 뇌의 특정부위로 흘러 들어간다. 시각령은 다양한 영상정보를 모두 처리하는 일종의 컴퓨터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시각령은 개별적으로 들어온 두 개의 영상정보를 합쳐서 최종적으로는 하나의 영상정보로 융합한다. 이때 우리가 느끼는 입체감이 생성되는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볼 때 느끼는 입체감은 바로 시각령이라고 불리는 뇌의 특정부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사람마다 입체감을 느끼는 정도가 사실 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바로 사람들마다 모두 다른 안간과 시차에 있다. 예를 들어 안간이 넓은 사람은 좁은 사람보다 아까의 실험에서 연필이 좌우로 움직이는 범위가 클 것이다. 반대로 안간이 좁은 사람은 안간이 넓은 사람보다 연필이 좌우로 움직이는 범위가 작을 것이다. 즉 이 말은 안간이 넓으면 시차가 크고 안간이 좁으면 시차가 작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의 뇌는 이 시차정보를 통해 입체감의 정도를 만들어내게 된다. 시차가 크면 입체감이 커지게 되고 시차가 작으면 입체감이 작아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키가 큰 농구선수는 평균키를 가진 사람들보다 안간이 넓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시차 역시 클 것이고 입체감을 크게 인지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키가 매우 작은 아기는 안간이 좁기 때문에 성인보다 시차가 작고 입체감도 작게 느끼게 된다. 즉 사람마다 안간과 이를 통해 생성되는 시차가 다르기 때문에 입체감을 느끼는 정도가 모두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두 눈을 통한 입체감 습득의 과정과 요인을 총칭해서 보통 양안시(兩眼視, Binocular Depth Cue)라고 부른다. 결국 3D 입체영상 제작의 핵심적인 부분은 바로 양안시를 사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3D 입체영상을 촬영할 때 카메라 두 대가 나란히 놓여있는 이유도 바로 양안시의 속성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3D 입체영상 제작 시 사용되는 두 카메라와 우리의 두 눈 사이에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좌우 두 눈의 간격 즉 안간은 늘 고정되어 있지만 좌우의 카메라 사이의 간격은 늘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차이는 우리의 눈은 고정된 두 눈을 통해 늘 일정한 입체감을 얻게 되지만 반대로 입체영상 제작하는 상황에서는 변화하는 카메라의 사이의 간격을 통해 입체감 자체를 크거나 적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3D 입체영상의 기술진은 특정한 연출의도, 영상의 구성, 스토리에 대한 해석 등 다양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두 카메라 사이의 간격을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촬영을 진행한다. 3D 입체영상을 촬영하는 현장에서는 기술진들이 다양한 수준의 입체감을 만들기 위해 두 카메라 사이의 간격을 수시로 좁히거나 넓히는 작업을 하게 된다.

양안시와는 별도로 3D 입체영상 제작에 있어 중요한 또 한가지는 단안시(單眼視, Monocular Depth Cue)라고 부르는 것이다. 우리가 두 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얻게 되는 양안시와는 달리 단안시는 후천적으로 경험적으로 학습하여 얻게 되는 입체감의 인지요인을 말한다. 단안시 요인은 대기원근법, 선형원근법, 진출색과 후퇴색, 사물의 겹침, 텍스쳐 구배, 명암, 운동시차 등 세부적인 여러 요인들로 나뉘게 된다.

대기원근법은 대기의 질감을 통해 가까운 것은 진하게, 멀리 있는 것은 흐리게 표현되면서 얻게 되는 입체감의 요인을 말한다. 동양화에서 공간감을 불어넣기 위해서 흔히 사용하는 농담법 역시 대기원근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3D 입체영화 ‘27년 후에서 연기를 이용해 대기원근법을 표현한 장면>

선형원근법은 소실점을 통해 공간을 기하학적인 형태로 만들어 입체감을 불어넣는 수법이다. 선형원근법은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이 처음 개발하여 사용했으며 기존의 영화나 회화처럼 2D 평면예술이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입체감을 전달하기 위해서 흔히 쓰는 수법으로 발전되었다.

<3D 다큐멘터리 호권에서 1점 소실점 기반의 선형권근법이 사용된 장면>

우리는 색을 이용해서도 미세한 입체감의 표현을 쓸 수 있다. 일반적으로 빨간색처럼 따뜻한 계열의 색은 튀어나와 보이는 느낌을, 파란색처럼 차가워 보이는 느낌의 색은 들어가 보이는 느낌을 무의식 중에 전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똑같은 색이라 할지도 명도와 채도가 높아지면 진출, 반대로 낮아지면 후퇴되어 보이는 색으로 인지된다. 또한 사물의 겹침 정도에 따라 입체감이 달라지기도 한다. 다른 주변사물과 많이 겹쳐있어 온전하게 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면 우리는 그 사물이 멀리 있다고 느끼고 반대로 온전하게 제 모습을 드러낼 수록 가깝다고 느끼게 된다. 공간이 조밀함 정도에 따라서도 입체감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잔디축구장 안에 심어진 잔디를 살펴보면 간격이 넓게 보이는 것은 가깝게 거의 붙어있는 잔디는 멀리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이는 공간의 조밀성에 따라 입체감을 다르게 느낀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현상을 전문용어로 텍스쳐 구배라고 부른다.

사물에 드리운 빛과 그림자를 통해서도 우리는 입체감을 느낀다. 이를 명암법이라 부른다. 운동시차는 사물의 속도차를 통해서 공간감을 느끼게 되는 원리를 말한다. 우리는 운동시차의 원리를 이용해 똑같은 속도를 지닌 자동차라도 빠르게 지나가는 것은 가깝게, 느리게 이동하는 것은 멀리 있다고 느낀다. 단안시 요인은 이러한 세부요인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잘 만들어진 3D 입체영상에는 이러한 단안시 요인들이 효과적으로 연출되어 있다.

 

<3D 다큐멘터리 호권의 단안시의 여러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연출된 장면>

이렇게 입체영상은 양안시와 단안시 요인이 복합적으로 구현되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극장에서 관람하는 3D 입체영상은 앞에서 이야기했던 양안시와 단안시 요인을 통해 입체감이 구현된 영상이라 말할 수 있다.

이는 3D 입체영상을 높은 품질로 그리고 보다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 제작진이 양안시와 단안시라는 과학적 요인의 특징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 용어풀이 사전 ]

용어

설명

안간(眼間)

사람의 두 눈 사이의 간격. 정확히 말하면 동공 사이의 간격을 의미하며 성인의 평균안간은 약 6.5cm.

시차(視差)

좌우 두 눈의 안간을 통해 영상을 받아들일 때 생기는 두 영상 간의 미세한 차이. 영어식 표현으로는 패럴랙스(Parallax).

시각령(視覺領)

시각정보에 대한 종합적인 처리를 담당하는 뇌의 특정부위로서 우리는 이를 통해 입체감이 삽입된 형태의 영상을 인지하게 됨.

양안시(兩眼視)

두 눈이라는 신체기관을 통해 입체감을 인지하는 요인. 입체영상 제작 시 좌우 두 카메라를 사용하는 이유는 양안시 요인을 모방하기 때문임.

단안시(單眼視)

두 눈을 후천적으로 학습하거나 혹은 경험적으로 체득하여 입체감을 인지하는 요인을 말하며 단안시 요인은 세부적으로 다양한 복합요인들로 구성됨.

 

 

/ 최양현 영화감독 paran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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