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9년 어느 봄날에

광주과학기술원 총장상

변우복

오늘은 2049년 4월 6일, 쌍둥이 딸의 예순 일곱 생일이다. 아들네, 딸네 식구들을 초대하여 생일상을 차려주기로 했다. 부엌에서는 아침부터 고소한 음식 냄새가 난다. 집사람이 아침 일찍 인공지능 조리 도우미 달콤이와 함께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 강화 석모도 앞에 있는 조그만 섬에 들어온 지도 어언 30년, 퇴임하자 바로 이곳에 들어와 조그만 집을 짓고 농사일을 시작하였다. 아내는 당시만 해도 고혈압과 당뇨가 심해서 섬 생활을 꿈도 꾸지 못했다. 나 혼자 쓸쓸이 섬에서 생활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퇴임 후 바로 당뇨와 혈압을 원천적으로 치료하는 약이 개발되어 건강을 되찾았다. 집사람은 이곳 섬에서의 생활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병원이 멀긴 하지만 전국적인 원격의료시스템이 갖추어졌고, 목걸이를 통해서 인체정보가 실시간으로 주치의에게 전송되고 그에 필요한 약은 3D프린팅으로 출력하여 복용하고 있으니 전혀 불편이 없다. 퇴임 당시에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이제 나는 93살, 집사람은 91세다. 퇴임 당시 나도 무릎이 좋지 않아 일을 제대로 할지 걱정이 많았으나 몇 년 후 우리나라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연골재생 줄기세포 주사를 맞고 완치되었다. 힘든 일도 곧잘 한다.

아침햇살이 섬마을에 가득 퍼질 무렵 아이들이 도착했다. 인천에서 직업컨설팅회사를 운영하는 아들과 며느리, 손자, 손자며느리, 증손자 일행이 스카이카로 마당에 내려앉았다. 스카이카는 자동차처럼 몰고 다니다가 바다나 산을 만나면 날개가 펴져 하늘을 난다. 전에는 전기 줄이 많아 인가 근처로의 비행은 꿈도 꾸지 못했으나 이제는 전기 줄이 사라졌다. 태양광 발전시설이 눈부시게 발전하여 전력을 가정마다 자체 생산하여 굳이 전봇대가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지동차도 차체에 부착한 특수유리를 통해 무한히 쓸 수 있는 전기가 생산되고 게다가 무선으로 연결된다. 집에도 유리창에 붙인 패널에서 흐린 날에도 전기가 생산된다. 따로 발전소가 팔요 없다. 말썽 많던 원자력발전소도 폐기된 지 오래다. 내가 여기서 생산한 농산물을 출하하고, 육지로 친구를 만나러 가는데 전혀 불편이 없는 것은 전적으로 20년부터 소유한 스카이카 덕분이다

조금 있다가 해송 숲 방풍림 사이로 수륙양용 요트를 타고 쌍둥이 딸네 식구들이 왔다. 집에서 출발하여 인천항에서는 닻을 펼쳐 바닷길로 오다가 영뜰해변 갯벌에서부터는 바퀴로 운행하는 신형 요트다. 몇 년 전 외손녀 은이가 수륙양용요트를 설계하고 특허를 출원, 3D프린팅으로 출시하였는데,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다. 일약 세계적인 요트제작회사로 발돋움했다.

아이들과 손녀 손자들, 증손자까지 모이니 모처럼만에 사람이 사는 집 같다. 아이들은 정원에 피어나기 시작하는 봄꽃을 살피다가 다들 정원 한 쪽에 세운 스마트팜으로 들어가 작물들을 둘러본다. 나는 퇴임 전에 농산물품질관리사 자격을 취득하고, 지게차, 굴삭기 면허도 따고 욕심을 내어 방송대 농학과에 편입하여 농업을 체계적으로 공부했다. 그 때만 해도 얼마나 살려고 이 고생을 하나하는 회의가 많았었다. 그런데 30년이나 잘 써먹었으니 본전을 빼고도 남은 것이다.

몇 년 전에는 거금을 투자하여 집 앞에 스마트팜을 세웠다. 온실 스스로 알아서 빛과 온도를 조절하고 양액까지 공급한다. 이곳에 공급되는 양액은 아주 특별하다. 갯벌의 바닷물을 담수화한 것으로 미네랄이 많아 최상의 농산물이 출하된다. 여기서는 용과, 칸달로프멜론 등의 과일을 생산한다. 영양과 맛이 탁월하다. 꽃도 재배한다. 스타티스, 리시안셔스, 스토크 등이다. 섬지역의 햇살과 양액으로 빛깔과 향기가 뛰어나다. 여기서 나는 꽃과 과일은 국내외 유명 호텔에 납품된다. 스카이카로 인천공항 해외물류센터에 가져다주면 비행 편으로 주로 전국으로, 세계로 공수된다. 소득이 만만치 않다. 90살이 넘어도 세금을 많이 내는 내가 신기할 때가 있다. 그리고 나처럼 생산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다들 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이 활동하고 더 많이 세금도 낸다. 앞으로 수명이 120세까지 늘어나고, 또 건강하게 살 것이라 하고, 얼마 후에는 영생을 누릴 날도 올 것이라고 하니 그것이 축복인지 재앙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꿈꾸던 낙원이 실현된 기분이다.

아이들과 갯벌에서 대합을 캐고, 농어를 낚아 점심으로 상합 죽과 회를 먹고 헤어졌다. 며느리, 손자며느리에게는 내가 정성껏 키운 리시안셔스를 한 다발씩 안겨주었다. 생일을 맞은 쌍둥이 딸에게는 건강에 좋은 용과와 칸탈로프멜론을 한 상자씩 주었다.

행복한 나날들이다. 그래도 나는 늘 책을 본다. 그리고 바닷가 방풍림에 앉아서 명상에 잠기곤 한다. 왜 여기에 있고, 왜 이 우주에 존재하는지…. 나는 늘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