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우수과학도서]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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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 도서명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
저   자 김혜성
출판사 파라사이언스
발간일 2019-07-10
부   문 대학일반창작

책소개

우리 몸에 무균지대는 없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생물은 박멸의 대상이었다. 1880년대 현대 미생물학의 아버지들이라 칭송받는 코흐와 파스퇴르에 의해 세균이 질병의 원인임이 증명된 이후, 세균을 제거하고 무균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최고의 위생으로 간주했다. 이런 생각은 20세기 내내 이어졌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피부나 소화관, 호흡기뿐만 아니라 혈관이나 혈관을 통해야 갈 수 있는 우리 몸 곳곳에도 상주 세균들이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심지어 청정지역으로 여겼던 여성들의 모유나 건강한 산모의 자궁과 태반에서도 세균이 발견되었다. 말하자면 우리 몸 자체가 미생물 천지이고, 미생물은 우리의 몸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이처럼 커다란 변화는 21세기 벽두부터 시작된 ‘미생물학의 혁명’에서 비롯되었고, 그 중심에는 2007년 시작해 현재도 진행 중인 ‘인체 미생물 프로젝트’가 있다.

31억 쌍에 달하는 인간 유전자를 읽어내기 위한 ‘인체 게놈 프로젝트’가 2000년대 초에 마무리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눈부시게 발전한 유전자 분석 기술을 미생물 분석에 적용한 것이다. 우리 몸은 미생물과 분리할 수 없다! 최근 쏟아져 나오는 미생물에 관한 연구 결과들은 놀랍다. 미생물은 감염성 질병은 물론 면역 질환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면역을 강화하거나 혈압을 안정시키는 데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 인체가 소화하지 못하는 식이섬유를 분해해 단쇄지방산을 우리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우리 몸과 우리 몸 미생물을 아우르는 개념이 바로 ‘통생명체(holobiont)’이다. 이 개념을 처음 쓴 사람은 미국의 생물학자인 린 마굴리스로, 자연계의 모든 거대 생명체는 그 생명체 안에 서식하고 있는 미생물과 통합해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만날 때 ‘입안을 어떻게 건강하게 해줄까’보다, 잇몸병과 충치가 있는 곳을 먼저 보게 되고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에 주로 관심이 간다”고 고백한다. 대부분의 병원과 의사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발병하기 전에 병을 예방하고 평소 몸 관리를 잘 해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저자가 우리 몸을 통생명체로서 인식하고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안젤리나 졸리의 유방을 돌려줘 저자는 현대 사회 구조는 자본주의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면, 과학은 모든 것을 쪼개고 나누어 보는 환원주의에 사로잡혀 있다고 진단한다. 서양의 과학적 사고를 출발시켰다고 할 만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전체는 부분의 합, 그 이상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생명을 쪼개어 본다면 전체를 온전히 볼 수 없다. 안젤리나 졸리는 단순히 유방암으로 갈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BRCA1)를 가졌다는 것만으로 유방을 절제했다. 사실 그 유전자는 오직 가능성으로만 존재하는 생명현상 가운데 인간이 알아챈 변수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 유전자가 실제 현실화되느냐는 스스로 어떤 환경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오늘날 많은 지식인들이 인간관계마저 지배하려는 자본주의에 저항하듯이, 다행히 21세기 과학에서는 환원주의적 태도를 반성하는 흐름을 보인다. 우리가 유전자의 발현뿐만 아니라 환경과 적극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임을 인식해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