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선 교수|성균관대 휴먼ICT융합학과
<지도 이야기>
1. 똑같은 지도를 보고 나는 왜 이해를 못하지?
우리는 새로운 곳을 찾아 갈 때 제일 먼저 지도[map, 地圖]를 떠올린다. 우리에게는 스마트 폰에도 길을 알려주는 지도가 있고, 자동차를 이동할 때에도 네비게이션이 있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지도는 우리 일상 생활에 매우 밀접해 있고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지도[map, 地圖]는 점에 대한 기호. 선에 대한 기호, 면에 대한 기호를 이용하여 지리 정보를 나타내어 주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고, 더 큰 관점에서는 지구의 표면의 일부나 전부의 상태를 기호나 문자를 사용하여 실제보다 축소하여 평면상에 나타낸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다.1)
이러한 지도를 사용할 때 궁금한 점이 있다. 똑 같은 지도를 보고 있어도 사람마다 이해하는 정도와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원리가 숨어있을까?
사람의 기억 속에 저마다 다른 형태의 지식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를 스키마(schema)2)라고 한다. 지도를 볼 때 이 지식 스키마가 작용하여 장기 기억을 만들고, 재현하고 분석하여, 우리는 지도가 나타내는 의미를 각자의 방법으로 끄집어 내게 된다. 이는 현재 상황과 과거의 경험과 지식을 중심으로 자리잡은 지식의 패턴들을 판단하게 되는데 이것을 쉽게 얘기하자면, 지도에 나타난 어떤 점. 선. 면의 기호들을 보고(seeing that) 기억에서 얻은 지식과 과거의 경험에서 얻은 지식들이 섞여 ‘여기가 이런 모습일 것이다’ 라고 추론(reasoning why)하는 것을 반복하는 과정이다.
지도학계에서는 이러한 시각 인지과정에 대한 많은 연구를 진행해 왔는데 이러한 원리들을 이용하여 지도 디자인에 적용하여 왔다. 특히 그림과 배경을 잘 구분 할 수 있도록 논리적 접근을 해왔고, 그림과 배경 사이의 <윤곽>이 그 그림을 인식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음을 알아내었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에 의하면 지도의 그림과 배경의 칼라의 차이가 분명할 때, 윤곽이 분명할 때, 수평과 수직 방향을 띠었을 때, 그리고 부드러운 윤곽처리보다는 각진 윤곽처리로 그림을 만들었을 때 사람들은 그림을 인식하기 쉽다고 한다.3)
우리가 보고 있는 지도의 일률적인 모습들을 상상해보면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에 대한 의문이 조금 풀린 듯 하다.
<그림1>. 네비게이션 지도 표현 모습
2. 과학과 예술의 사이에서 그린 지도_카토그램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지도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정확한 정보를 나타내고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과학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도의 형태 및 표현방식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고 예술가들의 표현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지도-점, 선, 면의 기호’ 를 이용하여 보는 이로부터 상상력과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나는 몇 년 전 홍익대학교에서 서울시 성곽 재현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성곽을 활용한 관광코스개발 연구를 진행하면서 서울의 옛 고지도를 눈여겨 보게 되었고 그 때 빛바랜 지도에서 느껴졌던 아름다움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 때 나라별 옛 고지도들을 찾아보기도 했었는데 아름다운 예술작품처럼 느껴지기 까지 했다.
이는 아마도 지도가 인포그래픽의 영역에서 정보의 전달 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전해줄 수 있는 예술적 속성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2>왼쪽_이스라엘사(고지도로 보는 예루살렘)
오른쪽_서울 성곽 고지도
출처_네이버 지식백과
얼마 전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인구의 수를 기준으로 하여 새롭게 다시 만든 지도인 ‘카토그램(catogram)4)’이 공개되어 화제를 모았다.
<그림3>인구수로 만든 카토그램
출처_wikitree
카토그램은 분명히 정보의 왜곡이 나타나지만 알고 싶은 지표, 정보를 기준으로 상대적 측정값을 지리적 위치에 기반하여 나타나게 된다5). 카토그램의 기하학적인 모양과 구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거리나 면적이 아니라 특정한 정보에 대한 내용을 보다 강력하게 보여준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림 2>에서 나타나는 우리나라의 면적은 일반적인 세계지도에서의 면적과는 크기가 다르다. 이는 인구수가 높은 중국(13억명 이상), 인도(약 12억 명)처럼 실제 땅 넓이보다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지도는 카토그램처럼 특정 지표나 통계 데이터를 이용하여 실제의 면적과는 다른 형태의 지도를 만들 수 있어 흥미롭다. 기존의 정보와의 이는 숫자가 지닌 의미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 이런 카토그램을 활용하여 도시별, 나라별, 특정제품의 소비량을 나타낼 수 있고, 커피 브랜드별 소비량을 알아보는 것도 카토그램으로 나타낼 수 있다.
지도를 만들 때나 지도안의 인포그래픽을 기획할 때 이 지도에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를 고민해야하고 실제 지도가 주는 왜곡 정보는 또 다른 표현의 방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다양한 지도의 등장과 그 안의 인포그래픽의 표현 방법은 수 세기를 거쳐 변화해온 사람들의 가치와 문화, 관심사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듯 하다.
- 1) 위키백과 인포그래픽의 정의
- 2) 기억 속에 저장된 지식을 말한다. 즉, 지식의 추상적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지식백과
- 3) 사회과학 명저 재발견. ‘지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4) 주제도 작성 시에 사용되는 원(圓), 구(球), 막대(棒), 띠(帶)나 혹은 다변형(多邊形), 다면체(多面體), 호상(縞狀) 등의 각종 도형을 가리킨다. 주제도 혹은 본포도의 작성에는 지리적 사상(事象)에 대한 밀도, 이동 및 유동, 규칙적 또는 불규칙적 형태 등을 간단히 도형만으로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적인 원리가 뒤따르게 된다 – 카토그램 [cartogram] (자연지리학사전, 2006.5.25, 한울아카데미)
- 5) 출처_살아있는 지리교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