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의 발견

|조가현

 

‘수’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할 무렵 사람들은 0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당시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헤아리기 위해 수를 세기 시작했는데, “나는 사과를 한 개, 두 개, 세 개 가지고 있다”고 말할 기회는 많았지만, “나는 사과를 0개 가지고 있다”고 말할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사과가 없다면, “나는 사과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면 됐다.

0은 수 체계를 무너뜨리는 천덕꾸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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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덧셈에서도 0은 혼란을 가져온다. 어떤 수에 더해도 아무것도 더하지 않은 것과 결과가 같기 때문이다. 이처럼 0은 등장과 함께 수학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 GIB

세월이 흘러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과 같은 연산을 하게 됐을 때에도 사람들은 0이 일반적인 수의 규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다. 보통 수라면 어떤 수에 자기 자신을 더하면 다른 수가 된다. 예를 들어 1+1=2가 되고, 2+2=4, 3+3=6이 된다. 하지만 0+0=0이다. 즉, 다른 수와 달리 0은 애초에 아무것도 더하지 않은 것과 같다.

곱셈도 마찬가지다. 대개 어떤 수에 곱하기 2를 하면 그 수의 2배가 되고, 0.5를 곱하면 0.5배가 된다. 즉, 곱한 수만큼 배로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 0은 어떤 수에 곱해도 항상 결과를 0으로 만들어 버린다.

특히 0으로 나누기를 하면 더 이상한 결과가 발생한다. 나누기는 곱하기를 취소하기 때문에 6÷3×3을 계산하면 그 값은 6이 된다. 그런데 6÷0×0을 계산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6÷0을 a라고 해 보자. 그러면 6÷0×0은 a×0=0이 된다. 그런데 나누기가 곱하기를 취소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면 답은 6이 되어야 맞다. 즉, 6=0이라는 말도 안 되는 식이 생기고 만다.

0을 인정하면 신성모독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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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스토텔레스는 0의 존재를 부인하고 거부했다. / Jastrow(위키미디어)

수학과 천문학이 발달했던 고대 그리스에서는 0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리스인들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인 ‘무(無)’와 0이 같다고 여겨 0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기원전 350년경의 위대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세상의 모든 것은 신이 완벽하게 창조한 산물이라고 주장하면서, 진공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그리스인들은 아무것도 없는 것을 뜻하는 0마저 거부했다. 우리는 공기가 없으면 진공 상태라고 부르지만,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진공이라고 불렀다.

사실 그 당시에도 진공을 인정하는 부류가 있었다. 하지만 진공과 0을 인정하면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무신론과 이어졌다. 따라서 진공을 인정하지 않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이 그리스의 사상을 지배했다.

이런 사상은 로마 제국까지 이어져 서양에서는 약 1000년 동안 진공과 0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로마제국이 멸망했지만 과학의 암흑기로 불리는 중세시대가 1000년간 이어지면서, 결국 2000년 넘게 진공과 0을 거부하게 된다.

0, 인도에서 꽃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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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은 첫 번째 역할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나타낸다. 계산기에서 새로운 계산을 시작할 때 0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은 기능이다. / GIB

고대 그리스에서 거부당한 0은 7세기경 인도에서 꽃을 피우게 된다. 그리스인은 종교적인 이유로 0을 거부했지만, 인도인들은 종교 때문에 오히려 0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인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종교는 ‘힌두교’다. 그런데 힌두교에서는 우주가 무(無)에서 생겨났고, 그 크기가 무한하다고 믿는다. 따라서 인도인들은 무(無)와 무한을 성스러운 것으로 여겼다. 특히 힌두교의 주요 신인 시바신을 무(無) 자체로 여겨, 만물의 창조와 파괴가 모두 가능한 존재라고 믿었다. 결국 인도인들은 자신들이 섬기는 신의 가르침을 제대로 알기 위해 무(無)와 무한을 연구했다. 그 결과 ‘0의 발견’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사실 0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이 누구인지, 언제 발견했는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628년 인도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브라마굽타가 쓴 천문학책 <브라마스푸타시단타>에 실린 내용을 0을 사용한 최초의 기록으로 보고 있다.

놀라운 것은 기원전 300년경에 0이라는 기호를 쓴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브라마굽타의 천문학책을 0을 사용한 최초의 기록으로 보는 걸까? 0의 역할 때문이다. 0에는 크게 세 가지 역할이 있다. 첫 번째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나타낸다. 계산기에서 새로운 계산을 시작할 때 0으로 만드는 것이 이 기능이다. 두 번째는 자리 기호의 역할이다. 우리는 수를 쓸 때 일의 자리나 십의 자리, 백의 자리 등 어떤 자리가 비었을 때 0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2015는 백의 자리가 빈 경우다. 마지막으로 0은 2+0=2, 3×0=0처럼 연산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세 가지 기능을 모두 알고 0을 사용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 바로 브라마굽타의 책이다.

0의 활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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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이 없었다면 컴퓨터는 물론 스마트폰도 기대하기 어렵다. / GIB

인도에서 탄생한 0은 8세기경 이슬람으로 전파된다. 처음엔 0을 거부했으나 다른 나라와의 교역 때문에 정확하게 빠른 계산이 중요했던 이슬람 사람들은 0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현재까지 우리가 쓰고 있는 아라비아 숫자가 탄생했다.

이렇게 계속 발전을 이어 0은 ‘무한’이나 ‘미적분’과 같은 새로운 개념과 더해져 현재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0과 무한은 오늘날 어떤 활약을 하고 있을까? 우주부터 실생활까지 다양하게 활약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➊ 우리는 컴퓨터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0이 없었다면 0과 1로 이루어진 수를 연산하는 컴퓨터는 물론 스마트폰도 개발되지 못했을 것이다.

➋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은 우주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특별한 존재를 예언했다. 바로 부피가 0이고 밀도가 무한대를 향해 수축하는 블랙홀이다. 그런데 0과 무한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지금까지 블랙홀의 존재를 알아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➌ 건축물을 설계할 때는 건물이 안전하게 지탱할 수 있는 최대 무게를 구해야 한다. 이때 미분이 쓰인다. 미분을 이용하면 어떤 함수의 최댓값과 최솟값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➍ 비행기의 제동거리는 미분을 이용해 구한다. 비행기의 속도와 가속도를 미분 계산을 통해 구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제동거리란, 브레이크가 작동할 때부터 완전히 멈출 때까지의 이동거리다.

만약 0이 없었다면 우린 아주 불편한 세상 속에 살고 있을 것이다. 0을 인정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앞으로도 이어질 0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필자 소개 / 조가현

국내 유일의 수학 잡지 <수학동아>기자다. 최신 수학 연구를 대중에게 쉽게 소개하고, 수학을 주제로 재미와 감동을 주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