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처오름 – 해변을 치고 올라온다

 

 

 

 

 

 

잔잔한 호수 한 가운데 돌을 던져보자. 돌이 떨어진 위치에서 사방으로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조용한 방안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문을 닫았는데도 거실에서 들리는 TV 소리 때문에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다. 잠을 자기 위해 누웠다. 집 밖의 가로등 불빛이 천장에 반사되어 잠을 들이기 힘들다. 동해안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집이 흔들린다. 잠시 후, 쓰나미가 동해안을 덮쳤다는 보도가 나온다. 물결, 소리, 빛, 지진, 쓰나미.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거나 잘 알고 있는 파동 현상의 예다.

 

 

파동은 무엇인가?

호수의 물결이 사방으로 퍼져 나갈 때, 돌이 떨어진 위치에 있던 물이 물결을 이루면서 사방으로 이동해 나가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것은 돌이 떨어진 위치의 출렁거림(파동)이다. 즉 물 입자가 이동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출렁거림(파동)이 옆으로 전달될 뿐이다. 만약 돌을 던지기 전에 미리 호수에 띄워둔 나뭇잎을 본다면, 실제로 물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결이 전달될 때, 나뭇잎은 물결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제자리에서 오르락 내리락 할 뿐이다. 이것으로부터 출렁거림에 의해 생긴 파동에너지가 전달된다고도 말할 수 있다. 출렁거림은 나뭇잎을 위 아래로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파동은 파동이 전달되는 공간이나 물질의 한 부분에서 생긴 진동이 주위로 퍼져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전달할 뿐, 파동이 전파되는 매질이 직접 이동하지는 않는다.

 

 

파동의 종류

앞에서 예를 든 소리, 빛, 지진은 어떻게 전달될까? 이것들 모두 파동의 형태로 전달되지만, 전달되는 방식에 따라 파동의 종류를 구분할 수 있다. 음파는 소리가 전달되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매질(공기)이 진동하기 때문에 종파이다. 빛은 빛이 진행하는 방향에 수직한 방향으로 전기장과 자기장이 진동하는 횡파이다.  지진파는 지진파의 이동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진동하는 종파인 P파(primary wave)와 지진파의 이동방향과 수직으로 진동하는 횡파인 S파(secondary wave)가 있다. P파는 S파보다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P파가 도달한 후 S파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면 지진이 발생된 지점까지의 거리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파동은 매질의 유무에 따라서도 분류할 수 있다. 즉, 역학적 파동, 전자기파, 물질파로 나눌 수도 있다. 음파, 물결파, 지진파와 같이 매질을 통해서만 전달되는 파동을 역학적 파동이라고 하고, 매질이 필요하지 않고 전기장과 자기장의 진동으로 전달되는 파동을 전자기파라고 한다. 또 입자의 파동성을 나타내는 파동인 물질파가 있다.

 

 

파도발생장치로 관찰한 처오름 현상

국립과천과학관에는 상부(무색)가 파라핀이고 하부(파란색)가 물로 채워진 길이 4m 규모의 대형 수조로 만들어진 파도발생장치가 있다. 수조의 한쪽 끝에는 주기적으로 파도를 발생시키기 위해 물을 출렁이게 하는 모터로 구동되는 진동자가 있다. 수조에 서로 섞이지 않는 두 액체를 넣은 이유는 파도의 형태를 정확하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파도발생장치를 작동시키면 파도의 진행과정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파장과 진동수의 관계도 알 수 있다. 해안으로 갈수록 수심이 얕아지는데 수심이 얕아지면서 파도가 겪게 되는 변형도 확인할 수 있다. 파도가 해변 경사면을 밀고 올라오는 현상을 처오름이라고 하는데, 파도의 파장이 길수록 유속이 유지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더 높은 처오름이 발생된다. 파도발생장치를 이용해 실험을 해 보면, 파장이 길 때 처오름이 발생하여 해안에 파도가 넘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파도와 물 입자의 운동과 처오름의 관계

수심이 깊은 곳의 파도에 의한 물입자는 원형궤도를 따라 움직인다.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타원운동을 하다가 수심이 더 얕아지면 앞뒤로 왕복운동을 한다. 파도가 해변 경사면을 밀고 올라오는 처오름은 파고, 파장, 경사도, 경사면의 거친 정도 등 여러 가지 요소에 따라 그 높이가 변하며, 일반적으로 실험에 의해서 그 높이를 추정한다. 처오름 높이는 해안 제방 등의 높이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 파도발생장치에서 관찰하면, 파장이 긴 파도에서 물이 넘치는 현상은 처오름 높이가 사면의 높이보다 더 커서 물이 넘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파장이 길수록 처오름 높이가 높고, 파장이 짧을수록 처오름 높이가 낮다. 높은 처오름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빠른 유속이 계속적으로 경사면 방향으로 향해야 하는데 파장이 길수록 유속이 유지되는 시간이 길고, 물 입자의 운동 방향이 경사면 쪽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지진 해일이 태풍 해일보다 큰 피해를 주는 이유

태풍 때 발생하는 파도와 쓰나미(지진해일) 때 발생하는 파도를 비교해 보면 둘 다 파고는 5~10m로 비슷하지만, 태풍 파도의 주기는 8~12초 정도인 반면 쓰나미의 주기는 수 분에서 1시간 정도로 훨씬 길다. 주기가 길수록 파장이 더 길기 때문에 태풍 보다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더 높은 처오름이 생기고, 해안 지역 침수 위험도 높다.

 

 

 

정광훈 / 국립과천과학관 경영기획과 연구사

자료제공 국립과천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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