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에서 지상으로, 태양전지의 승리 ⑤] 새옹지마, 뱅가드 1호를 역사에 남긴 스푸트니크

도움의 손길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 미국은 더 이상 늦장부릴 처지가 아니었다. 제대로 체면을 구긴 미국으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위성을 발사해서 우리 소련과 그렇게 많이 차이나는 것도 아니거든?’이라는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었다. 자연히 뱅가드 프로젝트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초 계획됐던 기능들이 대거 빠졌으며 그저 위성이 제대로 살아있음을 알리는 송신장치만 부착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미 해군의 첫 위성, 뱅가드는 별다른 기능 없이 인공위성이 제대로 궤도를 돌고 있는지 정도의 기능만 갖추었다. 이 정도라면 페이로드에 여유가 있어 시험 목적으로 태양전지 모듈을 탑재하는 것도 가능했다. 지글러 박사에게는 행운이었다. ⓒNASA


 


육군 통신대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당초 싣기로 했던 장치들이 대거 취소되자 로켓의 중량에 제법 여유가 생겼다. 인공위성에 슬쩍 태양전지 모듈 몇 개를 끼워넣는다 해도 해군의 양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해군으로서는 태양전지 모듈 따위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도 했다.


해군의 위신을 떨어뜨린 몇 차례의 난항 끝에 1958, 성 패트릭 축일에 뱅가드 1호가 마침내 발사되었다. 해군은 결국 태양전지 모듈에 자리 한 켠을 내주었다. 태양전지를 신뢰해서는 아니었다. 여전히 해군은 태양전지에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발사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해군은 생각을 고쳐먹었다. 발사 19일 후 뉴욕타임스의 헤드라인은 화학전지는 지금쯤 고갈됐겠지만 태양전지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였다.


사실 태양전지 모듈은 뱅가드 1호에게도 행운이었다. 자칫 스푸트니크와 익스플로러보다 늦고 크기도 한참 작은 주제에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 신호 보내는 것이 전부일 뻔했던 위성이 과학계에 한 획을 그은 주인공이 된 것이다.


 



기능도 별 것 없고 유명하지도 않은 인공위성, 미국의 첫 위성이 될 뻔하다가 자리를 빼앗긴 위성이지만 뱅가드가 태양광 발전의 역사에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NASA


 


뱅가드 1호의 태양전지는 당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한 성과였다. 뱅가드 1호를 통해 태양전지가 우주공간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할 뿐 아니라 효율적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화학전지를 탑재했었다면 고작 몇 주 만에 작동을 멈췄을 인공위성들이 몇 달, 몇 년 씩이나 쌩쌩하게 작동했던 것이다. 현재까지도 어떤 전원장치도 태양전지만큼이나 우주공간에서 오랜 시간 전력을 공급하지 못한다. 태양전지가 없었다면 거대한 국제우주정거장을 움직이는 것은 물론이고, GPS장치나 위성통신도 이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찌어찌 이용한다 하더라도 몇 달마다 한 번씩 위성을 쏘아올리든, 아니면 수시로 우주왕복선을 올려보내서 전원을 교체하든 꽤나 번거로워졌을 것이다. 이래서는 유지비나 이용료도 비쌌을테고 지금처럼 보편적인 사용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우주공간에서 운용되는 기기들에 태양전지는 이제 필수품이다. 태양전지만큼 안정적으로 전원을 오래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NASA


 


우주에서 활약을 한껏 펼친 태양전지는 이제 지상으로 내려왔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효율이 40%를 넘어 50%를 넘나드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유기태양전지 기술의 발전으로 적용분야도 다양해졌다. 지상에서도 충분히 실용적인 사용이 가능한 수준에 이른 것이다. 이미 유기태양전지를 겉면에 씌워 별도의 전력이 필요하지 않은 텐트나 전원공급이 필요없는 태양전지 가로등이 시판되는 세상이다.


클라크와 지글러는 집과 건물을 태양전지가 뒤덮어서 생활에 필요한 전원을 공급하는 상상을 했지만, 이제는 그 수준을 넘어서서 옷에도 태양전지를 부착해서 이동하면서도 언제든 전기를 사용가능한 기술도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하늘에서 우주시대를 연 태양전지는 이제, 땅에서 모바일시대를 열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글러의 확고한 믿음과 스푸트니크의 예상치 못한 도움이 아니었다면, 아마 모바일 태양전지도 몇 년은 늦어졌을지 모른다. 태양전지는 의도치 않은 계기로 우주에서 자신을 증명하고 땅으로 내려온 셈이다.


 


김택원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