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에서 지상으로, 태양전지의 승리 ③] 태양전지가 보여준 멋진 신세계

당시에도 태양전지 자체는 그렇게 신기한 기술까지는 아니었다. 이미 1839년에는 프랑스의 과학자, 에드몽 베크렐이 화학전지의 전극에 태양광을 쬐면 평소보다 많은 전자가 생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1873년이면 윌러비 스미스가 셀레늄에 빛을 쬐어 전자가 발생함을 보여주었다. 1905년에는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이러한 현상들을 광전효과라는 이름으로 이론적인 해석을 제공하면서 빛을 이용한 발전방법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20세기 초반, 태양광 발전은 SF 분야에서는 유행과도 같았다. 아서 클라크는 1945년 발표한 작품에서 이미 태양광으로 전기를 얻는 우주정거장을 묘사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양광 발전은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 거저나 다름이 없었다. 수력발전처럼 엄청난 규모의 공사가 필요했던 것도 아니고, 화력발전처럼 막대한 양의 연료를 요구하지도 않으며 터빈과 발전기로 구성된 엄청난 규모의 장비도 요하지 않았다. 게다가 태양광은 영원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인류가 생존하는 동안에는 무제한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1954년, 벨 연구소는 태양전지를 개발하여 대중매체에 광고까지 한다. 그러나 초기 태양전지는 효율이 낮고 비싸 실용적이지 않았다. ⓒBell Institute


 


1954, 미국 벨연구소에서 실리콘 기판을 베이스로 한 태양전지 시제품을 발표하면서 클라크의 꿈이 현실화되었다. 태양광발전의 엄청난 가능성은 곧 미 육국 통신대 사령관인 제임스 오코넬의 관심을 끌었다. 미 육군의 통신대는 부대간 통신 뿐 아니라 전 육군의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막중한 책임도 떠안고 있었다. 게다가 당시 극비리에 추진되던 우주개발계획은 통신대의 커다란 고민거리였다. 우주로 쏘아올릴 첨단 기계장치에 어떻게 전기를 공급할 것인가라는 난제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코넬은 통신대에서 전력공급장치에 대한 연구를 이끌고 있던 한스 지글러 박사에게 태양전지에 대해 알려주고 실용화가 가능하겠는지 알아보도록 요청했다.


 



태양전지 도입의 주역, 한스 지글러 박사. 지글러 박사가 아니었다면 태양전지의 발전이 몇십 년은 늦어졌을지도 모른다. ⓒWikipedia


 


지글러 박사는 벨연구소를 방문해 태양전지를 직접 보자마자 이 새로운 기술에 빠져들었다. 그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실리콘 태양전지가 미래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것인지, 이 기술이 얼마나 폭넓은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지 설파했다. 지글러는 태양전지 기술이 무르익으면 건물의 표면을 태양전지가 덮어서 별도의 발전소 없이도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곧 지글러와 동료들은 곧 태양전지를 통신대 업무 전반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망과 현실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지글러는 몇 달 동안이나 매달린 끝에 태양전지를 통신대의 업무 전반에 적용하기는 불가능하겠다며 두 손 들어버렸다. 태양전지는 태양빛이 비출 때만 작동했기 때문에 밤에는 무용지물이었다. 게다가 전력 효율도 형편없었다. 벨연구소가 개발한 초기 태양전지는 에너지 효율이 4%에 불과했다. 지표면에 내리쬐는 태양 복사에너지는 11380Wh인데,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전기에너지가 55Wh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나마도 열로 손실되는 에너지까지 포함한 수치니 실제 태양전지가 생산하는 전력은 터무니없이 적었다.


 


그러나 우주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대기에 의한 에너지 손실도 없을 뿐 아니라 지구 뒤편의 그늘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태양전지판의 방향과 위치를 조절하는 것만으로 하루 종일 최대 효율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무엇보다 큰 매력은 발사중량을 크게 줄이면서도 오랜 기간의 작동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당시의 미숙한 로켓 기술로는 우주에서 사용할 에너지원을 함께 쏘아올리기란 불가능했다. 당장 쏘아올릴 위성만으로도 무거워서 크기와 중량을 줄이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는 판에 한가하게 전력생산용 연료 따위를 실을 공간따위는 로켓에 없었다. 게다가 화학전지 등의 다른 전원에 비해 오랜 시간 동안 전력을 꾸준히 공급할 수 있었다.


지글러 박사는 당장 통신대의 일상 업무에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인공위성용 에너지원으로는 태양전지가 가장 훌륭한 해결방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보고를 받은 오코넬은 이를 곧 육군의 로켓개발계획, ‘런치박스 계획에 적용시키기로 했지만 중요한 변수가 생겼다. 육군이 아닌 해군이 미국 최초의 로켓을 발사하기로 결정된 것이다. (…계속)


 


김택원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