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기관차의 발명

증기기관차의 발명






‘기차’를 한자로 쓰면 ‘汽車’다. 뜻을 풀이해보면 ‘물 끓는 김으로 움직이는 차’라는 뜻이다. 옛날엔 물을 끓여 발생하는 수증기를 이용해서 기차가 움직였기 때문이다. 옛날 사진을 보면 기차의 앞바퀴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증기를 이용해서 움직였던 옛날 기차를 ‘증기기차’라고 한다.



증기기차가 생긴 것은 증기의 힘이 동력을 제공하는 부분인 ‘증기기관차’ 부분이 발명됐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차는 증기기관의 증기 힘을 바퀴 회전에 이용했다. 증기기관차가 생기면서 사람은 가축이나 사람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증기의 힘만으로 이동을 할 수 있게 됐다.


 



트레비식 증기기관, 최초의 증기기관차를 움직이다


기차에 알맞게 증기기관을 적용시키는 데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제임스 와트(James Watt, 1736년 ~ 1819년)가 만든 증기기관을 기차의 바퀴에 단순히 연결하기만 한다고 기차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초기의 증기기관은 철로 된 무거운 보일러와 피스톤이 달린 실린더로 구성돼 있었다. 따라서 그 자체로 무게가 상당히 나갔다. 증기기관차는 아래 달린 바퀴를 이용해 이 무거운 기관을 움직이게 해야 했는데, 무거운 기관을 움직이려면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었다.


와트의 증기기관을 이용해 무거운 기관을 움직이는 힘을 만들려면 보일러와 실린더의 크기가 커져야 했다. 하지만 이동을 위해 보일러와 실린더의 크기가 무한정 커질 수도 없었다. 또한 증기기관차는 높은 압력을 필요로 했는데 와트의 증기기관은 공기 압력 정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저압 기관이었다. 따라서 증기기차를 위해서는 부피가 작으면서 높은 압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고압 증기기관이 필요했다.



영국인 리처드 트레비식(Richard Trevithick, 1771년 ~ 1833년)은 ‘트레비식 고압 증기기관’을 제작해 증기기관차를 처음으로 시험 운전하는 데 성공했다. ‘트레비식 고압 증기기관’은 와트의 증기기관에 있던 응축기없앴다. 대신 보일러에서 발생하는 증기로 움직이는 피스톤이 장착된 실린더가 들어갔. 트레비식 증기기관은 실린더 모양의 보일러에 수평으로 장착된 한 개의 실린더, 보일러 연소에 쓰이는 석탄 가스가 배출되는 연통, 실린더 피스톤 봉에 연결된 바퀴로 구성됐다.


 




그림 1 트레비식 고압 증기기관으로 만든 증기기관차


위키피디아



트레비식은 자신의 증기기관을 이용해 최초의 기관차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1804년 영국 웨일즈에서 첫 선을 보인 이 기관차는 무게가 5톤이나 나갔지만 70명의 사람과 석탄차를 포함해 모두 25톤이 나가는 차량을 시속 8km로 이동시켰다. 웨일즈 탄광촌 사람들은 말이 아닌 기계가 사람을 나르는 광경을 처음으로 구경했다.


 



‘철도의 시대’를 연 스티븐슨의 증기기관차


트레비식의 기관차를 발전시켜 본격적인 ‘철도의 시대’를 연 사람은 엔지니어였던 조지 스티븐슨(George Stephenson, 1781년 ~ 1848년)이었다. 스티븐슨은 트레비식과 달리 실린더를 수직으로 장착하고 보일러 등을 개량했다. 이를 통해 시속 39km를 낼 수 있는 증기기관차인 ‘로코모션(Locomotion)’을 개발해 최초의 석탄 수송 철도 노선인 ‘스톡턴’과 ‘달링턴’에 투입했다. 스티븐슨은 당시 발달했던 제철 공법을 활용해 기차가 다니는 선로도 개량했다. 육중한 무게의 기관차가 제대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선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1829년에는 뒷날 증기기관차의 표준 모델이 된 ‘로켓’호를 개발됐다. 로켓호는 당시 기관차 경진대회에서 시속 48km의 속도로 우승을 했다. 로켓호가 최고 속도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개의 관이 들어있는 보일러를 이용해 연소 가스의 열이 증기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이전 기관차 보일러에는 한 개의 파이프만 있었으나, 로켓호 보일러에는 25개의 구리 튜브가 들어 있었다. 로켓호에는 두 개의 실린더가 장착됐으며 연소실이 보일러와 분리됐고 연소실 두께도 두 배로 늘어났다. 이전 증기기관차보다 훨씬 효율이 높아진 ‘로켓호’는 최초의 여객용 정기 노선인 ‘리버풀’과 ‘맨체스터’ 노선에 활용됐다.


 




그림 2 스티븐슨이 개발한 증기기관차 ‘로켓호’


위키피디아




여행이 증가하고 시계를 보기 시작하다


증기기관차의 발전은 일상생활에 여러 변화를 가져왔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 시간은 매우 빨라졌고 여행을 하는 것도 이전보다 훨씬 편해졌다. 로켓호가 장착된 기차는 우편 마차보다 두 배나 빨랐고, 요금도 마차의 3분의 2에 불과했다. 가장 빠른 말로도 시속 18 km 밖에 낼 수 없었지만 기차는 시속 50 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말에게 먹이를 주거나 지친 말을 교체하기 위해 1시간 마다 여행을 멈추는 일들도 사라졌다. 한결 편해진 여행으로 여행객은 점차 증가했다. 맨체스터와 리버풀 노선은 증기기차 개통 후 1년도 채 안 돼 50만 명이 이용했다.



기차의 빠른 속도는 국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공장에서 생산된 물건들이 인근 지역을 벗어나 멀리까지 팔려나가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 공장에서 생산된 물건을 다음날 부산에 있는 사람이 구입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되자 점점 더 많은 공장에서 기계를 이용해 더 많은 양의 상품을 생산했다. 유럽 대륙에서는 철도가 발달하면서 이웃 지역으로 수출하는 상품이 늘어났다. 그러면서 경제의 규모가 전체적으로 커졌다.



또한 증기기차의 발달은 사람들이 시간을 엄격하게 지키는 태도를 갖게 했다. 마차가 다니던 시대에도 마차의 도착 예정 시간이 있었으나 제 시간에 도착하는 경우보다 늦는 경우가 더 많았다. 반면 기차는 거의 정해진 시각에 도착했다. 옛날 마차를 대하던 것처럼 느긋하게 기차역에 도착하면 기차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기차 시간을 정확히 지켜야 했고 이것이 습관이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시계를 보기 시작했다. 약속 시간도 ‘정오 때쯤’에서 ‘몇 시’로 구체화됐다.


 




그림 3 증기기관차의 발전사 ⓒ 한국과학창의재단 / 작가 김화연


 


증기기차, 디젤기관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다


증기기관차는 19세기 말부터 새로운 기술에 밀리기 시작했다. 디젤기관차 등 증기기관차보다 편리한 기술이 나타나며 증기기관차의 입지는 점점 약해졌다. 각종 기계 기술의 발달로 초기의 트레비식 증기기관차에 비해서 비약적인 발전을 했지만, 기관차 가동 전에 충분한 예열 시간이 필요하며 증기 발생을 위해 충분한 물을 필요로 하는 점 등이 불편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며 등장한 것이 디젤기관이다.


증기기관을 작동하는 데는 여러 사람이 필요했지만 디젤기관은 한 사람만으로 작동이 가능했다. 또한 증기기관에 비해 훨씬 조용하고 날씨 변화에 의한 지장도 거의 없었고 시동과 중지도 훨씬 쉬웠다. 증기기관처럼 늘 정비와 청소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이런 장점들로 인해 디젤 기관차는 증기기관차를 역사의 뒤안길로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교육팁]


증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증기기관인 ‘증기 터빈’을 직접 만들어보면 증기기관차의 원리를 쉽게 알 수 있다.


실험 준비물


딱딱한 종이(우드락 또는 하드보드지), 가는 고무관, 고무마개, 유리막대, 코르크마개, 둥근 플라스크, 알코올램프 


실험 과정


① 딱딱한 종이로 X형 프로펠러를 만든다. 코르크마개 가운데에 유리관을 끼우고 양 옆에 종이로 날개를 붙인 후 유리관의 양 끝을 지지대로 받쳐 허공에 띄워 놓는다.


② 플라스크에 물을 반 정도 넣고 고무마개로 막는다. 고무마개에 유리관을 끼우고 가는 고무관을 연결한다. 가는 고무관의 끝 부분에 다시 유리관을 연결한다.


③ 알코올램프로 플라스크를 가열하면서 유리관의 끝부분을 프로펠러의 날개 부분에 갖다 댄다. 증기의 힘으로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것을 관찰한다.


 



[교육과정]


– 초등학교 5학년, 에너지


– 중학교 1학년, 물질의 세 가지 상태


– 고등학교 1학년, 에너지와 수송 기술


 


용어풀이사전


– 피스톤 : 기체나 액체의 압력을 받아 실린더 속을 왕복운동하는 원판형 또는 원통형의 부품.


– 실린더 : 내연기관·증기기관·펌프 따위에서 피스톤이 왕복운동을 하는 부분.


– 응축기 : 증기를 냉각시켜 액체로 변화시키는 장치.


 



/ 박진희 동국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park0227@dongguk.edu


 



전체댓글수 0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