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특집] 따봉, 브라질!

|박원복 (단국대학교 포루투갈(브라질)어과 교수)

 

<하느님의 국적은 브라질!>

브라질은 전체 면적이 8,547,403㎢로 남미대륙의 47.3%를 차지하며 우리 남한 면적의 86배가 넘는 나라이다. 세계적으로 러시아, 캐나다,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5대 대국이며 알라스카를 제외한 미국보다도 크다. 동부의 헤시피(Recife)로부터 서부의 페루 국경까지 거리가 런던에서 모스크바까지의 거리보다도 길며 북부의 국경선으로부터 남부의 국경선까지의 거리는 거의 뉴욕과 로스엔젤리스 간 거리와 맞먹는다. 그래서 브라질 사람들은 자기의 나라를 국가라기보다는 대륙으로 생각하며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 또한 대국적이다.

경제적으로 볼 때에도 GDP 기준으로 세계 9대 대국이다(2015년 기준). 우리나라는 11위에 그치고 있다. 또한 브라질은 우리보다 20년이 앞선 1993년에 이미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 2013년엔 현 지우마(Dilma) 여성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한번에 100인승 중형여객기 137대를 팔았다. 지하자원 또한 엄청나게 풍부하다. 단적인 예로 까라자스(Carajás)라는 도시에는 우리나라 포스코가 500년이나 사용할 수 있는 철광석이 묻혀있으며 브라질은 2006년에 이미 석유를 100% 자급자족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2013년 기준으로 브라질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의 규모는 640억 4500만 달러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고작 145억 5천만 달러였을 뿐이다. 이처럼 세계가 브라질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삼성, LG, 현대 등을 위시한 50대 기업들이 앞을 다투어 현지에 진출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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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인구 1200만명의 상파울루 시내 중심가 모습 ⓒ주한 브라질 문화원

또한 자연풍광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름다운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최대의 이구아수 폭포, 지구의 허파 아마존 등등. 브라질을 여행하노라면 정말 하느님의 국적은 브라질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자신의 나라이기에 그토록 풍요롭고 아름답게 꾸며 놓았다는 것이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

월드컵을 다섯 번이나 차지한 브라질은 모든 면에서 축구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라질 국민에게 축구는 종교와 같다. 모든 것을 걸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를 보자.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즈음하여 브라질 대표선수로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호마리우 선수의 부친이 납치된 일이 발생하였다. 현재 연방하원의원이기도 한 호마리우는 펠레 다음으로 프로선수 생활 동안 통산 1,000골을 넣었던 선수인데다가 월드컵이 코앞이어서 그의 부친이 납치된 것은 브라질 전국민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납치범들은 호마리우에게 부친을 풀어주는 대가로 미화 700만 달러를 요구했다. 경찰의 끈질긴 추적과 호마리우의 개인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친의 석방은 요원한 것 같았다. 마침내 호마리우가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섰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납치범들을 향해 만일 24시간 이내에 부친을 풀어주지 않으면 자신이 월드컵에 나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 한마디에 거짓말 같게도 부친이 풀려났다. 아마도 납치범들 역시 그가 뛰는 월드컵을 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월드컵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전국민이 그 납치범들을 찾아 나설 것이기에 당연히 겁을 먹고 부친을 풀어준 것일 수 있다.

여러 통계를 보아도 브라질은 정말 축구의 나라이다. 2012년 기준으로 볼 때 브라질 축구연맹에 공식 등록된 클럽 수만 29,208개인데 우리나라는 K-리그, 프로 2부,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챌린저스리그 등 다 합쳐도 52개 팀이다. 한마디로 브라질과 비교하기엔 무리이다. 또한 축구연맹에 등록된 선수만 보아도 브라질은 210만여 명에 이르지만 우리는 고작 24,000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브라질에는 등록된 심판 수만도 소도시 인구에 해당하는 61,000명에 이른다. 그리고 브라질에서 열리는 챔피언전만도 연간 100여개 이상이며 프로축구의 게임 수는 연간 5천 경기를 상회한다. 그러니까 하루당 13개 경기가 열리는 셈이다. 나아가 1년 52주 가운데 3주를 제외한 49주 동안 축구 경기가 열린다. 그러므로 온라인, 오프라인 신문을 보면 항상 첫 면의 우측 상단엔 전날에 있었던 경기의 결과와 우수선수의 사진이 게재된다.

그런데 브라질 축구의 특징이 있다면, 조직력과 팀워크를 중시하는 유럽축구와는 달리 개인기 위주의 축구이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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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리우데자이네루의 전경 ⓒ주한 브라질 문화원

혼혈국가인 브라질은 2010년 인구조사를 기준으로 볼 때 47.7%가 백인이고 흑인과 혼혈은 각각 7.7%와 43.1%이다. 나머지는 원주민 인디오와 동양인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월드컵 대표선수들을 보면 백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기존의 선수들 중에서도 우리가 쉽게 기억하는 백인의 피부를 가진 선수는 카카(Kaká) 정도일 뿐이다. 즉 인구비율로 볼 때 축구선수들도 백인이 절반정도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흑인이나 혼혈이 체력적으로 백인에 비해 유연하고 강하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

한마디로 말하면 그것은 인종차별의 결과이다. 1500년 포르투갈 인들은 브라질을 식민지로 삼으면서 많은 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잡아왔다. 그러다가 1822년 독립을 한 지 한참이 지난 1888년에야 비로소 아프리카계 흑인들에게 노예라는 멍에를 벗겨주고 신분해방을 시켜주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흑인들은 떳떳한 브라질국민으로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즉, 같은 국민이면서도 백인들이 누리는 정치, 경제, 사회적 지위를 누릴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모든 국민이 종교처럼 열광하는 축구가 그들의 신분상승을 가능하게 하는 몇 안 되는 수단으로 인식되었다. 그 결과 축구 경기에 임하는 흑인이나 혼혈의 머릿속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내가 먼저 골을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압도한다. 내가 골을 넣으면 내 얼굴이 이튿날 언론에 크게 보도될 것이며 그러면 나는 스폰서를 잡을 수 있을 것이고 몸값 역시 올라갈 것이다. 흑인에 가까운 펠레가 축구를 잘 함으로써 체육부 장관까지 할 수 있었고 호마리우 역시 펠레처럼 학력은 형편없지만 연방하원의원으로 선출되어 권력과 명예 그리고 부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었다. 흑인이나 혼혈에게 신분상승할 기회가 거의 없는 상황이기에 브라질축구는 근본적으로 개인기 위주의 축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종백화점’, 브라질>

비록 인종차별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사회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나라이지만 브라질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혼혈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브라질은 중남미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1500-1822)를 받은 나라이다. 그리하여 브라질의 공식 언어는 포르투갈어이고 종교에서도 역시 그 식민지배의 영향으로 가톨릭이 64%를 상회한다. 30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브라질을 지배하면서 포르투갈은 가장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탕수수 산업에 집중하였다. 하지만 그 넓은 땅덩어리를 사탕수수 농장으로 일구기 위해서는 흑인들이 필요하게 되었다. 원주민 인디오들은 선교사들이 보호하는 바람에 노예로 삼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아프리카 서해에 위치한 앙골라와 콩고 등지에서 많은 흑인들을 끌고 왔다. 그 결과 지배자인 유럽인과 원주민 인디오 그리고 아프리카 흑인 사이에 혼혈이 발생하게 되었으며 흑인과 혼혈이 전체인구의 50%를 넘는 국가가 되었다.

그 다음 독립(1822)을 한 후인 19세기 후반기에는 시리아와 레바논인들이 대거 이민을 왔으며 중국인 경우는 20세기 초 파나마운하에 노역으로 갔던 사람들이 공사가 끝난 뒤 일부가 브라질로 유입되었다. 일본인들은 명치유신 때부터 이민을 와서 이제는 그 수가 200여만 명이 이른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브라질 이민역사가 이미 50년을 넘어 약 4~5만여 명의 이민이 상파울루를 중심으로 살고 있다. 그리고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사이엔 커피산업이 발달하면서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사람들이 대거 유입되어 이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인종과 민족이 브라질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브라질은 명실상부한 ‘인종백화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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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한인 상가들이 밀집해있는 상파울루 시내의 봉헤찌루 구역 모습 ⓒ주한 브라질 문화원

따라서 혼혈은 브라질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혼혈은 나와 피부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역사가 다르고 전통과 관습이 다르고 또 언어가 다른 사람과 피를 나눈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군의 자손이라든가 백의민족이라는 표현처럼 민족의 뿌리라든가 통일성을 뜻하는 상징들이 존재하지만 브라질에서는 그러한 표현이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전세계에 존재하는 각양각색의 인종과 민족이 모여 이루어진 혼혈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혼혈의 나라라는 것은 나와 생각이 다르고 관습과 전통이 다르고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공존하는 나라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혼혈은, 앞서 얘기한 인종차별의 문제를 제외하고, 문화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매우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혼혈을 통해 공존한다는 것은 음식에 비교할 때 그만큼 재료가 다양하다는 의미와 같다. 재료가 아주 다양한 만큼 그 재료를 이용하여 만들 수 있는 음식 또한 무궁무진할 수밖에 없다. 문화적인 관점에서 보면, 오늘날 브라질 문화를 대표하는 삼바도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들의 타악기리듬 바뚜끼(batuque)에서 온 것이며 전세계를 홀리는 삼바축구 역시 인디오들의 공놀이와 영국의 축구가 합쳐진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커피전문점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보사노바 음악은 브라질의 백인들이 만들어낸 음악이다. 이처럼 브라질을 대표하면서 동시에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문화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은 브라질이 바로 혼혈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혼혈은 흑도 아니고 백도 아닌, 애매모호한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흑과 백을 동시에 품고 있는 존재인 것이다. 브라질 문화가 곧 세계적인 문화가 되고 역동적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종과 민족의 피를 지닌 혼혈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통계청에 의하면 2020년에 신생아의 32%가 혼혈이라고 한다. 즉 우리나라도 조만간 혼혈국가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브라질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나와 피부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 다르고 관습이 다르다고 하여 배척하고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며 평화롭게 공존할 줄 아는 사회가 21세기에 진정으로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 나와 다르다는 것이 결코 상대방이 잘못되었거나 틀린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자.

 

※ 이 칼럼은 2014년 6월 26일자 칼럼을 재업로드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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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복 (단국대학교 포루투갈(브라질)어과 교수)

브라질 상파울루 가톨릭 대학 기호학 석사, 한국외국어대학교 비교문학 박사
서울대 라틴아메리카 연구소 연구교수, 브라질연구센터장, 주한브라질문화원 부원장 등 역임
브라질 문학사 등 저, 대통령의 길 룰라, 브라질 어젠다 등 다수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