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먹으면서 기원하는 세 가지 풍속
정월 대보름은 음력으로 정월(1월) 보름(15일)이다. 2012년에는 2월 6일이 정월 대보름이다. 설날과 더불어 우리나라 대표 명절로 대보름에 행해지는 풍속도 매우 풍성하다. 그중 대보름을 대표하는 몇 가지 풍속이 있다.
달집태우기
달집을 만들고, 달이 떠오르면 한 해 풍년을 빌며 태운다. ⓒ위키피디아
식사 전 ‘귀밝이술’ 한 잔!
먼저, 아침에 일어나면 식사 전에 귀밝이술을 마신다. 귀가 밝아지는 술이라 하여 ‘이명주(耳明酒)’라고도 한다. 대보름 아침에 데우지 않는 청주를 한 잔 마시면 그해 일 년 동안은 즐거운 소식을 듣게 된다는 의미에서 마셨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귀를 밝게 하려면 ‘술’이 아니라 ‘나물’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한다. 나물에 풍부한 비타민이 난청을 치료하고, 귓속 신경을 안정시키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우리는 청주 한 잔을 가볍게 마셔보자. 과하면 취하는 것이 술이지만, 이렇게 좋은 의미로 마시는 한 잔 술은 약이 되고, 복이 되지 않을까.
풍년과 건강을 기원하는 ‘오곡밥’
귀밝이술을 마신 후에는 오곡밥에 나물 반찬이다. 평소와 달리 고소하고 차진 식사를 할 수 있다. 오곡밥에는 찹쌀, 차조, 찰수수, 붉은팥, 검은콩 등 5가지 이상의 곡식이 들어간다. 특히 오곡 중 ‘검은콩’에는 불포화 지방산이 있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혈액순환이 잘되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오곡밥에는 크게 두 가지를 기원하는 마음도 담겨있다. ‘그 해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오곡에 숨은 고른 영양소 섭취로 ‘건강한 한 해를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 그것이다. 그런 깊은 뜻을 알고 먹으면 왠지 더 뜻깊지 않을까 싶다.
딱!! 시원하게 ‘부럼 깨기’
대보름 아침에 먹는 또 하나. 날밤, 호두, 은행, 잣 등의 견과류다. 한 해 동안 각종 부스럼을 예방하고, 이를 튼튼하게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부럼을 깨문다. 이 역시 귀밝이술과 오곡밥처럼 무사무탈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풍속이다. 호두나 땅콩을 깬다고 있던 부스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의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의 선조들은 이런 민속 행위를 통해 건강을 기원했다. 그리고 부럼 깨기 역시 이 건강에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딱딱한 날견과류를 이로 깨면 순간적으로 이에 가해지는 압력이 오히려 이를 상하게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견과류에는 비장의 무기인 ‘아연’이 들어가 있다. 이 아연이 귀밝이술이 하지 못하는 청신경 활동을 도와 귀를 건강하게 해준다.
이 밖에도 쥐불놀이, 달맞이 등 설이나 한가위 못지않은 풍속이 다양하게 내려져 오고 있다. 모두 경험해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요즘과 같이 핵가족화된 현대에는 귀밝이술/오곡밥/부럼만 했다고 해도 ‘대보름’의 의미는 잘 살렸다 할 수 있겠다. 새해 가장 큰 달이 뜨는 음력 정월 열닷새 ‘대보름’. 소원이 있는가? 그렇다면 절대 이때를 놓치지 말고 달님에게 간절히 빌어 보자!
김지영 사이언스올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