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를 막은 두 사나이, 먼로와 데이비스

 

전차를 막은 두 사나이, 먼로와 데이비스


 

 

어지간한 포탄까지 튕겨내는 두꺼운 장갑은 전차의 특징이기도 하다. 전차 등 두꺼운 장갑으로 보호받는 목표를 격파할 때 쓰이는 전통적인 탄은 철갑탄이다. 철갑탄이란 간단히 말해 매우 강하고 무거운 금속 덩어리로 이루어진 탄으로서, 자체의 운동에너지만으로 목표를 파괴한다.

 

그런데 물체의 운동에너지를 구하는 공식은 W=1/2mv제곱(m: 질량, v: 속도)이기 때문에, 철갑탄의 운동에너지와 관통력을 높이려면 탄의 질량과 속도를 높이는 수밖에는 없다. 그리고 질량이 높을 때보다 속도가 높을 때가 운동에너지가 더욱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속도를 높이는 것이 탄의 관통력을 높이는 데 보다 효과적이다.

 

문제는 일반적인 화약식 병기, 즉 총포에서 탄의 운동에너지를 높이면, 그만큼 총포가 발생시키는 반동도 커진다는 것이다. 뉴턴의 운동법칙 중 제3법칙, 즉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 엄연히 적용되기 때문이다. 총포가 탄환을 발사하면, 그와 같은 반동에너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철갑탄을 빠르게 쏘아 날리는 방식의 재래식 대전차포.

너무 크고 무겁고 비싸 보병의 운용이 절대 수월치 않다.

성형작약탄과 무반동총은 이런 대전차포를 과거의 유물로 만들기 충분한 기술혁신이었다. 

 

따라서 전차가 커질수록 전차를 격파하기 위한 총포, 즉 대전차포도 그만큼 더욱 커지고 강력해질 수밖에 없었다. 전차가 등장한 초창기에는 대전차 소총, 즉 보병 혼자서 쏘는 고위력 소총으로도 전차의 장갑을 뚫고 내부의 승무원을 살상, 전차를 행동 불능으로 만들 수 있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전차의 방어력이 폭발적인 발전을 이룩하면서 대전차 소총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대전차포의 위력은 전차 장갑의 발전에 보조를 맞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강력해졌다.  

 

문제는, 대전차포의 위력이 강력해지면서 무게와 단가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는 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독일군이 선보인 128mm 구경의 PaK 44 대전차포는 그 무게만도 무려 10톤. 유연하게 운용하기 꽤 부담스러운 무게가 아닐 수 없다. 

 

자, 그렇다면 보병은 이런 대전차포가 없이는 정말로 전차를 격파할 수 없을까? 물론 과거에도 대전차 지뢰나 대전차 수류탄, 화염병 등 각종 휴대형 대전차 무기가 있었지만, 이는 모두 보병들이 전차에 직접 다가가서 사용해야 한다. 사용자는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걸어야 한다. 바로 이때, 두 사나이의 발명품을 통해 보병도 원거리에서 전차를 대적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두 사나이는 바로 미국의 발명가 찰스 에드워드 먼로와 미국의 군인 클리랜드 데이비스 해군 중령이다. 

 

먼로는 1880년대, 솜화약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목표에 부딪히는 폭약의 표면이 평면일 때는 폭발력이 사방으로 퍼지지만, 만일 폭약이 역 원뿔꼴의 모양으로 안쪽으로 파여 있을 때는 그 폭발력이 원뿔꼴의 중심부 한 곳으로만 집중되어 관통력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발명가의 이름을 따 먼로 효과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1920년대, 독일의 기술자 노이만은 역 원뿔꼴로 파인 폭약의 표면에 구리 덮개를 붙이면 더욱 관통력이 강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폭발 순간 구리가 증발, 금속 분자의 상태가 되어, 이 금속 분자가 폭발 가스에 실려 제트 분류로 장갑판에 불어닥치면서 관통력을 더욱 높이는 것이다. 이로써 현대적인 성형작약탄(한국군 용어로는, 대전차 고폭탄으로 불린다.)의 이론적 토대가 완성되었고, 이 이론을 가장 먼저 실제로 검증된 것은 1938년 스위스에서였다. 스위스의 두 사업가가 먼로와 노이만의 이론에 기초해 만든 성형작약탄으로 장갑판을 관통하는 시범을 보이자, 전 세계 군대의 이목을 끈 것이었다.

 

  성형작약탄의 원리를 보여주는 사진. 평평한 표면의 폭탄은 금속판을 뚫지 못하지만,

원뿔꼴의 홈이 파인 폭탄은 우수한 관통력을 보여주는 것을 알 수 있다.

목표에 들러붙어 있을 때가 아닌, 적정한 초점 거리가 맞춰져 있을 때 더욱 관통력이 우수한 것도 알 수 있다.  

 

성형작약탄은 과거의 대전차 탄약이 반드시 가져야 했던 ‘고속도’라는 요구조건을 없애버렸다. 철갑탄과는 달리 성형작약탄은 설령 속도가 0이더라도 전차 표면에 어떻게든 갖다 댄 후 격발시키면 장갑이 관통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느린 속도로라도 원거리에 있는 전차에 날려 보내지 못하면 기존의 휴대형 대전차 병기보다 이점은 그리 크지 않다.

 

이때, 데이비스 중령이 만든 데이비스 건은 보병 개인도 성형작약탄을 손쉽게 날려 보낼 수 있게 해주었다. 앞서도 말했듯이 세상의 모든 물체가 움직일 때는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발사되는 탄의 정반대 방향으로 똑같은 질량과 속도를 가진 탄을 사격한다면 두 탄의 반동이 서로 상쇄되므로 전체적인 반동은 0이 된다. 데이비스는 이러한 구조로 만들어진 포인 ‘데이비스건’, 즉 데이비스식 무반동총을 만들었고, 이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공군이 항공기에 탑재, 사용했다.  

 

하지만 반동을 없애기 위해 굳이 반대 방향으로 또 다른 탄을 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얼마 안 가 드러났다. 약실의 후방을 뚫어서, 발사 가스를 모두 분출해 버리면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단, 이 방법은 같은 탄을 쓰는 기존의 총포에 비해 5배의 발사장약이 있어야 같은 사거리와 포구초속을 얻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발사 가스가 총포의 뒤로 뿜어져 나가면서 추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출된 발사 가스가 후폭풍이 되어 발사 위치를 쉽게 드러내는 것도 문제이다. 

 

그러나, ‘전차를 상대하기 위한 보병의 성형작약탄 사용’이라는 전제에서 보면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앞서도 말했듯이 성형작약탄은 철갑탄과는 달리 속도가 느려도 충분한 관통력을 발휘하는데다, 후폭풍 문제도 가짜 발사장소를 많이 만들거나, 같은 무기를 든 여러 명의 보병이 같은 목표에 동시에 공격을 가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여겨졌다. 어찌 되었든, 전쟁은 단체 게임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과거의 거대한 대전차포에 비해 가격도 쌌다.

 

아무튼, 이 성형작약탄+무반동총을 조합시킨 형식의 대전차 무기는 제2차 세계대전부터 현대까지 보병용 대전차 무기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는 독일의 판처 슈렉과 판처 파우스트, 미국의 바주카가 명성을 날렸고, 우리 국군이 쓰는 대전차 무기만 보더라도 90mm 무반동총, 106mm 무반동총, LAW, TOW, 판처파우스트3 등, 성형작약탄과 무반동총 방식을 함께 쓰지 않는 대전차 무기가 없을 정도다. 구소련의 RPG-7 역시 성형작약탄과 무반동총 방식을 조합한 대전차 무기로, 여러 국제분쟁에서 ‘가난한 자의 야포’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철갑탄을 쏘아 날리던 옛 방식의 대전차포는 이제 전차에만 장착되는 것은 물론이다.

 

글: 이동훈(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