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분야 20세기 이후 10대 사건 10]
저항이 없는 전류의 흐름, 초전도 현상 발견

인류역사에서 20세기는 전자혁명의 시기였다고 기록할 수 있다. 인류 문명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킨 반도체 소자, 컴퓨터, 인터넷 등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바로 전자를 다루는 기술의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전자를 다루는 기술은 어떻게 발전하게 됐을까? 이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고체물리학과 전기재료의 발전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등장시켜야 한다.
 그림 1 만일 도체의 저항을 완전히 없앨 수 있다면, 전력손실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제공 : SXC |
고체물리학은 각종 고체소자 개발의 바탕이 됐으며 현대과학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대상이 되고 있는 중요한 과제로는 고체 속의 전자상태에 대한 문제, 반도체, 극저온에서의 각종 이상 현상, 초전도 현상의 본질 파악 등으로 다양하다. 이 중 초전도 현상은 전기, 전자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어 20세기 10대 사건으로 선정됐다.
도체·부도체·반도체 – 고체 삼형제
고체는 흔히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와 그 중간인 반도체로 나눌 수 있다. 이 차이는 내부에 전류를 옮기는 자유전자가 많고 적음에 따라 결정된다.
도체에는 자유전자가 많아 외부 신호에 따라 전류가 잘 흐르지만,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저항이 소량 존재 한다. 저항은 전류의 손실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처음 보냈던 신호의 크기를 작게 만드는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을 만든다. 만약 도체의 저항을 완전히 없앨 수 있다면, 이러한 전력손실이나 신호 감소 등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이런 꿈의 도체, 즉 저항이 없는 완전도체는 있을 수 없는 것인가?
조셉슨 효과 초전도체와 초전도체 사이에 전류가 흐르지 않는 부도체를 끼워 넣어도 전류가 흐르는 현상. 초전도체의 질서계수인 에너지 간격의 위상 때문에 생기는 양자역학적 현상으로, 두 초전도체의 에너지 간격의 위상차이가 있으면 이로 인해 전류가 흐를 수 있다.
유도 전류 도체에 외부에서 자기장을 가하면 패러데이(Faraday) 법칙에 의해 외부 자기장을 반대하는 방향으로 전류가 유도된다. 이를 유도전류라 하는데 도체에는 저항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유도전류는 곧 사라지게 돼 외부자기장은 도체 내부를 관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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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네스, 초전도 현상을 발견하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1900년대에 들어와 초전도 현상이 발견되면서 풀리게 된다.
초전도 현상은 물체의 온도를 (충분히) 낮출 때 일어나는 특이한 현상이다.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오네스(H.K. Onnes, 1853~1926)는 다른 원소와 화학 반응을 일으키기 어려운 기체인 헬륨(He)을 액화해 절대온도 0도(K)(= -273.15 ℃) 가까이 내릴 수 있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첨단 기술을 개발했다. 그는 곧이어 극저온에서 온도계로 사용할 목적으로 온도에 따른 수은(Hg)의 저항 변화를 측정했고, 그러던 중 절대온도 4.2K(-268.95 ℃)에서 갑자기 저항이 사라지는 현상, 즉 전기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초전도 현상을 발견했다.
이러한 초전도 현상이 중요한 이유는 우선 도체의 저항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완전도체 성질을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흔히 조셉슨 효과(Josephson effect)라고 불리는 위상효과를 활용한 응용 가능성도 뛰어나다.
 그림 2 초전도체 내부에는 자기장이 들어갈 수 없고, 내부에 있던 자기장도 밖으로 밀어내기 때문에 자석 위에 떠오르는 자기부상현상을 나타낸다. 사진 제공 : 위키피디아 |
뿐만 아니라 초전도 현상에 대한 이해는 기존의 상식을 뛰어 넘는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주로 단일 원소 금속의 경우,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임계온도(한계온도)가 ~10K(-263.15 ℃) 수준이지만 1986년에 발견된 고온초전도체의 경우, 임계온도가 100K(-173.15 ℃)를 넘는다. 이러한 고온 초전도체는 아직 이론적으로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미완의 분야다.
초전도 현상의 원리
도체 내에서 전류가 흐를 때 저항이 생기는 이유는
첫째, 전자가 움직이다가 불순물과 충돌 하거나 둘째, 전자들이 이동하면서 (도체 내의 일정한 위치에서) 열에너지 때문에 진동하고 있는 원자들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요인 중 전기저항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은 두 번째 요인이다. 따라서 도체의 온도를 낮추면 열에너지가 작아지고, 열에너지가 작아지면 원자의 진동이 작아지므로 전자와 원자간 충돌이 감소돼 저항이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온도를 낮추더라도 절대온도가 0 K가 아닌 한, 일반적인 금속의 경우 유한한 저항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1911년, 오네스가 일부 금속도체의 온도를 절대온도 0 K 가까이 내리면 갑자기 전기적 저항이 사라지는 완전도체 현상을 관측했다.
이와 같이 물질에 따라 다른 특정한 온도(이를 초전도 임계온도라고 부른다) 이하에서 저항이 없는 완전도체 성질과 내부에 자기장이 존재하지 못하는 반자성 성질은 기존의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질서를 가진 상태이며, 이를 초전도 상태라고 부른다.
금속도체의 경우,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임계온도에서와 상온에서의 전기전도도를 비교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이 눈에 띈다. 즉, 상온에서 전기 저항이 상대적으로 높은 ‘나쁜’ 도체일수록 오히려 완전도체 성질이 나타나는 초전도 임계온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상온에서 전류를 잘 흘리는(전기 저항이 낮은) ‘좋은’ 도체인 구리, 알루미늄, 금, 은 등은 온도를 아무리 낮춰도 초전도 현상을 보이지 않는다. 반면 상온에서 전기 저항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은은 임계온도 4.2K(-268.95 ℃), 납은 임계온도 7.2K(-265.95 ℃)로, 초전도 임계온도가 높다. 즉, 상온에서 전류를 잘 흘리는 도체가 그렇지 못한 도체보다 초전도 현상을 만들기가 더 어렵다.
BCS 이론,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다
물리학자들은 이처럼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 중에서 궁극적인 설명이 제시된 것은 초전도 현상이 발견된 지 50년이 지나서였다.
원자 진동 금속 내의 음파는 원자진동으로 퍼진다. 따라서 원자진동을 소리라고 볼 수 있다 |
| 그 이론은 1957년, 바딘(John Bardeen, 1908~1991), 쿠퍼(Leon N Cooper, 1930~), 슈리퍼(John Robert Schrieffer, 1931~) 세 사람이 제안한 BCS이론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도체 내 전자 사이에는 전하(-e)가 같은 극이기 때문에 밀쳐내는 힘이 작용하지만, 어느 한 전자가 원자 진동을 내고 다른 전자가 이 소리를 받는 교환 상호작용을 하면 전자 사이에 서로 당기는 인력이 작용할 수 있고, 이러한 인력 때문에 두개의 전자가 하나의 짝을 이루게 돼 초전도 현상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 전자쌍은 처음 제안한 쿠퍼의 이름을 붙여 쿠퍼 전자쌍이라 부른다)
즉, 도체 내에서 전자가 움직일 때, 양이온화 된 원자들이 전자 쪽으로 이끌리면(전자가 원자진동, 즉 ‘소리’를 유발시킴), 그 전자 주위에 양의 전하가 몰려 +전하를 띤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다른 전자가 그 쪽으로 끌리게 돼 결과적으로 두 전자는 마치 짝을 지어 운동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이 이론은, 정상 상태에서 독립적으로 운동하던 전자들이 저항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원자진동을 활용해 ‘어깨동무’를 하면서 움직일 때 초전도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림 3 초전도 현상의 원리- 전자들이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고 움직이면 서로 넘어지지 않을 수 있다.(저항 없이 갈 수 있다) 사진 제공 : SXC |
그렇다면 저항이 없는 초전도체는 얼마나 많은 전류를 흘릴 수 있을까? 전류를 흘리면 전자가 움직이기 때문에 전자의 운동에너지가 증가한다. 이 에너지 증가가 쿠퍼 전자쌍의 ‘어깨동무 에너지(이를 흔히 초전도체의 ’에너지 간격‘이라고 부른다)보다 커지게 되면 전자쌍의 ’어깨동무‘가 풀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전자가 다시 독립적으로 움직이게 돼, 저항이 있는 정상상태로 돌아온다. 그러므로 초전도체가 흘릴 수 있는 최대 전류(임계전류)와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임계온도는 원자진동 에너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임계온도는 금속 원자의 경우 절대온도 10K(-263.15 ℃) 이하, 합금의 경우 23K(-250.15 ℃) 이하이다. 금속 초전도체의 경우, 임계온도가 낮아서 냉각제로 액체 헬륨을 사용해야 하는데, 액체 헬륨의 비싼 가격 때문에 응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BCS 이론으로 설명 불가능한 고온 초전도체 발견
 그림 5 층상구조를 가진 고온초전도체의 구조. 중간 부분에 절연층이 있다. 대표적인 고온초전도체인 이트륨바륨구리산화물(YBCO)의 구조도. 사진 제공 : H. Shaked 외 5인, 초전도 과학기술 센터, Argonne 국립연구소. |
한편 10년 전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구리산화물 초전도체는 일반의 상식을 뛰어 넘는 큰 발견이었다. 구리산화물은 부도체로 알려진 세라믹 재료로, 전하가 있는 층과 전하가 없는 절연층이 교차로 존재하는 아주 복잡한 층상구조를 갖고 있다. 이 구리산화물의 임계온도는 최고 164K(-109.15 ℃)로, 이는 액체 헬륨보다 저렴하고 반응성이 적은 액체 질소(끓는점 77K, -196.15 ℃)를 냉각제로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고온’이다. (여기서 ‘고온’이라고 표현했지만, 아직 임계온도는 영하 196.15도로 극히 낮은 온도다.)
고온초전도체의 경우에도 역시 전자들이 짝을 이뤄 행동하는 에너지 간격이 있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전자간의 ‘어깨동무’를 가능케 하는 매개체가 무엇인지, 또 임계온도가 왜 이처럼 높은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러한 매개체의 정체를 밝히는 것은 과학계 최대의 현안 문제 중 하나다.
초전도 현상의 다양한 응용 분야
 그림 6 2013년 인천국제공항에서 운행하게 될 자기부상열차(위)와 부상 원리(아래). 사진 제공 : 동아일보 |
초전도체의 완전도체 성질을 이용하면 초전도 자석 부상열차, 송전선, 배전선뿐만 아니라 초전도의 위상효과(조셉슨 효과)를 이용한 소규모 응용이 가능하다. 현재 일본에서 시험 중인 초전도 부상열차는 시속 500km의 속력으로 지상에서 약 5cm 정도 뜬 채 달린다.
또한 조셉슨 효과를 이용한 초전도 양자 간섭 장치(SQUID, Superconducting Quantum Interference Device, 초전도 양자 간섭 소자)는 미세한 자기장(지구 자기장의 100억분의 1 수준)을 측정할 수 있다. 앞으로는 이를 이용해 사람의 심장이나 뇌의 전류흐름 때문에 생기는 미세한 자기장 검출과 진단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 통신용 필터, 초전도 케이블 등 미래의 초전도 현상 응용분야는 점점 광범위해지고 있다.
[교육팁] 전기를 잘 통하는 물질은 도체라고 하고 전기를 거의 통하지 않는 물질은 부도체라고 한다. 또한 도체는 전기뿐만 아니라 열도 잘 전달한다. 이와 반대로 부도체는 열을 잘 전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도체와 부도체는 무엇이 있을까? 각자 생각해 보고 함께 토의하면서 도체와 부도체의 성질을 이해한다.
– 도체를 사용하는 예: 전기를 수송하는 전선을 만들 때, 전기를 잘 통하는 은이나 구리를 사용한다 / 냄비를 만들 때, 열을 잘 전달하는 금속을 사용한다 /
– 부도체를 사용하는 예: 전선, 코드의 겉 표면을 부도체인 고무로 감싸 감전 사고를 막는다 / 냄비의 손잡이 부분은 나무나 플라스틱 등 부도체로 돼 있다 /
[교육 과정] – 초등학교 3학년 과학, 우리 생활과 물질 – 초등학교 6학년 과학, 전자석 – 중학교 2학년 과학, 전기 |
글 / 김정구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jnine@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