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의 자궁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상

박건희

때는 20xx년, 한 과학자의 연구실에서 어미 없는 침팬지가 탄생했다. 이 연구실은 체외에서 수정란의 착상부터 출산까지 가능한 인공 자궁을 개발하는 연구실이다. 사실 보류하고 있었을 뿐, 인간 자궁의 구조와 특성에 맞게 설계된 인공 자궁은 완성이 되어있는 상태였다. 과학자는 이 인공 자궁에게 성경에 나오는 인류 최초의 여성 이브의 이름을 따서 ‘이브의 자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이를 인간에게 적용시키는데 있어 걸림돌이 되는 것이 딱 2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국가 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내려온 윤리 강령에 의한 실험 중단 지령이었고 두 번째는 매일같이 연구소 앞에 몰려와 인공 자궁을 인간에게 적용시키는 것을 찬성하는 여성단체와 반대하는 종교 단체의 결국 이 과학자는 진보 정당의 한 국회의원의 도움을 받아 국회에서 연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가장 가슴 졸이며 연설을 들었던 것은 난임 치료 중인 부부들이었다. 기자와 논평가들이 ‘이브의 자궁’을 둘러싼 찬반을 갑론을박했고 여성단체에서는 인간에게 인공 자궁을 적용시켜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으며 산부인과 의사 협회에서 역시 찬반 의견이 갈렸다. 국회에서는 길고 긴 토론이 이어졌으며 여성복지부에서도 많은 공문이 오갔다.

1년 뒤, 인공 자궁을 통한 출산에 관한 의료 법률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과학자는 특허를 출원과 기술이전을 했고 많은 국가에서 이 기술을 도입하였다. 법안이 통과되고 10개월 뒤, 대전의 한 병원에서 최초로 엄마 뱃속을 벗어난 채 ‘이브의 자궁’에서 태어난 아이가 탄생했다. 마치 ‘시험관 아기’ 기술로 태어난 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고, 난임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은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부부들은 굳이 난임 치료 목적이 아니더라도 ‘이브의 자궁’을 이용했으며, 심지어 생리를 안 하기 위해 아예 자궁을 적출하고 주기적인 호르몬제를 맞으며 살아가는 여성들도 생겨났다.

15년이 지난 뒤, 출산 중 사망과 임신중독증을 겪는 사람의 비율이 현저히 떨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이 비율은 상류층의 사람들에게서만 나타나는 수치였다. 중산층 미만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 수치가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원인은 ‘이브의 자궁’의 이용 단가가 가볍지 않다는 것이었다. 기술의 발전이 대중의 공리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사람들의 믿음과는

다르게 ‘이브의 자궁’은 빈부 격차를 다시 한 번 눈에 띄게 해주는 존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