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는 천재일까

|오가희

 

프로야구 시즌마다 스포츠 기사에 나오는 말이 있다. 좌완투수 얘기다. 모든 감독이 탐내고, 야구를 아는 팬이라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왼손투수’들은 몸값도 엄청나다. 야구 FA시장에서 당시 롯데 소속이었던 왼손투수 장원준은 2015년 4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계약금을 받고 두산으로 이적했다. 유독 야구에서 ‘왼손’은 귀하게 대접받는다. 그렇다면 이 ‘왼손잡이 투수’들은 만들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타고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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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출처 (GIB)

잘 쓰는 손이 착하고 옳다

왼손잡이는 아닐지라도 살면서 왼손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은 쏠쏠히 보인다. 종류도 다양하다. 왼손만을 이용하는 사람, 글씨를 쓰거나 젓가락질을 할 때만 오른손을 쓰는 사람…. 심지어는 왼손과 오른손을 동시에 이용해 글씨를 쓸 수 있는 사람도 있다. 왼손잡이의 정의 역시 애매하다. 국어사전에는 ‘한 손으로 일을 할 때, 주로 왼손을 쓰는 사람. 또는 오른손보다 왼손을 더 잘 쓰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양손을 쓰더라도 왼손을 더 잘 쓰면 왼손잡이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왼손잡이는 ‘정상에서 벗어난’ 것으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영어에서 오른쪽을 뜻하는 right는 ‘옳은’으로 통하며, 왼쪽을 뜻하는 left는 쓸모없다는 뜻을 가진 단어 ‘lyft’에서 파생됐다. 우리말에서도 마찬가지다. 왼쪽을 비하하는 말은 없지만 오른손을 바른손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오른쪽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이미지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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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출처 (GIB)

실제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는 어느 방향을 ‘옳다고’ 생각할까. 훌리오 산티아고 데 토레스 스페인 그라나다대 교수와 다니엘 카사산토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2010년에 공동으로 발표한 연구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에게 좋아하는 동물은 착한 이미지로, 싫어하는 동물은 나쁜 이미지로 인식하게 했다. 만일 얼룩말을 좋아한다면 착한 동물, 판다를 싫다면 나쁜 동물이라고 생각하도록 했다. 그 뒤 착한 동물과 나쁜 동물을 종이에 그리게 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왼손잡이는 착한 동물을 왼쪽에, 오른손잡이는 오른쪽에 그렸다.

산티아고 교수는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오랫동안 학습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왼손잡이는 세상을 살면서 수많은 ‘잘못된 것’과 마주친다. 가위, 컴퓨터 자판, 마우스 등의 사례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자연히 왼손잡이들은 자신과 맞지 않은 ‘불편한’ 상황과 마주하게 되고, 따라서 오른쪽을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열 명 중 한 명은 왼손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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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출처 (GIB)

오른손잡이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상 왼손잡이의 불편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부모가 왼손잡이 성향을 보이는 아이를 오른손잡이로 교정하려고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왼손잡이는 약 11%, 열 명 중 한 명만이 왼손잡이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오른손을 압도적으로 많이 쓰는 것은 모든 동물을 통틀어 인간뿐이다. 심지어 50만~60만 년 전에도 인류의 90% 이상이 오른손잡이였다.

데이비드 프레이어 미국 캔자스주립대 연구원은 스페인 고대 유적지에서 발굴된 고대 인류의 앞니 자국을 분석했다. 이곳에서 발굴된 유골은 네안데르탈인이나 그 조상격인 인류로 믿어지는데, 이들의 앞니에서 오른손으로 도구를 쓴 흔적이 발견됐다. 사냥한 고기를 가죽과 분리하기 위해 다듬을 때 고기는 앞니를 이용해 입에 물고, 왼손은 고기의 가죽을 붙잡은 뒤 오른손으로는 돌칼을 잡고 내려치기 때문이다. 이 분석을 토대로 50만 년 전 인류의 93.1%가 오른손잡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현대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왼손잡이가 11%라는 것과 비교하면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오른손잡이 비율이 현대에 비해 더 높다.

연구진은 이 시기에 오른손잡이가 많은 이유를 언어 능력과 연관지어 설명했다. 언어 능력은 좌뇌 발달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좌뇌는 우리 몸에서 주로 오른쪽 부분의 운동 능력을 제어한다. 따라서 오른손잡이 성향을 보인다는 것은 언어 능력의 발달과 관계가 깊다는 것이다. 오른손을 많이 쓰면서 언어 능력이 발달할 수 있을 정도로 좌뇌가 발달했다고 설명한 셈이다.

그렇다면 언어를 자유롭게 쓰는 현대에도 여전히 오른손잡이 비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다니엘 아브라함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현대에 오른손잡이가 많은 이유를 협동과 경쟁이라는 사회적 활동을 이용해 설명했다. 그는 일반인, 앵무새, 운동선수들의 행동패턴과 왼손잡이, 오른손잡이 비율을 이용해 수학적 모델을 만들고 실제 결과와 들어맞는지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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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출처 (GIB)

아브라함 교수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협동 작업이 오른손잡이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특정 작업을 할 때 도구를 함께 쓰려면 같은 방향의 손을 쓰는 것이 효율이 좋기 때문에 왼손잡이라도 오른손잡이로 바뀐다는 것이다. 인류가 처음 활동할 당시에는 왼손·오른손잡이가 제각각이었는데, 진화하면서 큰 집단을 이뤄 협동할 일이 많아지자 같은 쪽을 사용하도록 변화했다.

그렇다면 왜 모두가 오른손잡이가 아닐까. 바로 ‘경쟁’ 때문이다. 협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경쟁을 할 때는 변칙적으로 다른 방향을 써야 앞서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브라함 교수는 이를 야구선수와 골프 선수들의 행동을 분석해 설명했다. 타자와 투수가 맞붙어야 하는 ‘경쟁적인’ 야구 선수들이 혼자 공을 치는 골프 선수보다 왼손잡이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왼손잡이는 정말로 천재 ‘후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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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5] 출처 (GIB)

최근에는 훌륭한 사람, 천재, 영재 등 어쨌든 ‘난 사람’ 중에 왼손잡이 비율이 높다며 왼손잡이가 더 좋다는 생각이 대세로 보인다. 왼손잡이로 거론되는 위인들을 찾아보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알렉산더, 나폴레옹, 시저, 베토벤, 뉴턴…. 이름만 들어도 ‘천재’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다.

왼손잡이가 두뇌발달이 오른손잡이에 비해 유리하다는 가설을 살펴보면 그럴싸하다. 소위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성향과 결합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 몸의 생각과 행동을 관할하는 대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눠진다. 좌뇌는 읽기, 쓰기, 말하기와 같은 언어성 지능과, 우뇌는 미술, 음악, 체육과 같은 동작성 지능과 관련이 있다. 이 양쪽 뇌가 균형적으로 발달해 종합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지능과 별개로 몸 각 부위를 제어하는 것 역시 대뇌의 역할이다. 좌뇌는 몸의 오른쪽을, 우뇌는 몸의 왼쪽을 제어한다. 즉 왼손잡이는 우뇌를 많이 사용하므로 이를 발달시켜 미술, 음악, 체육과 같은 지능을 발달시킨다는 논리다. 즉 다 빈치나 미켈란젤로 같은 예술가는 왼손을 써서 우뇌가 발달했기 때문에 미술 능력도 함께 발달했다고 설명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지난해에는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학업성취도가 더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었다. 마이크 니콜스 호주 플린더스대 교수는 5살 난 호주 어린이 5000명의 학교생활을 관찰한 결과 집단 전체 평균만으로 비교하면 왼손잡이 어린이가 오른손잡이보다 수행능력이 못하다는 통계 결과를 내놓았다.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중 누가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 할지 모른다. 과연 왼손과 오른손, 어떤 손을 많이 쓰는 것이 좋을까.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필자 소개 / 오가희

이화여자대학교 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과학교육학 석사를 받았다. 2010년부터 잡지와 일간을 오가며 다양한 과학 기사를 썼다. 누구나 쉽게 만나고 읽을 수 있는 과학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기후 변화와 지질학, 생태학에 관심을 갖고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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