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달 특별 칼럼] 해리 포터와 함께 하는 과학 여행

이성수 교수|숭실대학교 IT대학 정보통신전자공학부

 

초판이 나올 때마다 학생들이 학교를 빼먹고 책을 사러가는 바람에 공식 판매를 오후에 시작해달라고 교육 당국에서 각 서점에 공식 요청할 정도로 인기를 누린 <해리 포터>. 7권으로 이루어진 시리즈는 67개 언어로 번역되어 4억부 이상이 판매되었고, 미국 내에서 초판 인쇄된 서적을 운반하는데 9천대의 트럭이 동원되었다.1)

시리즈 마지막권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발매 첫 24시간 동안 미국에서 830만부, 영국에서 265만부가 팔렸고, 작가인 조안 롤링은 세계 부자 순위 663위에 올랐다.2) 워너브라더스에서 8편으로 제작된 영화는 전세계적으로 총 54억 달러의 매출액을 올렸고 마지막 편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는 전세계 영화 흥행 역대 4위 (매출액 13.4억 달러)를 기록했다.

자, 이렇게 <전설>적이고 <마법>에 가득 차 있는 <해리 포터>를 어떻게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칼럼을 청탁받고 열심히 눈에 불을 켜고 들여다보니 <과학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는> 부분을 적어도 몇 가지는 찾을 수 있었다. 과학의 달인 4월에 가벼운 마음으로 <해리 포터>와 함께 하는 과학 여행을 떠나보도록 하자.

버터 맥주, 만들 수 있을까?

해리, 론, 헤르미온느가 호그스미드라는 마법사 마을에 갈 때마다 즐겨 마시는 음료인 <버터 맥주>. 맥주라고는 하지만 미성년자인 이들이 마시는 것을 보니 알코올이 들어있지는 않은 것 같다. 원문에서는 따로 맛이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작가인 조앤 롤링에 따르면 버터 맥주는 버터맛 스카치 캔디와 비슷한 맛이 난다고 한다.

알코올은 안 들어갔다고 해도 이름이 버터 맥주이니 다른 음료와 버터를 섞어서 만들었을 터인데, 문제는 버터를 녹여서 물에 섞어봐야 섞일 리가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런던과 오사카에 <해리 포터> 테마 파크가 생겼는데, 여기에서는 진짜 버터 맥주를 판다고 한다. 다녀온 사람들의 말로는 조금 느끼하지만 확실하게 버터 맛이 나고 꽤 맛있단다. 도대체 이건 어떻게 만드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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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런던과 오사카의 해리 포터 테마파크에서 파는 버터 맥주

(출처: 런던 해리 포터 스튜디오 공식 홈페이지, http://www.harrypotterldn.com/harry-potter-studio-tour/butterbeer/,오사카 위자딩 월드 오브 해리 포터 공식 홈페이지, http://guide.usj.co.jp/ja/restaurant/j_hogs_head.do)

극성 분자와 무극성 분자

서로 겉돌고 사이가 벌어지는 것을 <물과 기름>이라는 말로 표현하듯이 버터와 음료를 섞어도 금방 분리되어 버린다. 일반적으로 분자는 비대칭 모양을 가진 극성 분자와 대칭 모양을 가진 무극성 분자로 나뉘는데, 극성 분자끼리나 무극성 분자끼리는 잘 섞이고 반대는 안 섞이는 경향이 있다. 물은 대표적인 극성 분자이고 기름은 대표적인 무극성 분자이기 때문에 (그림 2)와 같이 물은 물끼리, 기름은 기름끼리 결합하여 두 층으로 나뉘게 된다. 비타민을 섭취하기 위해 채소를 먹을 때 어느 채소는 그냥 먹고 어느 채소는 기름에 볶아서 먹으라고 권하는데, 그 이유는 비타민에도 물에 잘 녹는 수용성과 기름에 잘 녹는 지용성이 있어서 각각에 알맞은 조리 방법을 택해야 비타민이 잘 녹아나와 우리 몸에 많이 흡수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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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무극성인 기름과 극성인 물의 결합 및 분리

 

마요네즈와 비누의 원리

그런데 우리가 늘 먹는 음식 중에도 물과 기름이 잘 섞인 것이 있다. 바로 마요네즈다. 마요네즈는 식용유, 식초, 계란 노른자로 만드는데, 식용유는 무극성 분자, 식초는 극성 분자이지만 계란 노른자는 (그림 3)과 같이 올챙이 모양으로 생겨서 머리 부분은 극성 분자, 꼬리 부분은 무극성 분자로 되어 있다. 식용유와 식초에 계란 노른자를 넣고 믹서로 빠르게 섞으면 계란 노른자 성분이 (그림 3)과 같이 머리 부분은 물과, 꼬리 부분은 기름과 결합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식용유와 식초가 서로 섞여서 마요네즈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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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마요네즈에서 식초와 기름의 결합

 

이렇게 물과 기름을 섞어주는 물질을 유화제, 또는 계면활성제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유화제로는 비누를 들 수 있다. 옷에 묻은 기름때를 비누로 세척하는 원리는 (그림 4)와 같은데, 비눗물에 때 묻은 옷을 넣으면 때 입자에 계면활성제가 많이 달라붙어서 옷의 섬유로부터 떨어져서 비눗물 속에 녹아 들어가게 된다. 집에서도 손쉽게 이런 실험을 할 수 있는데, 플라스틱 통에 물, 식용유, 가루비누를 넣고 많이 흔들면 물에 식용유가 녹아들어가 뿌옇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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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비누 세탁의 원리

(출처: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에듀넷 홈페이지, http://cont122.edunet4u.net/~on2003/fs_ebook/ebook_c04.htm)

 

버터 맥주 만들기

자, 이제 인터넷에서 찾은 <해리 포터 버터 맥주> 조리법을 소개한다. 직접 만들어서 마셔보니 기름진 음식을 잘 먹는 (그럼 무극성 인간인가?!) 필자에게는 꽤 맛있었다. 여러분도 기회가 되면 집에서 한번 만들어서 마셔보기 바란다.

① 버터, 계란, 우유, 설탕을 준비한다.

② 계란 1개를 깨서 노른자만 골라내어 그릇에 담아둔다.

③ 버터 1티스푼을 떠서 중탕으로 녹인다.

④ 냄비에 우유 3/4컵과 설탕 1스푼을 넣고 따뜻하게 데운다.

⑤ 냄비에 녹인 버터를 부은 다음 거품기로 섞는다.

⑥ 냄비에 노른자를 넣고 거품기로 섞으면 <버터 맥주> 완성!

 

<마법사의 돌>과 연금술

시리즈 첫 권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해리, 론, 헤르미온느는 어둠의 마법사인 볼드모트가 부활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볼드모트가 필사적으로 찾아다닌 <마법사의 돌>을 파괴해버린다. <마법사의 돌>은 어떤 금속이라도 금으로 변화시키고, 사람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다른 물질을 금으로 바꾸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을 연금술이라고 부른다. 실제로는 당연히 금으로 바꾸는데 실패했지만, <마법사의 돌>은 조앤 롤링이 창조해낸 것이 아니라 옛날 문헌에 수백 차례나 언급된 정식 연금술 용어이다. 조앤 롤링이 쓴 원문인 영국판에는 <철학자의 돌> (Philosopher’s Stone)이지만 미국판에는 <마법사의 돌> (Sorcerer’s Stone)로 표기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마법사의 돌>로 번역되었다. 역사가 오래된 영국 사람들은 연금술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조앤 롤링은 <철학자의 돌>로 썼지만, 역사가 200년 남짓한 미국 사람들은 연금술을 잘 모르기 때문에 미국판에서는 <마법사의 돌>로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마법>의 일종인 연금술에서 이를 <마법사의 돌>이나 <연금술사의 돌>이 아닌 <철학자의 돌>이라 불렀던 이유는 중세 시대에 학문이 충분히 분화되지 않아서 철학, 과학, 마법의 구별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마법 중에서 그나마 학문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던 것은 연금술과 점성술이었고, 이는 각각 원시 화학과 원시 천문학으로 발전하면서3) 이후 서양 과학 문명의 토대가 된다.

 

현대 과학으로 금 만들기

어쨌든, 다른 물질을 금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한지 과학적으로 따져보자. 물질의 종류는 원자 내의 양성자 수, 즉 원자번호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양성자 수가 79개인 물질은 금이 되고, 양성자 수가 80개인 물질은 수은이 된다. 재미있는 것은 연금술에서 가장 많이 시도된 연구가 수은으로부터 금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이다. 연금술사들은 알았을 리 만무하지만 금과 수은은 양성자 수에서 하나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현대 과학에서는 (그림 5)와 같이 실제로 수은으로부터 금을 만들 수 있다.

원자로 내부 같은 곳에서 나오는 강력한 방사선으로 수은 원자를 타격하면 양성자가 에너지를 받아 옆에 있는 전자를 흡수하여 중성자로 변하는데, 이를 전자 포획4)이라 한다. 즉, 에너지 + 양성자 + 전자 → 중성자 + 중성미자가 되며 수은의 원자번호가 하나 감소하면서 금이 된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원자로와 같이 어마어마한 장비와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데도 얻어지는 금은 원자 단위로 매우 양이 적고 그나마 방!사!선!을 뿜어낸다는 것이다. 결국 현대 과학 기술에서 연금술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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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수은을 금으로 변환하는 과정

 

불로불사의 묘약

결국 이러한 원리로 본다면, <마법사의 돌>은 원자로보다도 엄청 많고 강력한 방사선을 뿜어내고 방사선 빔의 위치 조절을 원자 크기 수준으로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는 돌이라는 거다. 헐~

이걸로 어둠의 마법사인 볼드모트를 되살릴 수 있을까? <마법사의 돌>이 가진 또 하나의 능력이 불로불사라고 했으니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할 수도 있겠다.

사람이 죽는 이유는 암이든 심장병이든 대부분 몸속 장기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망가진 장기의 원자를 바꿔놓으면 되지 않을까? 그러니까 심장 근육이 망가지면 파괴된 세포 내의 원자들을 정상 세포와 동일하게 변환시켜 주면 된다는 거다. <마법사의 돌>은 강력한 방사선으로 원자를 바꿀 수 있으니 온 몸에 있는 원자를 다 바꿔주면 볼드모트도 되살릴 수 있고, 주기적으로 <마법사의 돌>로 망가진 세포를 재생하면 불사의 몸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정확하게 원자 하나하나를 방사선으로 타격해서 바꿔주지 않으면 오히려 온 몸에 방사선으로 인한 암이 생기게 될 것이다.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테지만 원래 <마법>이라는 건 항상 이런 게 아닐까?

  • 1)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Harry_Potter
  • 2) 위키백과, http://ko.wikipedia.org/wiki/%ED%95%B4%EB%A6%AC_%ED%8F%AC%ED%84%B0
  • 3) 화학 (Chemistry)과 천문학 (Astronomy)의 어원은 각각 연금술 (Alchemy)과 점성술 (Astrology)에서 유래하였다.
  • 4) 위키피디아, http://ko.wikipedia.org/wiki/%EB%B2%A0%ED%83%80_%EB%B6%95%EA%B4%B4

 

이성수 숭실대학교 IT대학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 프로필
이성수사진 이성수 숭실대학교 IT대학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공학박사
반도체 설계, 멀티미디어 시스템 설계
과학소설가, 한국문인협회회원
국내 최초 컴퓨터통신망 연재 과학소설 “아틀란티스 광시곡”을 비롯하여
다수의 과학소설 및 과학칼럼을 출판 및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