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광봉의 과학이 과학수사에도!

 

체험 과학교실에 다녀온 솜이는 너무 신이났어요. 과학교실에서 만들어 온 야광봉이 너무 좋아서 계속 싱글벙글인 솜이에게 엄마가 말을 거네요.

“야광이 아닌데? 빛이 안나오는데?”

“이거는 이렇게 봉을 굽혀서 안에 들어있는 액체들을 잘 섞어 줘야지 빛이 나는 거에요.”

“어, 그렇구나~ 정말 점점 빛이 나기 시작하네. 그런데 왜 액체가 섞이면 빛이 나는 거니?”

“………..”

그렇게 신났던 솜이가 갑자기 조용하네요. 엄마는 오늘도 우리 아이가 즐겁게 만들기만 하다 온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야광봉의 과학원리를 찾아봅니다.

 

 

화학반응에서 생긴 에너지가 빛으로 발광

 

야광봉에서 나오는 빛은 화학적 발광의 한 종류입니다. 화학적 발광은 화학반응이 일어날 때 생기는 반응형태 중 하나로 반응하는 물질들이 들떠 발광하거나, 들뜬 분자나 원자가 함께 존재하고 있는 다른 분자나 원자에 충돌해 이것을 들뜨게 하면 발광하게 됩니다. 이는 1670년 브란트가 노란인[黃燐]이 공기 중 어두운 곳에서 미약하게 청록색으로 발광하는 것을 보고 밝혀낸 것입니다.

 

야광봉도 이와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야광봉은 두 가지 액체로 만드는데 산화 디페닐(diphenyl oxalate)과 과산화수소입니다. 산화디페닐 용액을 유리로 된 앰플에 넣고 과산화수소는 플라스틱 봉 안에 넣습니다. 그리고 산화디페닐 앰플을 과산화수소가 들어있는 봉 안에 넣어 밀봉시키고 사용할 때 봉을 구부리면 안에 있는 유리앰플이 깨지지요. 그러면서 두 용액이 만나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반응에서 생기는 에너지가 빛의 형태로 발산하게 되어 발광하게 됩니다.

 

화학발광 ⓒ 이미지비트

 

이것은 반응이 일어날 때 열을 내지도 않고 인화성도 없고 산소도 필요 없기 때문에 실내에서 많이 사용합니다. 또 빛을 내는 시간도 6~8시간정도로 길어서 공연장의 환상적인 공간연출을 위해서나 정전 등의 재해에 이용되고 있지요.

 

사실 야광봉은 마이클 M. 라우헛과 라즐로 J. 볼리키가 발명한 것으로 케미컬 라이트(Chemical Light)라고 불립니다. 이것은 원래 20여년 전에 NASA에서 우주선의 보조비상조명을 목적으로 개발한 것인데요. 반딧불이의 생물발광을 모델로 삼아 연구한 화학발광 응용 제품이라고 하네요.

 

처음에는 가격이 비싸 군사작전용이나 비상조명용으로 상품화되었으나 ‘아가미’라는 회사가 밤낚시용 찌로 초소형 캐미라이트 개발해 성공하면서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상용화 되었습니다. 이후 독특한 제품개발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와 색상의 제품을 만들어졌고 여러 분야에 활용되면서 ‘야광봉’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지요.

 

 

과학수사에도 활용되는 화학발광

 

화학발광이 일어나는 반응은 다양합니다. 염화나트륨 수용액에 격심하게 염화수소를 통과시키거나, 기체 암모니아에 염화수소를 반응시킬 때, 피로갈롤과 폼알데하이드 혼합알칼리 용액을 과산화수소로 산화시키는 경우에도 일어납니다.

 

또 유기화합물 중 루미놀의 알칼리 용액을 과산화수소·과산화황산염·헥사사이아노철(Ⅲ)산칼륨등으로 산화시키면 낮에도 보일 정도의 강한 청자색 빛 발광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중 과산화수소는 약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발광이 나타나며, 특히 헤민·카탈라아제 등 구리나 철을 함유하는 물질과 만나면 반응이 촉진됩니다.

 

이러한 화학발광 중 루미놀 반응은 과학수사에도 이용되는데요. 범행을 숨기기 위해 지운 혈흔을 검출할 때 이용된다고 합니다. 루미놀 1g, 무수탄산나트륨 50g, 30% 과산화수소 150㎖에 증류수 1000㎖을 넣어 잘 녹인 루미놀 시약을 혈액이 묻었던 자리에 뿌리면 혈색소에 있는 헤민과 반응해 형광빛의 강한 화학적 발광을 일으켜 혈액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루미놀 반응으로 찾은 혈흔 ⓒ 2002 HowStuffWorks

 

이 때 루미놀 반응 빛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불빛이 새들어 오지 않도록 창문을 모두 가려 주변을 어둡게 만들수록 좋고, 야외의 경우엔 어두운 밤에 실험한다고 하네요.

 

루미놀 반응을 활용한 혈흔검출은 범인이 증거를 없애기 위해 옷, 신발 등 피 묻은 증거물을 빨거나 닦아 육안으로 잘 볼 수 없는 미세한 혈흔까지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유용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혈흔뿐만 아니라 구리, 철 등의 금속과도 반응해 발광하기 때문에 더욱 정확한 혈흔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2차로 LMG 시험을 실시하게 됩니다.

 

LMG 시험의 혈흔 검출에 대한 예민도는 루미놀 반응보다 낮지만 혈흔이 아닌 것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아 1차 루미놀 반응에서 의심된 혈흔이 진짜인지 아닌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노한나 사이언스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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