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3차 핵실험 ③] 북핵실험, 잠자던 백두산 깨울까

 


 


지난 12일 오전 11시 57분, 북한이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 지하 핵실험장에서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으로 핵실험으로 방사능 유출은 물론, 다이너마이트(TNT) 폭탄 6000~7000톤이 한꺼번에 터질 때 발생하는 폭발력과 비슷한 규모의 인공지진도 발생했다.


 


이렇게 발생한 강력한 진동이 백두산 화산활동을 자극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간 수차례 북한의 핵실험이 백두산 지하 마그마방(다량의 마그마가 모여 있는 지하의 공간)을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이번 북한 3차 핵실험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핵과 관련된 외교·안보적 우려뿐만 아니라 핵실험으로 인해 발생한 강력한 충격파로 인해 핵실험장 인근의 백두산의 화산 활동이 더욱 강하게 자극했을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풍계리에서 백두산까지 거리는 110km에 불과하다. 규모 4.9의 인공지진 진동이 그대로 전달될 수 있는 범위에 속한다. 풍계리와 백두산의 직선거리가 가깝다는 점보다 더 우려할 점은 백두산 천지 5km 아래에 있는 마그마방이 풍계리 쪽으로 길게 뻗어있다는 대목이다. 백두산 인근에서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경우 당장 백두산이 폭발하지는 않더라도 마그마방에 응력이 쌓이면서 분출 시점을 재촉할 가능성이 있다. <사이언스올 편집위원>


 


 


백두산은 사화산이 아니라 휴화산이다. 단지 활동을 쉬고 있을 뿐,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화산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최근 백두산이 조만간 폭발할지도 모르고 휴식기간이 길었던 만큼 폭발 규모가 매우 클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등장했다. 백두산이 폭발할 경우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중국과 북한은 백두산 연구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이례적으로 백두산 화산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회담을 먼저 제의해 2011년 3월 회담이 성사될 정도로 대책 마련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백두산의 화산분화 가능성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매우 부족하고 제한돼 있어 언제 폭발할지, 폭발한다면 어느 규모일지에 대해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신모에다케 화산 폭발장면.


토호쿠 대지진 직후 크게 폭발하여 전문가들은 대지진이 화산 폭발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동아일보


 


 


지진과 화산의 함수관계


 


조용한 듯 보이는 백두산은 사실 활발히 활동 중인 화산이다. 1903년에는 중국과 북한의 동쪽 경계에서 소규모의 분화가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백두산을 화산으로서 연구하기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아 1999년 중국에서 연구한 것이 최초다. 최근의 관측 자료에 따르면 2002년부터 4년 동안 백두산에 미세한 화산 지진이 자주 일어났다고 한다. 최근 언론에서 백두산이 폭발할지도 모른다며 보도한 기사는 바로 이 자료에 따른 것이다.최근 10년 남짓 축적된 관측자료만으로 화산폭발 가능성을 점치기에는 부족하다. 하지만 최근 일본 지진이 백두산 폭발에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은 있다. 실제로 2004년 12월 26일 규모 9.1 수준으로 발생했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인근의 대지진 이후 인도네시아 열도에 있는 많은 화산들의 활동이 활발해졌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대지진 이전보다 백두산 폭발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1000년 전 대규모 폭발한 백두산


 


백두산에서 발생한 가장 최근의 대규모 폭발은 약 1,000년 전에 일어났다. 이 폭발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화산 폭발 중 하나로 기록됐다. 이로 인해 천지 하구 안쪽 벽이 붕괴돼 칼데라 즉, 오늘날 천지가 형성됐으며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분출돼 백두산 천지 인근에 약 73m 두께로 쌓였다고 한다. 화산재는 일본 혼슈 북부와 훗카이도 일원까지 날아가서 쌓여 1∼5cm 정도 두께의 암석층을 형성했다. 학계에서는 일본에서 발견되는 이 시기의 응회암층을 백두산-토마코마아 화산재로 명명했다.백두산이 분명 거대한 규모로 폭발했다는 점은 추정할 수 있지만 백두산으로 인한 당시의 피해 수준을 판단하기에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백두산 폭발이 낸 실제 피해를 알아보려면 최근 비슷한 규모로 폭발한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최근 200년 동안 가장 강력한 화산폭발이었던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1815년)의 경우 폭발 직후 낙진, 용암 등의 직접적인 피해로 1만 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 지구적으로 황산화물을 포함한 화산재가 확산돼 1815년 전 세계 연평균 기온이 5도 가량 하강했으며 여름철(6월) 북미 지역에 50cm의 폭설이 내리는 등의 기상이변이 일어났다. 두터운 화산재가 햇빛을 가려 폭발 이듬해인 1816년에는 여름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 기상이변으로 농작물의 성장이 어려워져서 기아, 질병으로 8만 2,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지금 백두산이 폭발한다면?


 


그렇다면 백두산이 폭발할 경우 어떤 피해가 있을까? 국립환경과학원에서는 2011년 초, 백두산 화산이 폭발했을 경우를 가정하고 동아시아 지역의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발표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기후-대기환경 통합모델링 시스템을 이용해 시뮬레이션한 이번 연구에서 백두산 폭발시 분출된 황산화물이 지상에서 8km 이상의 높이까지 상승해 북미와 그린란드까지 확산될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화산 폭발 후 동아시아 전역의 기온이 약 2개월간 2℃ 정도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2℃가 작은 차이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지막 빙하기와 현재의 평균기온 차이가 많아야 6℃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평균기온 2℃ 하강이 큰 재앙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장 피해가 큰 분야는 임업과 농업이다. 기온 하강으로 작물과 수목의 생육조건이 변화해 생산성이 크게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황산화물 등으로 인한 산성비만으로도 곡물 피해가 200억 위안, 전체 농업생산액의 1.8%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메라피화산이 폭발한 후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화산재가 자욱한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화산폭발의 가장 큰 피해는 바로 용암이 아닌 화산재다. 동아일보


 


또한 화산폭발시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호흡기질환, 심혈관질환 환자 증가로 이어져 조기사망율이 높아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화산재 성분 중 크기가 10마이크론 이하인 입자가 폐조직에 침입하면 호흡기 질환 환자와 노약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 수도권은 이미 대기오염 악화와 미세먼지 농도 증가로 인해 연간 조기사망자 수가 1만 명 이상에 이른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화산재로 인해 관련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특히 화산폭발은 한번에 많은 오염물질을 쏟아내기 때문에 대기오염보다 그 영향과 파급효과가 직접적이며 오염의 강도도 훨씬 강하다.


 


그리고 이런 환경 문제뿐 아니라 물류에도 막대한 차질이 생긴다. 2010년 4월 14일 폭발한 아이슬란드 화산은 화산재가 확산돼 약 6만 3,000여 대의 비행기 운행이 취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IATA(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에 따르면 하루 최소 2억 US달러의 피해가 발생해 일주일간의 항공대란으로만 유럽연합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중 0.025~0.05%에 해당하는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고 한다. 백두산 폭발도 동아시아 전역의 항공망을 마비시킬 가능성이 높다. 동아시아에는 주요 경제국이 밀집했기 때문에 피해액도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백두산 폭발의 피해규모도 크지만 더욱 큰 문제는 아무리 철저히 대비한다 하더라도 피해를 100% 막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자연재해는 아무리 인간이 대비한다고 하더라도 언제든 대비수준을 뛰어넘는 파괴력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특히 화산폭발과 같은 재해는 한순간에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유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강구해야 한다.


 


백두산 폭발로 인한 피해에 대응하려면 우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분석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정부와 학계를 중심으로 많은 연구결과를 내놓았지만 동북공정 등의 정치적 이유로 한국 정부가 백두산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상당히 꺼리는 눈치다. 그러나 백두산이 한반도와 중국의 접경에 위치했다는 점, 그리고 남한 역시 간접적인 피해지역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연구 공조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한국, 중국, 북한의 과학자와 전문가 집단이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외교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백두산 폭발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건강, 생태 분야 등에 미치는 직접적인 피해와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한 평가, 분석 및 예측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백두산 폭발에 따른 영향평가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응 매뉴얼을 작성해 불시에 백두산이 폭발하더라도 대피와 피해 복구가 즉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백두산 화산폭발 연구는 이제 갓 시작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함에도 비과학적인 추정을 통한 성급한 예측으로 불필요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중장기적인 연구를 위한 환경을 마련하고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교육팁]


* 식초를 넣은 요구르트병에 베이킹 소다를 조금씩 넣으면서 관찰한다.


– 식초와 베이킹소다는 산-염기 중화반응을 일으키면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이산화탄소의 부피가 갑자기 증가하여 한꺼번에 폭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뭉친 종이로 앞을 막은 주사기의 피스톤을 강하게 밀면 압력으로 종이가 튀어나간다.


-식초와 베이킹소다의 반응, 주사기로 쏘아낸 종이뭉치를 통해 화산폭발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교육과정]


-초등학교 4학년, 화산과 지진


-중학교 1학년, 지각변동과 판구조론


-고등학교 1학년, 지진대와 화산대


 


[참고문헌]


·이창환, “백두산 …이 고요한 천지 아래 수천℃ 마그마가 끓고 있다”, 『매일신문』 2011.10.08


·『다큐프라임 3부작, 화산』, (EBS, 2011)


·사브리나 리스, 율리카 리게르트, 『화산』 (웅진주니어, 2006)


·황상구, 『백두산의 화산 지질』 (한국학술정보, 2011)


·모리스 크라프트, 『화산 : 지구의 불꽃』 (시공사, 1995)


 


글 이석조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장


정리 사이언스올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