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과 우리생활 ①] 소리 없는 살인자, 방사능 물질


 


지난 3월 11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사고 2주년을 맞이했다. 2년이 지났지만 아직 사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아직 사태가 현재진행중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3월 11일이 되자마자 전 세계 언론에서 수많은 기사들을 쏟아내기도 했다.


 


일본 내 보도에 따르면 최소 789명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서 사망했다고 한다. 직접적인 방사선 피해는 아니라 원전 사고로 병원 기능이 정지되거나 피난길에 사망한 사람의 숫자라고는 하지만 적은 양은 아니다. 사망자가 아닌 피해자 문제는 더 심각하다. 도쿄전력과 국가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 숫자만 1700여명에 달한다. 1986년 발생했던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여파를 생각해본다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비슷한 규모인만큼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다.


 


꼭 거대한 사고가 아니더라도 방사성 물질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흔히들 방사능 물질 누출 사고는 원자력발전소나 재처리시설 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거나 파손되어 일어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런 일이 아니라도 어이없는 계기로 대량 피해로 이어지는 사고도 간혹 있다. 고이아니아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리없는 살인자, 방사능 물질


 


1985년, 브라질의 고이아니아 지방에서 암 전문 의료원이 새 건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항암치료가 악명높은 이유 중 하나가 고통스러운 방사선 치료 때문인데, 이 의료원에도 버려진 의료기기에 다량의 치료용 세슘이 보관되어 있었다. 문제는 법적 분쟁 때문에 건물 철거가 차일피일 미뤄졌다는 것이다. 물론 법원에서도 세슘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경비원을 보내 건물을 지키게 했다.


 


그러나 1987년 9월 13일, 경비원이 무단 결근한 사이 인근 마을에 사는 호베르투 도스 산토스 아우베스와 와그네르 모타파헤이라라는 두 청년이 폐건물을 뒤지다 방사선 치료기를 발견하고 이를 돈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뜯어내어 집에 가져가고 만다.


 


기기를 팔아넘기려 집에서 분해작업을 하던 이들은 염화세슘이 봉인된 캡슐을 끄집어냈다. 강력한 방사성 물질인 염화세슘의 방사선은 곧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구토와 설사 등 방사선 피폭 증세를 보였지만 두 청년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캡슐까지 해체하면서 증세가 심해지자 결국 병원을 찾았지만 동네 의사는 상한 음식 탓이라고 진단해버렸다.


 


두 청년은 기어이 캡슐을 분해하여 염화세슘을 누출시켰다. 염화세슘에서 나오는 강력한 방사선은 주변 공기를 이온화시켜 은은한 푸른 빛을 내는 ‘체렌코프 현상’을 일으켰고 아우베스와 모타파헤이라는 이를 보고 캡슐 안의 물질이 종류가 알려지지 않은 화약이라고 오해했다.


 


이들은 염화세슘을 고물상 주인에게 팔았으며, 체렌코프 광이 신기했던 고물상 주인은 이웃들을 초대해서 구경시켜주기도 했다. 고물상 주인의 집에 놀러 온 친척들은 염화세슘 가루를 신기하게 여긴 나머지 얼굴에 발라보기도 했으며 고물상 집 딸은 아예 이 가루를 먹어보기까지 했다.


 


이 일이 있은 후 약 보름 후, 주변 사람들이 동시에 비슷한 증세를 앓는 것을 이상히 여긴 고물상 집의 부인은 1987년 9월 28일, 염화세슘 가루를 병원에 가져갔으며 이때서야 비로소 가루의 정체가 판명되었다. 당연히 비상이 걸렸고 브라질 정부 소속 원자력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


 


이 사건으로 염화세슘을 삼켰던 고물상 집 딸과 최초 신고자인 부인, 고물상의 고용인 두 명이 방사선 피폭으로 사망했다. 가장 피폭이 심했던 고물상 집 딸은 방사선 피해를 두려워해 의료진이 가까이 가려 하지 않았으며 시신은 납으로 만든 관에 안치되었다. 이 불쌍한 소녀는 마을 사람들의 극심한 반대로 하마터면 묘를 쓰지도 못할 뻔했다.


 


이외에도 20명의 환자들이 입원치료를 받았고 10만여명의 사람들이 피폭 여부를 검진받아야 했다. 이 모두가 단 한 줌의 방사성 물질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계속>


 


 


 


 


김택원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