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길 열어준 나침반의 발명

바닷길 열어준 나침반의 발명


 




 


요즘엔 휴대폰만 있으면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고 근처 맛집도 검색할 수 있다. 또 자동차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은 모르는 길이라도 실시간으로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안내해 준다. 내비게이션에는 인공위성으로부터 위치 정보를 받는 위성항법장치(GPS; Global Positioning System)가 내장돼 있다. 이 장치만 있으면 세계 어느 곳에 있더라도 내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물론 처음 가는 곳도 헤매지 않고 갈 수 있다. 위성항법장치는 1970년대 후반에 군사 목적으로 개발돼 실용화된 지 약 30년 밖에 되지 않았다. 이 장치가 개발되기 이전에는 어떻게 방향을 알 수 있었을까?


 



과거에는 ‘나침반’을 사용해 길을 찾았다. 현재는 GPS에 밀려 자주 사용되지 않지만 나침반은 인류 역사 발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만약 망망대해에서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없었다면 콜럼버스가 바닷길을 열고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지금 미국이란 나라는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나침반이 없던 시대, 해와 별에 의존


 


나침반은 남북을 가리키는 자석의 성질을 이용해 동서남북의 방향을 알려주는 장비다. 영어로는 원을 방위로 분할한다는 의미에서 컴퍼스(Compass)라고 한다. GPS가 없던 시절, 나침반은 배가 가야 하는 방향인 침로를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물품이었으며, 먼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이나 탐험가에게는 생명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물론 나침반이 없던 시절에도 낮에 해를 관측하거나 밤에 별자리를 보고 방향을 알 수 있었지만, 전문지식과 상당한 관측 시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흐린 날이나 안개가 낀 날에는 이 방법마저도 사용할 수 없었다. 이 외에도 나무 줄기의 자람 상태나 나이테를 관찰해 방향을 짐작하는 방법도 있지만 바다에서는 소용없는 방법이었다.


 


 



나침반의 발명, 항해도구로 발전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한 나침반을 누가 언제 발명했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종이, 화약과 함께 중국의 3대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에 나침반의 발명은 현재까지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BC 2600년경 황제 시대 때 항상 남쪽방향을 가리키는 지남거를만들었다고주장하나이를그대로믿기는어렵다. 하지만 자석을 지남철(남쪽을 가리키는 철)이라고도 부르는 것을 보면, 자석에 남북을 가리키는 성질이 있다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 11세기 나침반의 여러 종류


– 지남거 : 항상 남쪽을 가리키는 수레. 수레의 앞에 지남철로 만든 인형을 붙여 손가락이 항상 남쪽을 가리키게 함.


– 지남어 : 나무로 물고기를 조각한 후 뱃속에 자석을 넣고 물에 띄워 남쪽을 가리키게 함.


– 지남침 : 지푸라기나 작은 나무를 이용해 물에 띄우거나 가는 실에 매달아 남쪽을 가리키게 함. 물에 띄워 사용할 경우 ‘지남부침’ 또는 ‘수부침’이라 하며 항해용으로 적합.


 


중국에서 최초로 나침반을 사용한 시기는 기원전 4세기로 추정된다. 당시 저술된 <귀곡자>를 보면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사남’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많은 학자가 이것을 최초의 나침반으로 보고 있다. 사남은 일종의 쟁반인 ‘반’과 자석으로 된 국자 모양의 ‘지남기’로 이루어져 있다. 반 위에 지남기를 올려놓고 돌리면 손잡이 부분이 남쪽을 가리킨다. 하지만 당시 나침반은 방향을 찾기 위해서라기보다 술사들이 풍수나 점을 치기 위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방향을 찾기 위해 나침반을 사용한 시기는 11세기 초 송나라 시대로 추정된다. 당시에 쓰인 <무경총요>에는 나침반을 만드는 방법이 나와 있고 심괄의 <몽계필담>에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남쪽이 실제 남쪽과 차이가 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또 물고기 모양의 지남어, 수레 모양의 지남거, 거북이 모양의 지남구, 바늘 형태의 지남침 등 여러 형태의 나침반이 사용됐다는 기록도 있다.



 


항해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방위가 표시된 나침반은 12세기 초에 와서야 24방위(북쪽이 자 방향, 남쪽이 오 방향)가 표시된 나침반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발견됐다.



 


서양에서의 나침반에 대한 기록은 13세기 이후부터인데, 13세기경 지남어 형태의 나침반이 중국에서 아랍으로, 아랍에서 다시 유럽으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이미 11세기에 유럽에서 바이킹들이 천연자석을 이용한 표자석(Floating lodestone) 형태의 방향지시기를 사용했으며, 12세기 말에는 이를 개량해 축에 나침을 올린 축침 형태의 나침반을 사용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늘날과 유사한 형태의 나침반은 14세기 유럽에서 등장했고 16세기에 이르러서야 현재 사용하고 있는 32방위의 나침반이 사용됐다. 17세기에는 나침반이 달린 소형 해시계가 발명돼 일종의 휴대용 시계로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나침반을 움직이는 힘, 지구 자기장


 


나침반이 지구의 남북을 가리키는 이유를 처음 설명한 사람은 16세기 영국의 물리학자 윌리엄 길버트(William Gilbert, 1544년 ~ 1603년)다. 자석의 성질을 갖는 나침반 바늘은 N극과 S극으로 나눠진다. 일반적으로 빨간색인 N극이 가리키는 방향이 북쪽이고 파란색인 S극이 가리키는 방향이 남쪽이다. 나침반이 항상 남북을 가리키는 이유는 지구가 북극이 S극, 남극이 N극인 하나의 큰 자석과도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침반의 N극은 항상 지구의 S극인 북쪽을 가리키게 된다.


 


지구가 자석의 성질을 갖는 이유는 지구 자기장 때문이다. 지구 자기장은 지구 외핵에 전기를 통하는 물질이 지구 자전 등으로 인해 대류하면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핵은 철, 니켈, 코발트 등 전기를 잘 통하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지구 자기장은 계절 및 시간대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




  그림 1 지구 내부 구조, 외핵의 물질이 대류하면서 지구 자기장이 발생한다.


동아일보



 


자기 나침반의 한계, 전륜 나침반 등장



  그림 2 전륜 나침반의 회전축은 항상 진북을 가리킨다.


sxc


지구 자기장에 따라 자침의 방향이 바뀌는 나침반을 자기 나침반이라 하는데, 사실 이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이 정확히 북쪽은 아니다. 실제는 지구 자기장의 축이 지구 자전축에서 약 11.3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나침반이 가리키는 자북이 진북과 차이가 있다. 자북은 현재 캐나다 북쪽 허드슨만 부근에 있으나 최근에 연 40km의 빠른 속도로 북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50년 후에는 시베리아에 자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나침반을 사용하더라도 매년 위치에 따라 그 편차를 보정해 주어야 정확한 지리상의 북쪽인 진북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관측할 경우 자북은 진북에서 서쪽으로 약 7도 정도 치우쳐 있다. 북극지방에서는 나침반의 남쪽으로 가야 실제 북쪽으로 갈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자기 나침반은 간단하고 편리하지만 지구 자기장의 특성 때문에 지리상 정확한 방향을 알기는 어렵다. 위치에 따라 진북을 찾기 위해 보정을 해야 하는 점 외에도 지구 자기장이 시간에 따라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나침반 근처에 쇠나 자석이 있을 경우에도 상당한 오차가 생기며 태양에서 자기폭풍이 불어올 때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06년 독일의 과학자 헤르만 안쉬츠(Hermann Anschutz-Kaempfe, 1872년 ? 1931년)가 전륜나침반(자이로컴퍼스)을 발명했다. 전륜나침반은 자이로스코프의 원리를 응용해 만들어졌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자이로스코프 축에 추를 달면, 회전축이 항상 지구 자전축 상의 진북을 가리키게 된다. 자이로스코프가 지구 자전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 나침반과 같은 오차가 없으며 외부의 쇠나 자력, 태양풍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지리상 정확한 북쪽을 가리키기 때문에 현재 대형선박에 필수 항해 장비로 사용되고 있다.


 


 


 그림 3 자기 나침반과 전륜 나침반으로 항해하는 모습.


항해 시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서는 전륜 나침반을 사용해야 한다.


ⓒ 한국과학창의재단 / 작가 김화연


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 (Victor-Marie Hugo, 1802년 ~ 1885년)는 나침반을 ‘배의 영혼’이라 했다. 100년 전만 해도 인류는 나침반에 의지해 바다를 항해했으며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고 탐험했다. 또 자기장을 감지하고 N극과 S극을 표시하는 역할로 과학 실험에 사용돼 전자기학 등 과학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비록 오늘날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하면 나침반보다 더 정확한 위치 정보를 알 수 있지만, 나침반을 이용해 발전해 온 인류의 역사는 우리 삶 곳곳에 녹아있다. 


 


[교육팁]


간이 나침반 만들기를 통해 지구자기장을 확인할 수 있다.


지름 30 ~ 40cm, 높이 10cm이상의 수조, 바늘1개, 3~5cm의 직사각형 모양 스티로폼 조각, 막대자석을 준비한다. 막대자석의 N극으로 바늘의 한쪽 끝을 문질러 바늘을 자석으로 만든다. 바늘을 스티로폼 조각의 옆면에 꽂고 물에 띄운다. 자석을 수조벽면에 붙여서 이리저리 움직이면 자석의 극에 따라 수평방향으로 회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석을 치우고 조금 기다리면 자성을 띤 바늘은 남극과 북극 방향을 찾아서 회전한다. 이제 바늘은 나침반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제 실제 나침반을 수조 옆에 놓고 ‘바늘나침반’과 비교해본다.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것을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에 있는 나침반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확인하는 것도 좋다.


 



[교육과정]


– 초등학교 3학년 과학, 자석의 성질


– 중학교 3학년 과학, 태양계의 운동


– 고등학교 1학년 과학, 지구


 


용어풀이사전


– 자북(磁北) : 지구 자기장의 북극.


– 진북(眞北) : 지리상의 북극.


– 자이로스코프(Gyroscope) : 무게 중심이 가운데 있는 금속 바퀴를 서로 수직인 축 사이에 기울어질 수 있는 금속 고리의 안쪽에 지지하도록 돼있다. 바퀴가 빠르게 회전할 때 회전축이 항상 임의의 방향을 가리킨다.


 



글 / 백홍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