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과 우리생활①]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나노를 연구해라”


우리 삶에 들어온 나노융합기술의 역사와 미래


 


2000년대 초 지인을 만나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가던 중 기차에서 만난 모 전자 연구원이 생각난다. 당시 그는 옆 자리에 앉은 내게 “흑백의 휴대폰 화면이 5년 안에 컬러화면으로 바뀌고 인터넷도 자유자재로 사용하게 될 것”라고 예언(?) 했는데 그 이야기에 우리 일행은 모두 코웃음을 치고 말았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 허풍이 좀 심하군.’


 


커다란 벽돌폰에 간단한 음성통화기능만 가능하고 흑백 문자전송마저도 신기해 했던 당시 우리들은 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는 커다란 컴퓨터로 인터넷을 해도 속도가 느려 답답해 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찰나 결국 우리는 핸드폰 연구원이라는 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그가 들고 있던 반짝이는 컬러의 핸드폰 때문이었다. 


 


불과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휴대폰은 놀라운 속도로 진화를 거듭했다. 무전기같은 휴대폰에서 손안의 컴퓨터라 불리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까지 첨단기기의 발전속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빨라지고 있다.


 


USB 메모리 시장도 마찬가지다. 워드나 엑셀로 작업한 문서를 얼마 들어가지도 않는 플로피 디스크에 꾹꾹 밀어 담아야 했던 우리는 이제 64GB USB가 메모리를 통해 문서는 물론 영화, 음악 파일을 손쉽게 저장한다.


 


티비, 모니터, 라디오 등등 더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이렇게 우리 세계는 점점 초소형, 초세밀화 되어가고 있다.


 


그리스 철학자인 데모크리토스는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바 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 고대 원시사회에서 현대사회에 가까워질수록 인류의 관심은 점점 작은 세계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작은 세계의 종착역은 바로 나노의 세계다.


 




나노기술을 실용적으로 사용하는 반도체


 


나노 기술의 역사


 


나노(nano)는 고대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됐다. 10억분의 1을 의미하는 초미세 단위 나노(nano)는 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정도 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크기의 단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볼 수 있는 크기는 1mm정도인데, 이 크기보다 작으면 육안으로는 구분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는 나노크기의 물체를 육안으로 볼 수 없다.


 


나노 기술(Nano Technology : NT)이란 이처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크기의 물질을 만들어내고, 이때 나타나는 성질을 연구하고 관찰하는 학문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나노미터 단위의 물질들을 토대로 우리 실생활에 유용한 나노 소재, 나노 소자, 나노 시스템을 만드는 기술이다.


 


여기에는 나노 물질의 조작·제어·조립을 통해 나타나는 새로운 현상을 이해하는 연구도 포함되며, 특히 기술·산업 혁신을 꾀하여 과학기술의 새로운 영역을 창출하거나 기존 제품의 성능을 고도로 높일 수 있는 특성도 있다. 이런 이유로 정보통신·방송 기술(Information Technology : IT), 생명공학 기술(Bio Technology : BT), 에너지·환경 기술(Energy & Environmental Technology : ET) 등과 함께 21세기 신산업 혁명을 주도할 핵심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나노칼슘·나노다이아몬드 개발’, ‘나노바이오센서 개발’, ‘나노즐기세포 연구’ 등 최근 첨단기술 소개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이 ‘나노’라는 단어다.


 


우리나라 미래 산업을 이끌어 갈 차세대 융합기술인 나노기술은 맨 처음 미국의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 박사에 의해 처음 소개됐다.


 


양자역학의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196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파인만은 1959년 12월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열린 미국 물리학회 정기총회에서 “극소공학 분야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There’s plenty of room at the bottom)”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나노 과학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당시 파인만은 분자 단위에서 특정 임무를 수행하는 기계 개발이 가능하다고 제안했으며,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담긴 모든 정보를 아주 작은 핀에 담을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실제로 우리는 아주 작은 메모리 속에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담게 됐다.


 


1980년대 나노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볼 수 있게 하는 주사투과현미경(scanning tunneling microscopy : STM)이 개발된 이후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나노 기술 개발이 시작됐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 우리 사회는 본격적인 나노 과학 기술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나노이미지센서부터 나노치약, 나노 세탁기, 나노 화장품 등 일상생활 용품에서 반도체산업까지 나노 과학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미래의 나노 기술은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에너지 및 자원 고갈, 환경 오염 문제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나노기술의 현재


 


하지만 아직까지는 세계적으로 나노 기술의 가능성과 파급 효과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발전 방향이 부재한 실정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예측하기 어려울 뿐더러 특히 아주 작은 크기를 다루는 나노기술은 여러 다양한 기술들의 총합을 의미하므로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나노기술 전공자가 많지 않아 그 가능성에 비해 인적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나노 소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원자와 분자로부터 나노미터 스케일의 나노 구조체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물리, 화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나노 구조체를 조립해 큰 덩어리 형태의 나노 소재를 만들게 되며, 이 단계에서는 재료공학자와 생명공학자들이 참여가 이뤄진다. 그리고 나노 소재로부터 나노 소자, 나노 시스템을 만드는 연구는 전자공학자와 기계공학자들이 주로 참여하게 된다.


 


즉, 나노 과학 기술은 화학, 물리학, 생물학, 재료공학, 전자공학, 기계공학 등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연구하고 개발해야 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나노 기술에 대한 시장 전망은 국가마다 연구기관마다 다 다르다. 하지만 나노 관련 산업의 가치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다는 데에는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계속>


 


 


 


윤수영 사이언스올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