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연구실] 멘델의 완두콩 논란

과학, 그중에서도 생물학에서 중 3 학생들을 유독 괴롭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유전이다. 고전적인 유전법칙을 수립하여 오늘날까지도 학생들을 좌절로 몰아넣고 있는 인물이 바로 그레고르 멘델이다.




수도사인 멘델은 조용한 환경에서 꾸준하게 완두콩을 재배하며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다.


 


멘델은 자신의 수도원에서 완두콩을 끈기있게 교배시키는 연구로 유전의 기본 법칙들을 발견했다. 그는 연구 결과를 통해 ‘유전자’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우성 형질과 열성 형질, 분리비, 교차 등 후대의 유전학에 결정적인 단서가 될 이론들을 완성시켰다. 현대 생물학의 핵심인 유전학은 사실상 멘델 혼자 그 기반을 만들어 낸 셈이다.
멘델의 놀라운 점은 또 있다. 바로 그의 실험결과가 이론과 아주 정확하게 들어맞는다는 점이다. 문제는 실험 데이터의 정확성은 이론을 만들어 낸 통찰력과는 별개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실험 데이터가 이론과 들어맞을수록, 이론이 옳다기보다 실험이 조작되었다는 의심이 들기 마련이다.



멘델 유전법칙 중 분리의 법칙을 나타낸 것. 잡종 1대를 교배했을 때 우성과 열성 표현형의 비율이 3:1로 나온다. 그러나 실제 실험을 수행해보면 3:1이라는 비율을 얻기가 매우 어렵다.


 


멘델의 실험 역시 그런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1936년, 통계학자 로널드 피셔는 멘델의 실험결과에 의문을 갖고 면밀히 조사했다. 그 결과 피셔는 멘델의 데이터가 정직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멘델은 전부는 아니라도 실험데이터 대부분을 수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도 이 위대한 학자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던 피셔는 아마 멘델의 기대치를 잘 알던 조수들이 임의로 조작했을 것이라며 예의를 차렸다.
후대의 유전학자들은 피셔만큼 친절하지 않았다. 유전학자들은 멘델이 데이터를 조작했다며 가차없이 비판했다. 오늘날에는 멘델이 실험으로부터 결론을 도출했다기보다 이론을 먼저 수립하고 여기에 조작을 감수하면서까지 실험결과를 끼워맞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요컨대, 멘델의 방법론은 과학보다 수학에 차라리 가까웠던 셈이다.
다만 이를 근거로 멘델이 부도덕하다고 비난하기는 애매하다. 지금이야 과학자 사회가 공유하는 연구 관행과 방법론이 확고하게 자리잡았지만 19세기의 인물인 멘델이 지금처럼 엄격한 시스템에서 훈련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멘델의 과오는 현대의 과학자들에게도 종종 다가오는 유혹이다. 새로운 이론을 분명하게 증명하는 실험결과지만 약간의 흠집이 있다면, 이러한 흠집을 애써 무시하기 쉽다.



김세경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