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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만유인력인가 기하학인가”

박인규 교수|서울시립대 물리학과

 

인간이 최초로 알아 낸 힘은 아마도 중력이 아니고 자기력이었을 것입니다. 자석(Magnet)이란 이름은 “마그네시아(Magnesia)의 돌”이란 뜻으로 그리스어에서 왔다고 합니다. 서로 끌어당기기도 하고 밀치기도 하는 이 자기력의 존재는 이미 2500년 전에 그리스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알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의 몸이 땅에 달라붙어 있고, 들고 있던 물체를 손에서 놓으면 땅으로 떨어지게 하는 중력은 그것이 힘이라는 사실을 아주 오랫동안 인식하지 못하였습니다. 왜냐고요?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은 밑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헬륨을 넣은 풍선 말고 날아가지도 않으면서 스스로 떠있는 물체를 일상생활에서 본적이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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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그림] 마이켈슨과 몰리

이렇게 물체를 밑으로 떨어지게 하는 힘을 중력으로 인식하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옛날 사람의 인식을 무지했다 생각하기 쉽습니다. 질량을 가진 두 물체가 서로의 질량의 곱과 거리의 역제곱에 비례하여 끌어당긴다는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나온 것은 17세기 말이니까, 그 전까지 인간은 전기현상과 자기현상만 생활 속에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 누가 잡아당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당연한 것”의 현대적 해석은 매우 심오합니다. 이는 곧 아인슈타인이 주창한 일반상대론이 중력을 설명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에 의하면 질량을 가진 물체는 주변의 시공간을 찌그러뜨려 “휘어진 공간”을 만들고 이 휘어진 공간에 놓인 물체가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것이 힘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즉 만유인력이라 불리는 어떤 힘이 원격작용으로 물체에 가해져 물체의 운동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고, 휘어진 시공간을 따라 운동하는 물체가 마치 힘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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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그림] 뉴튼

뉴턴은 관성의 법칙을 알고 있어서 달이 지구로부터 도망가지 않고 늘 같은 거리로 원운동 한다는 사실을 신기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 끈 같은 것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무언가가 달을 붙잡아 당긴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사실인지는 모르나 뉴턴은 사과가 땅에 떨어져 들어붙는 것도 같은 힘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사실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그 유명한 만유인력의 법칙인 formula_img1을 쉽게 찾아 낸 것은 아닐 것입니다. 뉴턴 이전에는 수많은 별들과 행성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한 티코브라헤(Tycho Brahe, 1546-1601)가 있었고, 그의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행성들의 운동의 법칙을 만들어 냈던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 1571-1630)가 있었습니다. 케플러를 통해 행성들은 타원운동으로 하며, 태양에서 멀리 떨어지면 천천히, 가까워지면 빨리 운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어떤 행성이던 그 공전주기의 제곱이 행성과 태양까지의 거리의 세제곱에 비례한다는 조화의 법칙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를 알고 있었던 뉴턴은 이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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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그림] 1907년 아인슈타인의 행복한 생각

케플러의 제3법칙인 조화의 법칙은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세우는데 있어서의 1등 공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 같이 생각해 봅시다. 태양으로부터 r 만큼의 거리로 떨어진 행성이 속도 v로 원운동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원주율을 아는 사람은 누구나 이 행성이 한 바퀴 도는 동안 움직인 거리가 2πr 임을 알 것입니다. 한 바퀴 돌때 걸린 시간을 우리는 주기라고 부르고 이를 T로 표현해 봅니다. 그러면 행성의 속도은 간단히 formula_img2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체가 직선운동을 하지 않고 어떤 중심을 주위로 원운동을 한다면 이는 운동하는 물체가 원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끌어당기는 구심력이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이 물체가 끈으로 붙잡혀 있다면 이 끈에 걸리는 장력(F)는 formula_img3이 됩니다. 방금 전에 계산한 행성의 속도를 대입해 보면 이 구심력은 formula_img4에 비례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조화에 법칙에 의하면 주기의 제곱이 거리의 세제곱에 비례하므로 formula_img5 이로부터 뉴턴은 이 구심력이 거리에 역제곱에 비례formula_img6한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던 것이지요. 물론 거리의 역제곱에 비례하는 만유인력의 법칙formula_img7을 먼저 가정하면 거꾸로 케플러의 법칙을 유도해 낼 수 있다고 멋지게 뽐을 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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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그림] 1907년 아인슈타인의 행복한 생각

영국의 시인 존 드라이든은 페스트와 런던 대화재로 침울했던 시기에 영국의 함대가 네덜란드와의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둔 1666년을 칭송하는 “경이의 해(Annus Mirabilis)”라는 시를 씁니다. 이와 관련은 없지만 과학자들은 1666년을 뉴턴의 경이의 해라고 부릅니다. 뉴턴은 이 해에 23살의 나이였고, 이때 미적분, 운동의 법칙과 만유인력, 그리고 광학에 대한 이론을 세웁니다. 뉴턴의 중력이론을 바탕으로 과학자들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지식을 쌓게 됩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나 영국의 헨리 캐번디시는 인류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실험을 하게 됩니다. 영국의 왕립협회는 지구의 질량을 알고 싶어 했고 이를 캐번디시가 최초로 측정을 했던 것이었지요. 캐번디시는 그 보다 앞선 실험가인 존 미첼이 고안한 비틀림 진자와 같은 아이디어로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의 힘을 측정해 내는데 성공합니다. 이 힘을 그 물체와 지구 사이에 작용하는 힘과 비교하여 지구의 질량을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일단 지구의 질량을 알게 되면 중력상수 G는 쉽게 얻어낼 수 있습니다. 중력가속도(물체가 지구의 중력을 받아 밑으로 떨어질 때 발생되는 가속도) g는 대략 formula_img8으로 이를 만유인력의 법칙과 연계시키면 formula_img9으로 지구의 반지름을 알고 있으므로, 지구의 질량을 안다면 중력상수를 계산해 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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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그림] 만유인력의 법칙

만유인력의 법칙에 등장하는 중력상수 G는 그야말로 우주의 보편상수입니다. 즉 사과와 지구 사이의 힘이나 달과 지구, 지구와 태양, 목성과 태양, 심지어는 안드로메다 성운 안에 있는 별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들이 다 똑같이 만유인력의 법칙, formula_img10 을 따르고 또 G값이 모두 같다는 뜻이지요. 물론 의심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G값은 태양계 정도의 크기까지만 formula_img11이고 그보다 더 큰 스케일에서는 다른 값을 갖는다고 상상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은하계에 속한 별들의 회전속도를 관측해보면 뉴턴의 법칙과 달리 바깥쪽 별들이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유추되는 속도보다 빠르게 회전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중력상수가 거리의 함수라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과학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수정하기 보다는 차라리 은하계 내부에 암흑물질이 존재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질량에 의한 중력이 더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많은 실험 물리학자들이 암흑물질 탐색에 힘을 쏟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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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그림] 일상생활과 달리 빛의 속도는 항상 똑같다.

과학계의 두 번째 경이의 해는 1905년으로 아인슈타인이 브라운운동, 특수상대성이론, 그리고 광전효과에 대한 연구를 발표한 해를 꼽습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뉴턴 역학에서 다루지 않았던 빛의 속도가 모든 역학계산에 관여합니다. 빛의 속도는 우리가 정지해 있으면서 관측을 하던 어떤 특정한 속도로 움직이면서 관측을 하던 간에 항상 formula_img12라는 대담한 가정을 통해 아인슈타인은 뉴턴 역학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립니다. 뉴턴 역학은 절대적인 시공간 안에서 기술되는 역학으로 관측자나 움직이고 있는 물체나 동일한 시간과 공간을 갖습니다. 반면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관측자가 속해 있는 계와 이에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물체가 속해 있는 계의 시공간은 서로 서로 다르게 관측됩니다. 움직이는 시계가 늦게 간다거나, 움직이는 물체의 길이가 짧아진다거나 하는 신기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지요. 이러한 특수상대론적인 효과는 오로지 광속에 견주어 충분히 빠른 움직임을 갖는 경우에만 나타나므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는 여전히 뉴턴 역학이 잘 맞아 돌아갑니다. 하여간 코페르니쿠스를 통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절대적인 지위를 잃어버렸다면, 아인슈타인을 통해 전 우주를 아우르는 절대적인 시공간의 개념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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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그림] 민코프스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뒤 그의 이론을 가속이 포함된 경우까지를 포한한 일반상대성이론으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1907을 “내 인생에 가장 행복한 생각”에 잠겼던 해로 기억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가속도에 의해 생기는 관성력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합니다. formula_img13의 가속도를 가지고 움직이는 로켓 안에서의 우주인은 지구와 똑같은 중력을 경험합니다. 줄이 끊어져 떨어지는 승강기를 탑승한 승객은 잠시나마 무중력상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수학을 잘했던 아인슈타인도 이러한 가속계가 포함된 경우의 상대론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후 아인슈타인은 리만 기하학이라는 휘어진 공간의 기하학에 몰두하게 되고, 결국 1915년에 가서야 특수상대론에서 다루던 평탄한 4차원 시공간 (물리학자들은 이를 민코프스키 시공간이라 부릅니다.)을 휘어진 시공간으로 확장시킨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게 됩니다. 민코프스키 시공간이 균일한 눈금을 갖는 시간 축과 공간 축으로 기술된다면, 일반상대론에서 다루는 4차원 시공간의 눈금은 평탄하지 않고 찌그러져있다는 것이지요. 얼마나 찌그러져 있는 지는 그 공간에 포함된 질량-에너지에 비례합니다. 특수상대론에 의해 질량과 에너지는 동등한 개념이므로 둘 다 공간을 휘게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의 장방정식은 바로 이를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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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수식에서 좌변의 formula_img15는 휘어진 4차원 시공간을 기술하는 텐서라고 합니다. 즉 시간과 공간이 섞여 들어오고 시간이 늦어진다거나 길이가 짧아진다거나 하는 모든 기하학적인 요소를 포함하는 4×4 행렬로 표현되는 양입니다. 여기서 μ와 ν는 시간과 3차원 공간성분을 각기 (0,1,2,3)에 대응시켜 4차원 시공간으로 표현하기 위해 쓰는 첨자입니다. 한편 formula_img16는 공간속에 포함된 질량-에너지 분포를 기술하는 텐서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은 이렇듯 휘어진 공간은 물질로부터 만들어진다는 것을 표현한 것에 불과 합니다. 물론 비례상수를 들어내 놓으면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은 아래와 같이 표현 됩니다.formula_img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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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그림] 가속해서 올라가는 로켓안에서는 빛도 휘어지는 것처럼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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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그림]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의 해석

아! 여기에 중력상수가 나옵니다. 아인슈타인도 고민했던 부분이지만 물질(질량-에너지)에 의해 공간이 휘어지는 정도는 G에 비례하는 것입니다. 물론 아인슈타인은 그의 장방정식이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G를 방정식에 끌어들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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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그림] 존휠러

존 휠러(John Weeler, 1911-2008)는 대중들에게 어려운 물리도 쉽게 설명하는 특별한 재주를 지닌 이론 물리학자였습니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을 아래와 같이 한 문장으로 간단히 설명하였지요.

“시공간은 물질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물질은 시공간이 어떻게 휘어질 지를 알려준다.(Spacetime tells matter how to move; matter tells spacetime how to curve)”

사실 이는 놀라운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중력은 물체에 힘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고 시공간을 휘어지게 할 뿐이고 물체는 이 휘어진 시공간을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 휘어진 공간에서는 예외 없이 빛도 휘어진 경로를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자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옛날에는 떨어지는 물체를 당연한 운동으로 생각했었고, 그리스 철학자들은 달이 지구를 도는 원운동을 천상의 운동으로 당연한 움직임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이를 중력의 개념으로 힘으로 설명한 것은 뉴턴이었습니다. 뉴턴의 중력이론을 통해 사과의 움직임과 달의 원운동을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지요. 반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에 따르면 중력(물질)은 시공간을 휘게 할 뿐이고, 물체는 이 휘어진 공간을 따라 “당연한” 운동을 할 뿐이라는 이야기이니, 어찌 보면 다시 그리스 철학시대의 이해로 돌아 간 것 같기도 합니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 프로필
물리학과_박인규-4x5-small_(Unicode_Encoding_Conflict)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
1992.03~1995.02 Univ. de Paris XI 박사
1995.03~1996.02 CERN (LAL, SKKU) Post-doc
1996.03~1998.08 IFAE (Univ. Autonoma de Barcelona) Post-doc
1998.09~1999.02 BNL (Yale University) Research Scientist
1999.03~2004.02 University of Rochester Research Asociate
2011.1~현재: 한국물리학회 실무이사, 재정위원, 물리학회 평의원
2013.1~현재: 과학비지니스벨트 건설 추진위원, 중이온가속기 건설 추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