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융합! 창의력을 키우자

김석희 교사|경기호암초등학교

 

사람의 뇌가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 또는 자극을 처리하는 방식은 컴퓨터의 그것과 매우 다르다. 1950년에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은 컴퓨터가 지능을 갖고 있는가는 테스트하는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안 하였다. 인간이 벽을 두고 서로 다른 방에서 기계와 대화를 나누어 대화를 나눈 것이 기계인지 사람인지 구별하지 못한다면 컴퓨터가 지능을 갖고 있다고 보았다. 이것을 튜링테스트라고 부른다.

이러한 생각이 바로 인공지능에 대한 시작이었다. 그 후에 1960년대에 클로드 새넌(Claud Shanon) 이나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와 같은 과학자들은 조만간 컴퓨터가 사람과 같은 지능을 가질 거라고 예측하였다. 1997년에 IBM이 개발한 딥 블루가 체스 세계 챔피언인 게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를 이기고, 2011년 왓슨이 퀴즈쇼 〈제퍼디!〉에서 우승을 하면서 인공지능의 가능성이 재확인되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도 가능성은 완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사람의 뇌와 컴퓨터의 정보처리 방법은 어떻게 다를까?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튜링머신에 기초를 두고 있다. 튜링은 수학의 오랜 문제인 계산 가능성이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기재된 명령을 처리기에 넣어 문제를 해결하는 기계를 제안했는데 이것이 현재의 컴퓨터의 모델이 되었다.

튜링머신에 기초한 컴퓨터는 순차적으로 명령을 하나씩 처리하지만, 사람의 두뇌는 병렬적으로 정보를 처리한다. 예를 들어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문제를 살펴보자. 컴퓨터가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미리 정의된 방법으로 하나씩 비교한다. 예를 들어 코와 눈의 거리 등과 같이 미리 정한 기준에 의해 순차적으로 비교한다. 그에 비해 뇌는 한 번의 특징을 비교한다. 100 명 중에 한사람을 찾는 것은 웬만한 컴퓨터 보다 사람이 훨씬 빨리 정확히 할 수 있다.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은 완전히 규명되어 있지 않다. 여러 이론 중에서 뇌의 각 부분에서의 최소 신경단위들이 나름대로 정보처리를 주체적으로 수행한다는 ‘모듈 뇌 이론’이 관심을 끌고 있다.

모듈 뇌 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모듈은 동일한 작용에 기여하는 신경세포들이 기능적으로 연합하여 작용하는 최소 집합 단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대뇌피질의 뒤쪽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각정보 처리 영역에서도 앞에 있는 사물의 밝기, 색깔, 음영, 기울기 등 각각을 처리하는 모듈이 따로 존재한다. 동시에 양쪽 귀의 안쪽 부위에 있는 뇌의 옆 부분의 청각 피질 안에서는 특정한 소리에 반응하는 모듈이 존재한다. 우리 뇌의 모듈적 구조와 기능은 중층구조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즉, 전체적으로 천억 개의 뉴런(neuron, 뇌 신경세포) 중에서 수십 내지 수백 개 등의 최소 단위로 이루어져 기능하는 최소 단위의 모듈이 수천만 개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최소 단위의 모듈이 서로 연합하여 보다 큰 뇌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상위 모듈을 형성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각, 청각, 촉각이나 반응, 학습, 기억, 또는 인지, 정서, 신체 운동 등의 각 구분은 가장 높은 단계의 모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모듈 뇌 이론으로 사람을 식별하는 문제를 설명해 보자.

뇌는 사람을 식별하기 위해 저장된 여러 기능 모듈을 한꺼번에 작용하여 사람을 인식한다. 이에 비해 컴퓨터는 모듈(함수)을 하나씩 순서대로 비교하여 사람을 식별한다. 물론 비교하는 순서에 따라 더 좋은 방법, 더 빠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뇌 과학적으로 창의력은 무엇일까? 뇌 과학적으로 볼 때, 창의성은 ‘유기체 뇌 안에서의 신경망이 기존의 연결과는 다른 유형으로 재구성됨으로써, 문제해결이나 창조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 생성을 이루는 성향 또는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사람은 뇌에 정보를 모듈 단위로 형성해서 담겨진다. 큰 범주의 기억 내용(예를 들어, 특정 인물에 대한 인상)을 형성하는 것은 그보다 작은 단위(예를 들어, 그 인물의 용모, 또는 언어적 특성)의 연합적 작용의 결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개별 모듈의 작용으로 인해 비교적 작은 단위의 사고가 나타나고, 이러한 모듈의 연합이나 융합으로 인해 보다 큰 범주의 사고나 행위가 나타나게 된다.

때로는 특정 경험에 관련된 신경세포들 혹은 모듈들이 순간적으로 기존의 연합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연합 또는 융합을 이루어 작용할 수 있다. 이 때 그 개인의 뇌에서는 이전에는 전혀 떠올리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나 아이디어, 즉 창의적 사고가 떠오른다.

과학 교육에 있어서도 융합 또는 연합은 중요한 문제이다. 2011년부터 시작된 융합인재교육(STEAM)은 학교 교육에서 학생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과학이나 수학 과목을 공학, 기술, 예술 등과 접목시켜 가르치는 교육으로서, 과학기술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와 이해를 높이고 과학기술 기반의 융합적 사고(STEAM Literacy)와 실생활 문제 해결력을 배양하는 교육을 의미한다. 뇌 과학적 이론에 의한다면 융합인재교육을 통해 창의성을 향상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방법은 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문제 해결보다는 국어문제, 수학문제, 과학문제, 영어 문제 등 우열을 가리는 시험문제가 주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실제 학생들이 살아가고 앞으로 살아갈 사회는 다양한 과목의 문제가 융합된 사회이다. 그러면 어떻게 가르쳐야하고 배워야 할까?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할지 좀 더 정보를 얻기 위해 뇌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사람의 뇌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 약 1조 개의 세포와 크고 작은 혈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감각정보들을 신경정보로 변환 처리하여 뇌는 그에 대한 반응 명령을 내리고, 그에 따르는 일련의 학습 과정을 주관하는 것들이 신경세포들이다. 하나의 신경세포는 직경이 평균 1나노미터 정도이다. 신경세포는 세 부분 즉, 세포체, 수상돌기 및 축색돌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상돌기는 한 세포 당 수천 내지 수만 개의 짧은 돌기가 나뭇가지 모양으로 달려 형성되는데, 신경세포는 이 부분을 통해 다른 수많은 세포로부터 오는 정보를 받아들인다. 반면에, 축색돌기는 한두 줄기밖에 없으나 그것이 굵고 길게 형성되어 있는 특징을 지닌다. 신경세포가 다른 세포로 정보를 내보내는 통로가 바로 이 축색돌기이다.

뇌에서 이루어지는 신경정보의 전달방식을 크게 두 가지 즉, 세포 안 전달 방식과 세포 사이 전달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세포 안 전달 방식을 ‘전기적’ 방식, 세포 사이 전달 방식을 ‘화학적’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정보전달 방식을 종합하여 ‘전기화학적’전달이라고도 한다.

아래 그림은 이러한 설명을 그림으로 표현해 본 것이다. 축색돌기는 전선으로 신경세포는 전구로 표현해 보았다. 새로운 정보 또는 자극이 동시에 가해진다면 이 뇌를 표현한 이 모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보자.

외부의 자극 또는 정보를 빛이라고 생각하자. 어떤 전구에 자극이 가해지면 전구가 켜지게 되고 그것과 강력하게 연결된 전선으로 전파되어 그 전구도 켜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첫 번째 그림과 같이 전구가 켜지게 된다. 이것을 기존의 생각이라고 표현하자. 만약 기존의 생각을 융합인재 교육과 같은 교육활동이나 경험을 통해 새로운 연결통로를 뇌에 구축했다고 하면 앞에서와 같은 자극이 들어온다면 새로운 조합이나 연합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즉 창의성이 발휘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_생각과_창의성의_발휘

이러한 뇌 과학적인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기본적인 사람의 사고기능의 핵심은 모듈의 연합과 융합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창의적인 생각은 기존의 뇌 모듈의 연합과는 다른 새로운 합쳐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연결통로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한다. 새로운 연결통로는 기억에 남는 교육이나 경험을 통해 만들어 질 수 있다. 융합인재교육은 사람의 사고 기능에 근접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융합적인 사고력이 창의력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뇌의 기능을 고려할 때 융합인재교육은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9월에 새로운 개정 교육과정이 발표 되었다. 이 교육과정에서 기르고자 하는 인간상은 아래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창의융합형 인재 : 인문학적 상상력,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추고 바른 인성을 겸비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

창의와 융합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융합 적이면 창의적일까? 아니면 융합과 창의는 서로 다른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앞에서 한 것 같다. 연구에 의하면 사람의 뇌는 새로운 연합을 통해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즉 융합은 창의적 사고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기발한 발명이라고 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다른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즉 조합으로 창의적인 발명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창의 융합의 아이콘이라고 인정하고 있는 초기의 아이폰의 예를 들어 보자. 아이폰이 처음 시도한 핀투 줌이라는 방법이 있다. 핀투줌 이전에도 사진을 확대하는 방법이 있다. 확대나 축소 단추를 누른다거나 확대 메뉴를 찾아 조정한다거나 하는 그런 방법이 이었다. 이것을 손가락을 벌리는 행동과 화면의 축소나 확대를 관련지은 것이다. 한마디로 새로운 융합적 산물이 만들어 진 것이다. 그전에는 사람의 행동과 실제 이런 기능을 연관시킬 생각은 하지 못했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시대라고 한다. 앞에서 예로 들은 핀투줌의 방법을 보면 이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게 자연스런 행동을 스마트폰의 기능과의 연결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교육과정은 지식이 넘치다 못해 폭주하는 시대에는 창의융합형 인재가 국가의 미래를 위한 핵심 가치라고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가 아니 1분 1초가 다르게 늘어가는 과학지식을 한 개인이 익히고 배우기는 너무 벅차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하는 수많은 과학자 지망생과 지금도 실험실에서 밤을 새우는 과학자들의 숫자도 중요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창의적인 과학자가 많아져야 할 것이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그는 아마 융합적 사고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김석희 경기 호암초등학교 교사 프로필
프로필사진 김석희 (경기 호암초등학교 교사)
(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컴퓨터교육학회 이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이학 박사
2012년 STEAM 교육 우수교원, 올해의 과학교사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