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색, 네가 좋아하는 색

곽영신 부교수|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어떤 색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은 심리테스트에 나오는 단골 질문 중 하나이다. 혹시 제목을 보고 이처럼 색채 심리에 관한 글을 기대하고 클릭한 독자들이 있을까 싶어 서두에 밝히자면 본고에서 말하고자 하는 ‘좋아하는 색’은 ‘분홍색’이 좋아 ‘하늘색’이 좋아 할때와 같은 추상적인 색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예뻐보이는 얼굴색, 맛있어 보이는 사과 색과 같은 ‘선호색’이라고 불리는 좋아하는 색에 관한 이야기 이다.

< 풍선 색 vs. 사람 얼굴 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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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에 세 개의 사진이 있다. 이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은 어떤 것인지 ? 혹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선택이 어렵다면 가장 마음에 들지 않은 사진은 어떤 것인지?

보통 ‘좋아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주관적인 것이라 내가 좋아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 일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림1]의 경우라면 단언컨데 ‘다’번 영상을 가장 선호한다고 선택한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확신한다. 필자가 왜 그런지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만큼 이유는 분명하다. 얼굴색이 이상하다! 그렇다면 ‘가’번 영상과 ‘나’번 영상은 어떠한가? 두 영상의 차이점은 풍선 색이 다르다는 것이다. 빨간 풍선이 좋은지 노랑 풍선이 좋은지는 그야말로 취향의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다’번 영상의 얼굴색은 취향의 범위를 넘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기에 화질에 문제가 있는 영상으로 보인다. 풍선과 얼굴 도대체 뭐가 그리 다른 걸까?

< 기억색과 선호색 >

사람이 색을 볼 수 있도록 진화된 이유는 우리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태어나면서 부터 색으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훈련이 된다. 예를 들면 과일 색을 보고 이 과일이 먹기에 적합하게 익었는지를 알 수 있으며, 하늘색을 보고 날씨를 파악하며, 이성을 만났을 때 피부색을 보고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그것도 긴 시간 동안 관찰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보자마자 사과가 맛있어 보인다, 가을 하늘이 높고 파란것을 보니 오늘은 어디론가 놀러가고 싶다, 오늘 처음만난 여자친구의 피부가 뽀얗고 매끄러워보여 참 예쁘다처럼 보자마자 찰나의 시간 안에 자연스럽게 모든 것들을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앞에서 얘기한 사람 얼굴, 하늘, 사과와 같은 것들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늘 보고 있는 물체들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에 우리는 이러한 사물들의 색이 어떠해야 한다는 것을 잠재적으로 기억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늘 보고 있어서 그 대표색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색을 ‘기억색(Memory Color)’ 이라고 한다. 우리가 어떤 익숙한 사물의 사진을 보았을 때 그 물건의 색이 우리 머리속에 있는 기억색에 가까울 수록 선호도가 더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관점에서 [그림1]의 사진들을 보면 왜 (다)번 영상의 선호도가 낮은지 분명해진다. (다)번과 같은 얼굴색은 사람의 얼굴색으로 본적이 없는 색이며 만약 이런 얼굴색을 가진 사람을 봤다면 혹시 건강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될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풍선은 우리에게 특정한 기억색이 없는 물체이다. 그러다보니 특정 색깔의 풍선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억색은 얼마나 정확할까? 재미있게도 실제 색과 우리가 기억하는 색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맛있어 보이는 사과 색을 연상해 보자. 여러분들이 인터넷을 통해 찾은 사진들 중 가장 맛있어 보이는 사과 사진과 실제 사과를 비교해본다면 차이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억색이 선호색과 관련이 된다는 점은 여러 회사들의 제품 디자인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실제 바나나 혹은 딸기를 우유와 섞어 만든 음료와 시중에 팔리는 바나나 맛 혹은 딸기 맛 우유의 색은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바나나 맛 우유나 딸기 맛 우유의 색깔이 실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 바나나 혹은 딸기에 의해 나오는 색이 아니라는 점은 이미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비자들은 노란색 혹은 분홍색 음료를 보며 바나나와 딸기를 연상시켜 더 맛있게 느끼게 된다.

< 선호색과 TV의 ‘매장 모드’ >

선호색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대표적인 제품은 화질 경쟁이 치열한 스마트폰, TV와 같은 디스플레이 제품이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서 전자제품 코너에 가보면 다양한 브랜드의 TV들이 전시되어 있고 화려한 색감의 뮤직비디오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컨텐츠의 영상이 틀어져 있다. 소비자들은 서로 다른 디스플레이들 간에 영상의 색감을 비교하게 되고 어떤 제품이 더 괜찮은지를 판단하게 된다. 이처럼 사람들이 TV라는 제품을 선택할 때 화질은 중요한 구매 결정 요소 중 하나인데, 화질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기억색이 얼마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색으로 표현이 되었는가이다. 파란 하늘과 초록 잔디밭, 백사장 앞에 펼쳐진 바다, 아이돌 가수의 클로즈업 된 얼굴과 같은 영상이 TV 안에서 펼쳐지도 있다면 비록 우리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없던 장면이라 하더라도 누구나 색감이 마음에 든다 아니다를 판단하게 되고 이 화질에 대한 선호의 갈림이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다. 그렇다보니 TV 제조회사들은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 잡을 수 있는 화질 향상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가 보는 물체의 색은 상황에 따라 달라보인다. 무슨 말이냐면 햇빛에 쨍쨍한 한 낮에는 모든 것들이 밝고 선명해 보이는 반면 구름이 잔뜩 끼인 날에는 모든 사물들이 칙칙해 보인다. 불이 켜진 방에서 TV에서 나오는 영화를 보고 있다가 영화관 분위기를 내자고 불을 끄는 순간 TV 화면은 훨씬 밝아 보인다. 또 스마트폰을 낮에 야외에서 보려면 태양광이 너무 밝아 화면이 어두워 보인다. 따라서 TV에 최적의 화질을 재현하려면 어떤 환경에서 시청되고 있느냐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인 전자제품 판매 장소들의 조명 환경을 생각해보면 일반 가정보다 훨씬 밝다. 그렇기때문에 제품 판매 장소에 가장 마음에 드는 TV를 집에 가져와 거실에 놓고 보면 화면이 지나치게 밝고 선명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대부분의 TV에는 ‘화면 설정’이라는 메뉴가 있어 다양한 색감을 표현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매장에서는 속칭 ‘매장 모드’ 화질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고, 제품이 실제 가정으로 배달이 될때에는 가정용 기본 화질로 세팅이 되어 보내진다.

< 선호색과 얼짱 얼굴 >

요즘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는 피사체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인물 사진이다. 그 중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자신의 얼굴일 것이다. 친구들과 사진을 찍은 후 사진이 잘나왔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 기준은 내가 얼마나 잘 나왔는가가 아니던가! 우리는 셀카 사진을 보자마자 안다. 지워야 할지 보관해야 할지를…그렇다면 이때 우리의 ‘잘 나왔다’라는 판단 기준은 뭘까? 물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미적 기준이 있지만 인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그렇다 바로 ‘피부색’이다. 피부색은 기억색 중 우리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색이다. (그렇기에 TV 화질에서도 피부색 표현을 어떻게 할것이냐가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기억색과 실제색은 다르다. 또한 기억색과 선호색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셀카를 찍을 때 우리는 카메라가 내가 기억하는 나의 실제 피부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을 굳이 원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뽀샤시’ 효과를 원한다. 얼굴의 잡티가 표현되지 않고 더 밝고 화사해 보이기를 원한다. 그래야 더 예뻐 보이니까. 더 예뻐 보이는 이유는 밝고 매끈한 피부는 젊음과 건강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욕망(?!)에 부응하기 위하여 최근에 나오는 카메라들은 얼굴 사진 모드를 제공한다. 최근에 필자가 구매한 테블릿 PC에도 얼굴 사진 용 모드가 있고 ‘뽀샤시’ 정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있다.

< 색 감성은 ‘과학’이다! >

이처럼 기억색의 경우 ‘내가 좋아하는 색’과 ‘네가 좋아하는 색’이 그리 다르지 않다. 기억색에 대한 선호 뿐 아니라 특정 색을 봄으로써 느껴지는 감성에도 인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존재한다. 붉은 색은 따뜻하게 느껴지고 밝은 색은 가볍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색의 감성에 대한 연구가 최근에는 ‘과학’의 분야로 들어오고 있다. 예를 들어 색 감성 모델 연구에서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색에 대한 감성 반응을 조사한 후, 색의 물리적 특징으로 부터 밝기, 진하기, 색상과 같은 지각적인 특징을 예측하고, 예측된 색 지각이 어떤 감성과 연결이 되는가를 수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한다. 이를 거꾸로 말하자면 특정 감성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특정 제품에 어떤 색을 적용하면 좋을지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감성색에 대한 연구 결과는 감성 마케팅이나 제품의 색채 디자인, 화질 향상 기술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으나, 아직 색 감성에 대한 연구는 초보적인 수준이라 좀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다.

 

곽영신 UNIST (울산과학기술대학교),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부교수 프로필
디자인-및-인간공학부_곽영신 ‘09.2 ~ 현재: 곽영신 UNIST (울산과학기술대학교),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부교수
‘03.08 ~ ’09.02 : 삼성종합기술원(SAIT), 전문연구원
‘97.09 ~ ’99.07 : 이화여자대학교 색채디자인연구소, 연구원
‘99.08 ~ ’03.07 : Ph.D, Color & Imaging Institute, Univ. of Derby, UK
‘95.03 ~ ’97.02 : 석사, 물리학과,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91.03 ~ ’95.02 : 학사, 물리학과
관심분야 : human color perception, color emotion, visual appearance, image quality of 2D and 3D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