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보는 색을 기계로 측정한다

곽영신 부교수|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진을 찍을 때 화면에 보이는 색과 실제 색이 달라보였던 적은 있지 않았나?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의 전자제품 코너에서 TV들이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동영상들을 보여주고 있을 때 왜 동일한 동영상인데 화면마다 이렇게 색깔이 다르게 보일까 하고 궁금했던 적은? 아니면 인터넷 쇼핑이나 홈 쇼핑을 통해 색이 마음에 들어 옷을 구입 했는데 실제 배송된 제품의 색은 모니터를 통해 보던 것과 달랐던 적은 없었는지? 이런 문제들을 일상 생활에서 한번 이라도 생각해 보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면 여러분들은 색채 과학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필자는 색채 과학자이다. 색에 대한 연구를 한다고 소개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자이너를 떠올린다. 하지만 필자가 하는 연구는 색채와 관련된 현상들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활용하여 TV나 모니터, 카메라 등에 적용할 화질 향상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색채 공학이라는 용어가 낯선 이들에게는 색을 ‘과학적’으로 ‘측정’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가 안될 것으로 생각된다. ‘색은 개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감각인데, 어떻게 길이나 무게를 측정하는 것처럼 하나의 측정 단위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걸까’ 라면서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어떻게 내가 보는 저 빨간색을 내 옆에 있는 사람도 동일한 색으로 인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냐는 것일 거다.

어떤 면에서는 맞는 논리이다. ‘색’이라는 것은 사람이 느끼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 눈에 있는 감광세포들을 이용하여 빛을 흡수하고 각자의 뇌에서 해석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나의 시각 시스템이 다른 사람들과 완전히 일치하리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 생활을 다시 생각해보자. 모든 사람들은 어려서 부터 색에 대해 배운다. 그림을 그리거나 물건을 사고 팔때 다양한 색 이름을 사용하여 정보를 주고 받고 있으며 사람들 간에 색 이름을 혼동없이 사용하고 있다. 개개인이 완전히 동일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는 상당히 유사한 방식으로 색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두에 예를 든 상황처럼 인터넷을 통해 본 제품의 색과 실제 배송된 제품의 색이 다른 경우 반품 사유가 된다. 문제는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동일하게 차이를 느낀다는 것이다. 반품이 많아지면 제품을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닐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기술들이 필요하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색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색을 기계적으로 측정하는 최초의 국제 표준은 1931 년도에 국제조명기구 CIE(International Commission On Illumination)에서 표준화된 CIE 1931 XYZ 색공간 이다. 과연 어떤 원리로 색을 측정하는 방식을 만들어 졌는가를 알아보자.

색 측정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 눈의 특성을 이해하여야 한다.
[그림 1]은 눈의 동공을 통해 입사한 빛이 ‘색’으로 인식되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히 표현한 그림이다. 눈에 들어온 빛은 망막에 있는 원추(cone) 세포와 막대(rod) 세포에 흡수된다. 막대 세포는 아주 어두운 환경에서 작동하며 세포 종류가 한 종류 밖에 없어 밝기 인지만이 가능한 반면, 원추 세포는 밝은 환경에서 작동하며 흡수 파장대가 서로 다른 세 종류가 있어 우리가 색을 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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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사람의 색 인지 과정 개념도

원추 세포에는 세가지 종류의 세포들이 존재하는데 RGB, LMS(long, middle, short) 혹은 ργβ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불린다. 이 이름들은 이 원추 세포들이 주로 흡수하는 가시광선의 영역이 [그림 2]와 같이 장파장대, 중간파장대, 단파장대로 나뉜는 것에서 기인한다. 사람의 눈에 색을 인지하는 세포가 세가지 종류 밖에 없기 때 문에 메타메리즘 (Metamerism) 현상 즉 스펙트럼 모양이 달라도 사람 눈에 동일한 색으로 보이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 메타메리즘 현상 덕분에 사람들은 빨강, 초록, 파랑 세가지 빛의 합성 원리를 이용한 다양한 영상장비들을 통해 실제 자연에서 보는 것과 같은 색을 느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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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원추 세포들의 파장별 민감도

원추 세포에서 만들어진 전기 신호들은 다시 밝고 어두운 정도를 나타내는 밝기(achromatic) 신호, 빨강-초록(redness- greenness) 정도를 나타내는 신호, 노랑-파랑(yellowness-blueness) 정도를 나타 내는 신호 이렇게 세 가지의 대응색 신호(Opponent- signal)로 바뀐다. 대응색 신호들 중 밝기(achromatic) 신호는 가장 공간해상도가 높고 노랑-파랑 정보들의 공간해상도는 가장 낮다. 즉 노랑-파랑 컬러 영상 정보는 어느 정도 해상도를 낮춰도 사람들은 화질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하는 반면 밝기 정보의 해상도 변화는 쉽게 인지하게 된다. 대응색 신호들은 시신경을 따라 뇌의 대뇌피질 영역으로 이동하게 되고 최종적으로 밝고 연한 빨강, 진한 녹색과 같은 ‘색’으로 인지되게 된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사람 눈의 특성을 정량화 하려면 원추 세포의 특성을 알아내야 한다. 하지만 컬러 측정 표준이 최초로 만들어진 1931년도에는 세포의 감광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대신 빨강, 초록, 파랑 빛을 이용한 컬러 매칭 실험을 이용하여 사람 눈의 특징을 간접적으로 알아냈다. 빨강, 초록, 파랑 빛을 섞으면 우리가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색들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오랜동안 잘 알려져 있던 현상이다.

[그림3]은 컬러 매칭 실험 장치를 도식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관찰자가 보는 시야의 아래쪽에 테스트 컬러를 보여주고 위쪽의 빨강(700nm), 초록 (546.1nm), 파랑 (435.8nm) 파장의 빛들을 섞어 위 아래가 동일한 색으로 보이도록 색을 맞추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컬러 매칭 실험 결과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 되었다. 500nm의 파장들은 빨랑, 초록, 파랑 빛을 어떻게 섞어도 절대 동일한 색을 만들어 낼 수 없었다. 대신 500nm의 파장과 빨간 빛을 섞으면 초록, 파랑을 섞을 빛과 동일하게 보이게 끔 할 수 있었다. 이 현상은 어떤 파장대의 빨랑, 초록, 파랑 빛을 선택하건 발생한다는 것도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하면 LCD 디스플레이와 같이빨랑, 초록, 파랑 빛의 합성으로 색을 만드는 장치들은 어떻게 하건 우리가 보는 모든 색을 재현해 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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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컬러 매칭 실험 장치

이렇게 컬러 매칭 실험을 통해 얻는 결과는 수학적으로 다시 정리되어 사람 눈의 특성을 대변하는 컬러 매칭 함수로 표준화 되었다. 컬러 매칭 함수를 이용하면 [그림4]와 같이 광원의 스펙트럼과 물체의 반사스펙트럼이 결합된 빛 의 스펙트럼을 계산한 후, 사람 눈의 특성을 대변하는 컬러 매칭 함수(color matching function)를 이용하여 XYZ로 표시되는 삼자극치값을 계산하게 된다. 이렇게 계산된 CIE XYZ값은 현재 모든 산업체에서 사용하는 표준 컬러 측정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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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CIE XYZ 계산 과정

1931년 표준 제정 당시 영국의 두 개 실험실에서 15명의 관찰자들이 실험에 참여하였고, 이 데이터를 평균하여 얻어진 값이 현재 전세계에서 사용하는 컬러 측정의 표준이 되었다. 전세계인이 보는 색을 측정하는데 사용되는 방식이 단 15명의 데이터를 가지고 만들어졌고 이 표준이 80년 이상 문제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실제 1931년도에 표준으로 제정된 컬러 매칭 함수의 정확도에 문제가 있어 이후 좀더 정밀한 실험을 통해 더 정확한 함수들이 CIE를 통해 보급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1931 CIE컬러 매칭 함수가 국제적인 표준이 되는 함수이며, 전세계 산업체에서 사용하는 컬러 측정의 기본이 되고 있다.

 

곽영신 UNIST (울산과학기술대학교),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부교수 프로필
디자인-및-인간공학부_곽영신 ‘09.2 ~ 현재: 곽영신 UNIST (울산과학기술대학교),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부교수
‘03.08 ~ ’09.02 : 삼성종합기술원(SAIT), 전문연구원
‘97.09 ~ ’99.07 : 이화여자대학교 색채디자인연구소, 연구원
‘99.08 ~ ’03.07 : Ph.D, Color & Imaging Institute, Univ. of Derby, UK
‘95.03 ~ ’97.02 : 석사, 물리학과,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91.03 ~ ’95.02 : 학사, 물리학과, 이화여자대학교
관심분야 : human color perception, color emotion, visual appearance, image quality of 2D and 3D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