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특집] 아는 만큼 보이는 지질 여행

5월 가정의 달 특집


 


아는 만큼 보이는 지질 여행


 





ⓒ 박정웅



오늘도 땅에는 생명의 역사가 새로 쓰여 지고 있다. 배우가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듯, 땅이라는 무대 위에서 생명체들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배역에 맞게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삶과 죽음, 번식과 멸종을 거치며 수많은 배우들이 오고 가는 가운데, 무대인 땅은 항상 묵직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무대에도 자신만의 이야기는 있는 법이다. 우리가 무심코 발로 차버리는 돌멩이 하나.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밟고 지나가는 흙과 모래. 바위, 암석에 이르기까지. 땅에는 생물이 탄생되기 전의 머나먼 과거에서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올 여름. 아이, 연인, 부모님의 손을 잡고 지구가 품은 이야기에 눈과 귀를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우직한 땅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들려줄 것이다.


 



뼈에도 말이 깃든 공룡 화석


 



생물이 죽은 후 생물의 유해나 흔적이 지층에 보존되어 있는 것을 화석이라고 한다. 다양한 종류의 화석 중,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공룡이다. 과거 지구의 지배자였다가,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공룡. 한반도에 남아있는 화석을 통해 수수께끼 같은 그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말에도 뼈가 있는” 것처럼 화석은 “뼈를 가지고 말”을 하니까.


 



코리아케라톱스를 만나자 : 화성 공룡알 화석지


 



화성 공룡알 화석지는 시화방조제가 조성되기 전에는 갯벌지역이었다. 시화방조제가 조성되면서 6~7개의 둥지에서 100여개가 넘는 공룡알 화석이 발견되었고, 이를 보존하기 위해 지난 2000년 화성 공룡알 화석지가 조성되었다.


 



이곳을 찾으면 맨 먼저 ‘방문자 센터’를 둘러볼 것을 권한다. 화성 공룡알의 특징과 발굴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상주하고 있는 자원봉사자에게 공룡알 화석지에 대한 궁금한 점을 즉석에서 물어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방문자센터에는 눈에 띄는 공룡 모형이 하나 있다. 지난 2008년 발견된 화석으로 복원한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Koreaceratops hwaseongensis)’ 가 바로 그것이다.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된 뿔공룡이자 발견지의 이름을 학명에 붙일 만큼 완벽한 신종 공룡이다. 이족보행(두발로 걷는 것)과 사족보행(네발로 걷는 것)의 중간 형태로, 뿔공룡의 진화과정에 있어서도 그 연구가치가 높다.





 발견된 화석(위)과 이를 가지고 복원한 코리아케라톱스 모형(아래) ⓒ 박정웅



방문자 센터를 나오면 한염과 상한염, 중한염, 하한염 등 촘촘히 붙어있는 섬을 끼고 1km 정도 탐방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 길을 걸으면 땅에 묻힌 공룡알을 비롯해 신비로운 공룡시대 지층의 모습을 관찰해 볼 수 있다.


 



국내 최초의 공룡박물관이 있는 곳 : 고성 공룡 화석지


 



경남 고성은 미국 콜로라도 주, 아르헨티나 서부 해안과 함께 세계 3대 공룡 발자국 화석지로 꼽힌다. 그 명성에 걸맞게 고성군 덕명리에 가면 약 2,000여 개의 공룡발자국과 250여 개의 보행렬(공룡 발자국 화석이 이어져있는 길)을 직접 볼 수 있다.


 



지난 2004년 개관된 국내 최초의 공룡전문박물관인 ‘고성공룡박물관’에는 5개의 전시실과 영상실, 전망대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되어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발자국화석, 시대별 화석, 백악기 환경에 이르기까지 공룡과 관련된 정보도 풍성하다. 특히 제 1전시실에 전시된 오비랩터(Oviraptor)와 프로토케라톱스(Protoceratops) 진품 화석의 규모와 위용은 놀라울 정도다.


 



올해에는 3년마다 열리는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가 6월 10일까지 고성군 일대에서 진행된다. 5D영상관, 미디어 파사드 등 최첨단 기술을 통한 실감나는 체험 활동들이 준비되어 있다. 이번 주제는 ‘하늘이 내린 빗물 공룡을 깨우다’로 공룡의 신비와 환경에 관한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게 된다. 


 



땅에 기록된 지구의 역사


 



땅이 단단한 이유는 그 속에 모래와 흙 같은 퇴적물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퇴적물은 오랜 시간 쌓이며 지층과 퇴적암을 만들어 내고, 화산과 지진 같은 지질활동을 통해 세상 밖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보는 것만으로도 지구의 역사를 알게 해 주는 “지구의 역사책”이 바로 지층과 암석이다.


 



암석의 종합 전시장 : 한탄강


 



래프팅 장소로 유명한 한탄강유역은 휴가철 명소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독특한 멋을 자랑하는 협곡과 절벽은 신생대 화산 활동과 중생대 한반도의 지각 변동을 거쳐 만들어진 자연의 작품이다. 활발한 지질 활동 덕에 다양한 암석을 찾아볼 수 있어 한탄강은 “암석의 종합 전시장” 이라고도 불린다.




‘2011 전국 지질-화석 탐사’  채석강 탐사 모습


채석강은 학생들의 자연 학습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 박정웅




특히 연천댐이 있는 아우라지 지역에는 베개 용암이라는 좀처럼 보기 힘든 암석이 있다. 현무암의 일종인 베개 용암은, 철원에서 분출한 용암이 한탄강 물속으로 들어가면서 겉표면이 식은 후, 그 표면 사이로 흘러나온 용암이 식기를 반복해 생긴 베개 모양의 암석을 말한다.


 



또한 이곳에서 가까운 양원리에는 청동기시대의 고인돌과 채석장, 석탄광산이 있다. 한 자리에서 자연의 역사와 함께 인류의 역사를 만나 보자. 돌아오는 길에 한탄강구석기박물관을 들러보면 더욱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수만 권의 책이 쌓인 것 같은 절경 : 채석강


 



전북 부안에 위치한 채석강은 국가지정 명승으로 인정받을 만큼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이곳을 찾으면 “수만 권의 책이 쌓인 것 같은” 아름다운 퇴적층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 교과서에 나오는 퇴적암의 거의 모든 종류를 확인해 볼 수 있으니 학생들의 체험 학습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켜켜이 쌓인 퇴적층이 바닷물에 깎이고 씻기며 매일 새것처럼 빛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 속 묵은 때마저 시원하게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바다가 육지를 깎아 만든 ‘해식절벽’, 암석이 바다에 깎이며 생긴 육지 ‘해식대지’, 해식절벽의 아래쪽에 생기는 ‘해식동굴’, 강한 암석이 깎이지 않아 만들어진 바위섬 ‘시스텍’ 등. 해식작용으로 만들어진 자연경관에서는 자연의 위대한 힘이 느껴진다.


 



바다가 육지를 깎는 ‘해식작용’은 아직도 이뤄지는 중이니, 절벽 가까이 다가갈 때는 암석이 떨어지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한국지구과학교사협회 박정웅 회장이 알려주는 지질탐사 Tip


 



1. 한 번에 하나씩, 주제를 정하자



지질탐사에도 동굴탐사, 화석탐사, 지질탐사, 지형탐사, 갯벌탐사 등 여러 종류가 있다. 한정된 시간에 이 모든 것을 모두 다 볼 수는 없는 법. 하나하나 계획을 세워 주제별로 지질탐사를 떠나는 게 바람직하다.


 



2. 멀리서 큰 그림을 본 후, 가까이에서 세밀하게 관찰하라



지질탐사를 할 때는 일단 멀리서 전체를 살펴보고, 가까이 접근하면서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체적인 지형적 특성을 파악하고 난 후 지질 구조의 모양과 변화를 살펴보면 지질탐사의 매력이 배가 된다.


 



3. 야외활동에 필요한 준비물에 신경 쓰자



여름에도 긴 옷을 입는 것이 몸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야외 답사에서는 비가 오지 않더라도 우산이나 우비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튼튼한 신발은 필수다.


 



4. 사진보다는 직접 보고 기록하자



암석이나 지층, 지질구조의 사진을 찍을 때는 크기를 비교할 수 있는 것(동전, 펜, 사람)을 꼭 넣도록 한다.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는 것도 좋지만 눈으로 직접 관찰하면서 자세히 기록하는 것을 추천한다. 집에 돌아와 자료를 정리할 때는 현장에서 기록한 자료가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5. 낙석과 조석을 확인해 안전을 확보하라



탐사지역의 주의 사항을 미리 숙지해고, 현장 상황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필히 확인해 보도록 한다. 지질 탐사 때는 무엇보다 낙석사고에 주의해야 하며, 바닷가에 갈 때는 조석(물때)을 잘 알아보고 가자. 조석 예보는 국립해양조사원(www.khoa.go.kr)에서 볼 수 있다.






 


[참고자료]


 




이 기사는 작년 10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후원한 ‘2011 전국 지질-화석 탐사’ 행사 자료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전국 11개 지역에서 100여 명의 지구과학 교사와 55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한 이 행사는 각 시·도별 자연 학습장에서 이뤄졌습니다(아래 자료 참조). 차후 행사 예정이나 지질학습 관련 자료는 전국지구과학교사협회 카페 (http://cafe.daum.net/earthscienceteachers)에 문의하면 됩니다.


 




– 서울 : 한탄강


– 부산 : 두송반도와 다대포


– 인천 : 시화호 공룡알화석지


– 대구 : 고성 공룡화석지


– 대전 : 충북 영동


– 경기 : 시화호 공룡알화석지


– 강원 : 동해-삼척


– 충북 : 충북 영동


– 전남 : 해남 공룡화석지


– 전북 : 변산반도국립공원


– 제주 : 사계리 송악산-용머리 지역


 


 


 


박정렬 사이언스올 편집위원



전체댓글수 0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