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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기호 이야기 ⑧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

|김정(ddanceleo@donga.com)

 

‘평등’은 인류 사회의 영원한 화두다. 누구나 평등한 사회를 꿈꾸지만, 아직까지 모든 사람이 완벽하게 평등했던 시절은 없다. 아마 그런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모든 사람은 고사하고 단 두 명조차 완벽하게 평등하기는 힘들다. 한 가정에서 자란 쌍둥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러나 수학에서는 다르다. ‘똑같다’라는 뜻의 기호 ‘=’가 수학에서 쓰였다면, 그건 정말 똑같다는 뜻이다. =의 양 옆에 있는 수나 식은 정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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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GIB

쌍둥이 같은 두 직선 =

둘 이상의 수나 식이 서로 같다는 것을 나타낼 때는 등호 ‘=’를 사용한다. 아무리 수학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알고 있는 기호로, 수학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간단하게 ‘같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쓸 때가 많다.

등호의 원조는 영국의 수학자이자 의사인 로버트 레코드다. 그는 옥스퍼드대에서 수학을 가르치면서도 궁정에 초빙돼 에드워드 6세와 메리 여왕의 주치의를 지낼 정도로 유능한 의사였다. 또한 천문학에도 조예가 깊어 영국 최초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이해하고 이를 주장한 사람으로도 잘 알려졌다.

그는 여러 권의 수학책을 출간했는데, 1557년에는 영국 최초의 대수학책인 <지혜의 숫돌>을 썼다. 바로 이 책에서 세계 최초로 등호 =를 사용했다. 로버트 레코드의 등호는 현재의 등호보다 매우 긴 모양이었다. 그는 자신의 책에 등호 =를 소개하며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같다’는 단어가 지루하게 반복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길이가 같으면서도 평행해 마치 쌍둥이 같은 두 직선 =을 사용할 것이다.…”

레코드의 이 글은 수학에서 기호가 만들어진 이유와 그 중요성을 보여준다. 수학자들은 간단한 기호를 사용함으로써 긴 문제도 간략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기호는 언어에서 발생하는 오해의 소지도 없앨 수 있다. 우리 생활 속에서 흔히 쓰이는 ‘똑같다’는 말은 사실 완전히 똑같지 않을 때에도 많이 쓰이지만, 수학에서 ≡, = 기호가 쓰였다면 완벽히 똑같은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등호의 다양한 변식

등호는 변형된 형태로 다양하게 쓰인다. 등호에 선을 하나 더 그은 ≠은 양 옆이 똑같지 않다는 뜻이다. 직선을 물결 모양으로 바꾼 등호_img3는 똑같지는 않아도 거의 비슷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또 선을 하나 그은 등호_img4은 물론 비슷하지 않다는 뜻이다.

수나 식이 아니라 도형이 같은 합동의 경우에도 등호와 비슷한 기호를 쓴다. 합동은 모양과 크기가 똑같아서 서로 완전히 포개지는 도형을 말한다. 합동을 나타내는 기호는 ≡다. 우리가 익히 아는 등호에 한 줄이 더 있는 모양이다. 예를 들어 삼각형 ABC와 삼각형 DEF가 합동이면 △ABC ≡ △DEF라고 쓴다.

기호 ≡는 어떻게 합동을 나타내는 기호로 쓰이게 된 걸까? 사실 19세기까지만 해도 합동을 나타내기 위한 기호로 ≡보다 등호_img1를 더 많이 사용했다. 기호 등호_img1는 1824년 독일의 수학자 칼 몰바이데(1774~1825)가 처음 사용했다. 그런데 칼 몰바이데 역시 이 기호를 독창적으로 만들었다기보다는 1710년 독일의 수학자 라이프니츠가 사용한 기호 등호_img5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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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수학자 라이프니츠는 같음을 나타내는 기호 등호_img1를 사용했다.
출처 : 위키미디어

기호 ≡를 처음으로 사용한 건, 1801년 독일의 수학자 가우스였다. 하지만 가우스는 원래 도형의 합동이 아니라 ‘정수론에서의 합동’ 관계를 나타내기 위해 ≡를 사용했다. 정수론에서의 합동은 대수학의 개념으로 고등수학에서 배운다. ‘두 정수 a, b에서 그 차가 정수 m으로 나누어떨어질 때 a, b와 m을 법으로 하여 합동’이라고 하며, 이를 ‘a≡b(mod m)’이라고 쓴다. 즉, 기호 ≡는 정수론에서의 합동으로 주로 사용되다가, 점차 도형의 합동을 나타내는 데에도 쓰이게 되었다.

한편, 모양은 같지만 크기가 다른 도형은 ‘닮음’ 관계에 있다고 한다. 어떤 도형을 일정한 비율로 키우거나 줄이면 처음 도형과 ‘닮음’인 도형을 만들 수 있다. 도형의 닮음을 나타낼 때는 기호 등호_img2를 사용하는데, 이 기호

등호_img2의 원조 역시 라이프니츠로 보인다. 라이프니츠는 1679년 한 원고에서 닮음을 나타내기 위해 또는 이와 상하가 반대인 ∼를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라이프니츠는 ‘닮음’이란 뜻의 라틴어 similis의 첫 자인 S를 변형해 닮음 기호를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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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미지 : GI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