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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맛 이야기 ⑤ E=mc2 : 치명적인 매력

|이한기 기자

 

복어 요리는 닭고기처럼 쫄깃한 식감과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 매력적인 음식이지만, 가끔씩 복어를 먹고 죽을 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린다. 복어의 내장과 알에 강한 독이 들어 있기 때문에 잘 손질하지 않을 경우 치명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조선시대 한강은 복어로 유명했다. 복숭아꽃이 활짝 핀 늦봄, 한강 하구는 복어와 복어를 찾아 모여든 사람들로 가득했다. 당시에는 주로 복어로 국을 끓여 통통하게 오른 살과 시원한 국물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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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위키미디어

당시 사람들도 복어를 잘못 먹으면 죽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찬물에 담가 두거나 절구에 찧어서 복어의 독을 제거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지금처럼 과학적이진 못했고, 봄이 되면 치명적인 맛과 목숨을 바꾸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이어졌다.

치명적인 공식

물리학에도 복어처럼 치명적인 맛을 지닌 공식이 있다. 인류는 이 공식을 통해 우주를 이해했지만 동시에 끔찍한 무기를 만들기도 했다. 바로 E=mc2라고도 부르는 ‘질량 에너지 등가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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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GIB

물리학자는 아무리 뒤죽박죽 엉켜 있는 현상도 깔끔하고 직관적으로 풀어내려고 한다. 그런 점에서 E=mc2을 만든 아인슈타인은 모든 물리학자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 E=mc2에는 물체를 움직이는 능력(에너지; E), 물질의 양(질량; m) 그리고 빛의 속도(c) 등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모두 들어 있다. 원자에서 블랙홀까지 어떤 물리현상도 이 세 가지 개념 없이는 이야기할 수 없다.

E=mc2의 진짜 매력은 우주가 어떻게 태어났고 살아가는지 알려준다는 점이다. 에너지와 질량, 그리고 빛이 어떻게 등호 하나로 엮이는지 이해하면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 단순하게 생겼지만 심오한 우주의 비밀을 품고 있는 E=mc2, 가히 꿈의 공식이라 할 만하다.

에너지와 질량은 하나다

달리는 기차에서 도로 위의 자동차는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빛의 속도에 가깝게 달리는 기차에서 빛을 본다면 빛도 평소보다 느리게 보일까? 청년 아인슈타인은 바로 이 엉뚱한 질문에서부터 E=mc2을 생각해냈다.

빛의 속도는 아무리 빠른 기차에서 봐도 똑같다. 또한 아무리 날쌘 기차도 빛의 속도를 넘어설 수는 없다. 변하지 않는 빛의 속도 대신, 시간과 공간이 달라진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속도가 빨라질수록 물체의 길이는 줄어들고 시간은 평소보다 천천히 흐른다.

그 다음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에 가깝게 달리는 기차에 계속 연료를 공급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궁금해졌다. 빛의 속도보다 더 빨라질 수 없으니, 무언가 다른 일이 벌어져야 했다. 그는 에너지가 질량으로 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에너지와 질량이 서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전에는 어느 누구도 가만히 있는 물체의 질량이 에너지와 같을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질량은 고유한 물체의 양이었고, 에너지는 물체가 움직이거나(운동에너지) 높은 곳에 있어야(위치에너지) 생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상상만으로, 에너지와 질량이 하나라는 우주의 비밀을 밝혀냈다.

아인슈타인은 상상 속 실험으로 공식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기차 한가운데 있는 총이 양옆으로 빛을 발사한다고 생각해 보자. 기차 안에 있는 사람 A가 기차의 양 끝을 향해 빛을 발사한다. A가 보기에 총은 그대로 멈춰 있다. 정반대 방향으로 같은 양의 빛을 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가오는 기차를 본 사람 B의 입장은 다르다. B가 본 빛은 자신의 양옆을 비스듬히 지나간다. 이때 기차 안의 총은 앞을 향한 빛의 반동에 의해, 약간 뒤로 밀린 것처럼 보인다.

누군가에겐 멈춰 있는 총이 다른 사람이 봤다고 움직일 수는 없다. 아인슈타인은 ‘빛이 나온 만큼 질량도 감소한다’는 기발한 발상으로 이 모순을 해결한다. 질량(관성)이 줄어들면 그만큼 물체는 힘을 받는다. 이 힘이 빛의 반동을 없애 주면서 누가 봐도 총은 멈춰 있다는 게 아인슈타인의 설명이다.

치명적인 매력, E=mc2

압력과 온도가 매우 높은 태양 안에서는 수소 원자 4개가 결합해 헬륨 원자 하나로 변하는 일이 반복된다. 이때 남은 질량이 에너지로 변하면서 태양은 빛이 난다. 이 태양빛으로 벼는 광합성을 하고 쑥쑥 자란다. 소는 풀을 먹고 자라며, 조건이 맞을 경우, 식물과 동물은 썩어서 석탄이나 석유가 된다. 사람은 석탄과 석유를 태워 전기를 만들고, 벼와 소를 먹어 영양분을 얻는다.

E=mc2이 항상 생명을 살리는 일만 해온 건 아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부는 전쟁을 한 방에 끝낼 무기를 만드는 계획에 착수했다. 마침 미국에는 나치를 피해 온 수많은 유럽의 물리학자들이 있었고, 누구보다 나치의 끔찍함을 알던 이들은 전쟁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기 위해 계획에 적극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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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에 있는 원폭 돔. 이미지 출처 위키미디어

이들이 주목한 건 바로 원자핵이 쪼개지는 핵분열이었다. 원자핵의 질량이 감소하면서 생긴 에너지를 이용해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폭탄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여러 번의 실험 끝에 핵폭탄을 만든다.

1945년 8월 일본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인류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핵폭탄이 떨어진다. 그 결과 두 도시는 완전히 파괴됐는데, 이 소식을 들은 아인슈타인은 크게 후회했다. 그리고 그는 눈을 감는 순간까지 핵무기를 없애자고 주장했다.

핵분열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화석 발전에 비해 저렴하고 온실가스도 나오지 않지만, 한 번 사고가 생기면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처럼 돌이킬 수 없는 파멸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E=mc2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완벽하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아름다운 우주의 진리를 이용해 끔찍한 핵무기를 만들어냈다. 마치 복어에서 제대로 독을 제거하지 않으면 큰 사고를 당하는 것처럼, 아무리 훌륭한 공식이라도 이를 올바르게 쓰는 건 우리 인간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