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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맛 이야기 ④ 로그: 빠르고 간편하게

|이한기 기자

 

아무리 미식가라고 해도 매일매일 맛집을 찾아다니며 고급 음식만 즐길까? 처음에는 좋은 음식만 먹고 사는 게 좋을지 몰라도 매일 그렇게 해야 한다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가끔은 집안에서 뒹굴거리며 아무 생각 없이 한 끼 때우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럴 때는 햄버거만 한 음식이 없다. 금방 만들어지는 데다 어디서든 익숙한 그 맛이 지친 혀를 달래주기 때문이다. 햄버거는 효율성을 위해 태어난 음식이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햄버거는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태어났다. 예전부터 비슷한 음식들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둥근 빵 사이에 소고기 패티를 끼워 먹기 시작한 건 100년 전쯤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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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GIB

햄버거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사업’의 원조이기도 하다. ‘싼 값’을 유지하기 위해선, 누구나 쉽게 햄버거를 만들 수 있어야 했는데, 똑같은 설명서와 냉동재료가 보급되자 언제 어디서나 쌍둥이 같은 햄버거를 만들 수 있었다.

계산을 효율적으로!

수학에도 햄버거와 비슷한 도구가 있다. 로그다. 햄버거가 식사를 간편하게 해주듯이 로그는 아주 큰 수를 빠르고 간편하게 계산하게 해준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우리가 다루는 수는 점점 거대해진다.

수십 메가바이트에 불과했던 컴퓨터 하드디스크 용량이 테라바이트를 넘어섰고, 돈의 단위도 수십억이 우스울 정도다. 하지만 계산기만 있으면 복잡한 셈도 두드림 몇 번으로 쉽게 풀린다. 주문과 동시에 나오는 햄버거처럼 말이다.

그런데 옛날에는 어땠을까? 옛날에는 큰 수를 다룰 일이 없었을 테니 연필과 종이로 충분했을까? 놀랍게도 아주 오래전부터 큰 숫자에 시달려온 분야가 있었으니, 바로 천문학이다. 지금도 ‘천문학적’이라는 단어는 ‘엄청나게 크다’라는 뜻으로 통한다. 고대에는 거대한 우주의 크기를 다루는 일이 곧 수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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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IB

망원경으로 더 멀리 더 많이 우주를 관찰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볼 수 있는 거리가 급격히 늘어났고, 분석해야 할 자료도 감당 못할 만큼 쌓여 아주 큰 수를 처리할 ‘계산법’이 필요했다. 그중 가장 문제가 된 건 곱셈이었다. 더하고 빼는 일이야 그럭저럭 할만 했지만, 태양까지의 거리를 제곱하는 건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큰 수의 곱셈을 간단히 해줄 방법을 찾아 다녔고, 마침내 삼각함수를 이용하면 복잡한 곱셈이 비교적 쉬운 덧셈으로 바뀐다는 걸 알아냈다. 르네상스가 무르익어 가던 16세기 말, 당대 최고의 천문학자, 덴마크의 티코 브라헤를 비롯한 유럽의 천문학자들은 이 방법을 이용해 우주의 비밀을 하나하나 풀어 나갔다.

삼각함수의 합차 공식
sinA×sinB=1/2[sin(A+B)+sin(A-B)]
마법의 모자, 로그

비슷한 시기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도 간단한 계산법을 찾느라 열심이던 사람이 있었다. 수학자는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계산을 좋아했던 존 네이피어였다. 그는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면 홀로 계산에 몰두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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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네이피어의 초상. 출처 위키미디어

어느 날 덴마크에 다녀온 지 얼마 안 된 절친 존 크레이그가 네이피어를 찾아왔다. 덴마크에서 우연히 티코 브라헤를 만났던 크레이그는 브라헤가 쓰던 ‘계산법’을 네이피어에게 알려준다. ‘간단한 계산’을 추구하던 네이피어에겐 신선한 자극이었고, 그 뒤 네이피어는 ‘거듭제곱’과 ‘삼각법’을 바탕으로 기발한 계산법을 발명해냈다. 모든 양수를 1이 아닌 양수의 거듭제곱값으로 나타내고, 이 값이 덧셈과 곱셈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만들었다. 바로 ‘로그’가 태어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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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은 2의 세제곱인데, 8에 밑이 2인 로그를 씌우면 3이 된다. 로그는 이처럼 1이 아닌 양수를 다른 1이 아닌 양수의 거듭제곱수로 나타내는 표기법이다. 특별히 밑이 10인 로그를 상용로그, 밑이 e인 로그는 자연로그라고 하며, ‘로그를 씌운다’는 표현은 위에서처럼 어떤 수의 로그값을 구한다는 뜻이다.

‘마법의 모자’ 로그를 씌우면 큰 수가 확 줄어든다. 밑이 10인 상용로그를 씌우면, 100만(106)은 6, 1억(108)은 8이 된다. 마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로그만 씌우면 곱셈은 덧셈과 뺄셈으로, 거듭제곱은 간단한 곱셈으로 변신한다.

log(AB)=logA+logB, log(B/A)=logB-logA, logAn=n×logA

로그를 발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네이피어는 세상을 떠났지만, ‘로그의 전성시대’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수학자들은 상용로그 값을 계산해 로그표를 만들었다. 로그표만 갖고 있으면, 누구나 큰 수를 손쉽게 계산할 수 있었다. 프랑스의 위대한 수학자 라플라스가 “로그 덕분에 천문학자의 수명이 2배는 늘었다”고 표현할 만큼, 로그는 계산에 걸리던 시간을 ‘천문학적’으로 줄여 줬다. 계산기가 등장하기 전까지, 로그는 가장 완벽한 ‘계산기’였다.

속도로 승부한다

예를 들어 310×55의 값을 계산기 없이 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로그라는 모자를 씌우면 어떨까? 상용로그를 써보면, log(310×55)=10×log3+5×log5=8.266처럼(log3=0.4771, log5=0.6990/log3과 log5의 값은 로그표를 보면 알 수 있다) 간단해진다. 로그표를 보고 8.266에 가까운 로그값을 갖는 수(1억 8450만)를 찾아보면, 실제 값(1억 8452만 8125)과 불과 0.01%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계산을 아주 편리하게 만들어 준 로그를 보면 햄버거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느긋하게 세상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로그처럼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려면 가끔은 뭔가 간편하게 빠르게 뭔가 해치우려고 궁리해야 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