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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맛 이야기 ① 오일러 공식: 영양이 골고루

|이한기 기자

 

건강식품은 마치 패션과 같다. 옷이 유행하듯이 어떤 건강식품이 들불처럼 번졌다가 지고, 또 얼마 있다가는 다른 건강식품이 뜨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유행이 지나가고 반복된다고 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진실이 있다.

“골고루 먹어라.”

그렇다. 건강을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건 꼭 필요한 영양소를 적당량 섭취하는 것이다. 그렇게만 살 수 있다면 만병통치약처럼 광고하는 건강식품 같은 건 없어도 된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라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미네랄이 있다. 다양한 음식을 통해 이들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한다면 우리는 건강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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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수학에도 이런 영양소에 빗댈 수 있는 요소가 있다. 0, 1, π, i, e가 바로 그들이다. 쉽고 간단한 상수로, 수학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이 없으면 수학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물(비타민, 미네랄)과 고기(단백질, 지방), 그리고 쌀밥(탄수화물)이 어우러진 비빔밥처럼, 다섯 가지 수학의 영양소가 모두 들어 있는 공식이 있다. 바로 오일러 공식이다.

가장 아름다운 공식, 오일러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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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율 π는 각도로 치면 180°와 같다. 삼각함수 공식에 따르면 sin180°는 0이고, cos180°는 -1이다. 따라서 오일러 공식을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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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러 공식 안에서 다섯 가지 영양소는 군더더기 없이 간단한 덧셈만으로 서로 이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연산인 덧셈, 곱셈, 지수도 이 안에 들어 있다. 무엇 하나 더하거나 뺄 것 없이 수학 자체를 표현하는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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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러 공식을 만든 레온하르트 오일러. 출처: 위키미디어

1988년 미국의 수학잡지 ‘매스매티컬 인텔리전서’는 흥미로운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독자들에게 유명한 수학공식 24개를 주고 가장 아름다운 공식을 고르라고 한 것이다. 2년에 걸친 투표 끝에 영광의 자리에 오른 건 바로 오일러 공식이었다. 20년이 지나 이번엔 물리학잡지 ‘물리학 세계’에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공식을 뽑아 달라는 기사가 실렸다. 120여명의 독자가 약 50가지의 공식을 보내왔다. 치열한 경합 끝에 오일러 공식이 ‘맥스웰의 전자기학 방정식’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오일러 공식은 그 이전까지 느낄 수 없었던 수학의 새로운 맛을 우리에게 선사해 준다. 양수의 거듭 제곱오일러공식_img9도 음수(-1)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자연 상수 e는 약 2.7로 2보다 조금 큰 양수다. 실수 세계에선 양수를 거듭제곱하면 항상 양수가 나온다. 하지만 e를 iπ번 곱하면 -1이 나온다. 지수에 허수가 들어가면 양수의 거듭제곱도 음수가 된다는 사실이 오일러 공식을 통해 밝혀진 것이다.

기하학과 대수학은 하나

지수함수오일러공식_img10와 삼각함수오일러공식_img11가 등호로 연결돼 있다. 기하학과 대수학이 하나라는 뜻이다. 오일러가 살던 18세기만 하더라도 이런 생각을 하던 사람은 드물었다. 상상은 하더라도 둘이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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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수학자 아브라함 드무아브르. 출처: 위키미디어

상상 속의 관계를 처음 현실로 보여준 사람은 프랑스의 수학자 아브라함 드무아브르였다.

드무아부르는 원의 둘레를 n등분하는 문제를 풀던 중에 이 과정이 복소수를 n번 거듭 제곱하는 계산과 닮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복소수를 n번 곱하면 각도가 n배로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이런 생각을 정리해 ‘드무아브르 공식’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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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무아부르 공식은 복소수와 삼각함수의 연결고리를 보여 준다. 오일러도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 오일러는 과감하게 복소수를 지수함수에 넣었다. 지금이야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행동이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복소수를 지수로 갖는 함수는 없다는 게 상식이었다. 하지만 오일러는 과감히 도전했고 성공했다. 이 성공에 힘입어 인류는 기하학과 대수학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됐다. 도형 문제를 수로 풀고 반대로 숫자 계산을 도형으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일러 공식이 얼마나 쓸모 있는지는 간단한 계산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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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을 무작정 계산하려면 최소한 A4 용지 절반은 필요하다. 하지만 오일러 공식을 이용하면 계산은 단 몇 줄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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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곱셈이 편한 지수함수의 특징을 이용하면 복잡한 복소수도 쉽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양자역학을 푸는 비법

오일러 공식이 가장 빛나는 분야 중 하나는 양자역학이다.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오일러 공식을 ‘수학자들이 만들어 낸 인류의 보석’이라 표현하기까지 했다. 이유는 양자역학을 이루고 있는 파동 방정식에 있다. 오일러 공식은 파동방정식을 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구다.

양자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파동으로 표현된다. 만약 우리의 몸이 전자만큼 작다면, 우리의 몸도 울렁거리는 파동으로 그릴 수 있다. 삼각함수는 파동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양자세계에선 우리의 모습을 삼각함수로 그릴 수 있다는 말이다.

중첩은 파동의 가장 큰 특징이다. 계속 겹쳐 있다는 뜻이다. 수학적으로 중첩은 곱셈으로 표현된다. 파동은 삼각함수로 중첩은 곱셈으로 나타내야 하기 때문에 지수함수가 필요하다. 파동을 곱셈이 편한 지수함수로 나타내면, 구하기가 훨씬 편해진다.

지수함수는 미분하고 적분하기도 편하다. 이는 양자역학에 어마어마한 도움이 된다. 양자역학의 기본이 되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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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설명하긴 너무 어려우니 하나만 눈 여겨 보자. 여기서 ψ(프사이)는 파동방정식을 뜻한다. 아무리 어려운 양자역학 문제라도 기본은 이 ψ를 구하는 것이다. 이 파동방정식 앞에 붙어 있는 ∂와 ∇라는 기호는 미분을 뜻한다. 파동방정식을 구하려면 미분과 적분을 꼭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지수함수는 미분과 적분을 해도 모양이 유지된다. 덕분에 파동함수를 구하기가 간편해지고, 여러 가지 물리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양자역학에 지수함수가 꼭 필요한 이유다.